'용인대학교=체육대학'. 일반인들이 용인대학교에 대해 갖고 있는 대표적 선입견이다. 전신인 대한유도대학 시절부터 국내 최고 스타들을 키워낸 한국 유도의 산실로 워낙 스포츠 분야에서 발군의 두각을 나타내오면서 비롯된 인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김정행(金正幸)'이라는 인물을 이 대학의 '오너'로 알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오해다. 장은경과 안병근, 김미정 등 이 대학이 배출한 수많은 올림픽 스타들 못지않게 어느새 용인대학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인물이 바로 김정행 총장이다.
김 총장은 지난 94년 제2대 총장으로 부임한 후 내리 3대, 12년을 연임하면서 용인대를 무도분야 최고 대학에서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발전시켜온 주역이다. 대한체육회 부회장, 범태평양유도연맹 회장, 아시아체육교류연맹 이사장 등 경력들만 나열해도 원고지 20여장 분량은 족히 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그가 지난 17일 제5대 용인대 총장에 취임함으로써, 한 대학에서 총장직 4대 연임이라는 한국 대학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총장의 인생은 곧 용인대의 역사다. 유도학과 61학번으로, 졸업후엔 이 대학 조교로 근무하면서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67년), 국내 대회 6회 우승 등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70년부터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이르며 유도 국가대표 감독과 방송국 해설위원으로 맹활약했다. 학생처장과 유도학과장을 거쳐 기획실장, 부총장 등 교내 행정의 각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 총장에 이른 전형적 대학인이다.
재직 12년동안 그는 스포츠분야에서 이룩한 용인대의 전통적 강점을 인문·사회 등 타분야 대학에 접목시키는 '특성화' 사업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국내최초의 무도대학 설립, 종합운동장 준공, 국제 컨벤션센터 건립, 각종 국제대회 개최 등을 통해 대학의 비약적 발전을 기약하는 발판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대학운영 스타일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성 교육'. 그는 “모든 인간관계는 존경과 사랑, 위계가 바탕이 돼야하고 이것이 곧 무도정신”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물론 교수와 학교를 방문한 일반인들조차 대학내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전통이다. 선후배 관계는 여느 중·고등학교 수준을 넘어 '군기'에 가까울 정도로 깍듯하고 분명하다.
지난 12년간의 성과를 묻는 질문에 그는 “큰 과오 없이 대학을 이끌어왔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신임 총장으로서 향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포부를 밝혔다. 특성화 대학의 완성, 학생위주의 교육 서비스, 교육여건의 획기적 개선 등이 그것이다. 인터뷰 내내 '특성화' '학생 고객만족'이라는 표현을 10여차례 이상 할 만큼 타 대학과 차별화된 위상을 강조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평생 외길을 걸어온 무도인답게 요즘도 그는 젊은 학생들을 무색케하는 강철체력을 자랑한다. 가히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지만,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고 '저녁은 굶어도' 수영장은 반드시 찾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무도인, 대학인으로 40년 넘게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아직도 그는 일욕심에 '배가 고픈' 야심만만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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