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일상에서 사람들은 가끔은 마법과도 같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상상을 합니다.
어느 날 당신에게 마법사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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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하루의 지루하고 반복된 일상이 시작된다.
한 남자가 책삭위에 놓인 결재서류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 상사한테 깨지고 있었다.
"이렇게 밖에 못하겠습니까? 이따위걸 결재 해달라고 가져오셨습니까? 그리고 여기!…여기! 오타도 다섯군데나 눈에 띄는군요! 가져가서 다시해오세요!"
박 과장은 고무된 모습으로 시종일관 낮은 톤으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꾸지람을 해대는 것이다.
한손에 들린 펜은 결재서류에 지적 사항들을 낮낮히 쫙쫙 줄을 긋고 때론 원을 그리며 체크를 하더니 결재서류를 탁 덮어 버리곤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에게 던지는 것이다.
남자는 날아오는 결재서류를 황급히 받으며 코끝에 걸려있는 안경테를 올리며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어쩔줄 몰라 했다.
그 모습을 본 박 과장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이 되어서 다시 해오라고 말하며 그만 나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남자는 밖으로 나오며 문을 등지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 한숨을 쉬다가 잔뜩 풀이 죽어서 터벅터벅 자기 책상으로 돌아갔다.
두 여사원이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섰다.
“아니! 또 집에 무슨 일이 있나? 웬 히스테리래.”
“워낙에 박 과장이 그렇잖아!”
“아냐! 오늘은 유독 심한 것 같잖아! 그리고 왜 수민씨만 결재를 하려고 하면 꼭 트집을 잡냐구…….”
“할만하니깐 했겠지. 설마…….”
“아냐! 회사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또 어딨다고 생트집이라니깐 집에서 마누라가 바가지라도 긁었나? 사람이 착해 보이니깐 맨날 수민씨에게만 화풀이하고 못되게 구는 것 같아.”
“에잇! 설마……. 박 과장님이 공 과 사를 구분 못하시겠어?”
“넌 뭐야! 듣다보니 박과장편이야?”
두 여사원이 투닥투닥 급기야 자기 때문에 큰 싸움이 날판이라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다가 깜짝 놀라며 싸움을 뜯어 말렸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박 과장이 사무실에서 왜 소란을 피우냐며 큰 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아수라장이 되었던 사무실이 일순간 쥐죽은 듯 고요해 졌다.
박 과장과 눈이 마주친 수민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회피했다.
박 과장은 그런 그를 무시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민이는 의자에 앉으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다들 퇴근한 사무실 안에서 혼자서 야근 아닌 야근을 해야만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 뒷목을 풀며 시계를 올려다보니 시계바늘이 어느덧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수민이는 자기 모습이 너무 처량스러워 한숨한번 쉬더니 거의 마무리에 접어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사무실을 소등하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로비로 빠져나오니 야근 경비를 서는 경비원이 이제야 나가냐며 말을 건넸다.
미소로 화답해주며 회사를 빠져나온 수민이는 이런 날 자가용이라도 있으면 지친 몸을 이끌고 이렇게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될 텐데……. 라며 혼잣말을 해본다.
그때 갑자기 발목을 확 잡아채는 느낌과 동시에 수민이는 무방비 상태로 어이없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으악!…….크윽…….”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 수민이는 콧등이 찡해짐에 얼굴을 감싸며 일어나지를 못했다.
잠시 후 겨우 고통이 사라질때즘 무언가 흘러내리는 액체에 쓰윽 닦고 보니 코…코피가 나는 것이다.
“에잇!…….씨이…….”
“나 좀 도와줘!”
수민이는 자기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적반하장으로 도와달라는 말만 해대는 작자의 얼굴을 돌아다보았다.
장발의 머리가 언제 감은 것인지 도대체 엉키고 기름이 반지르르하니 비듬까지 우수수 떨어진다.
거기다가 옷도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고 때가 반지르르 껴있고 몸과 얼굴도 언제 씻긴 씻었는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저런 모습이었을 것만 같은 악취 냄새가 코를 찌르는 남자의 몰골을 쳐다보는데 그 남자의 옆에는 두세 병의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수민이는 코피가 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냄새 때문에 코를 막으며 이맛살을 찌푸리며 댓구도 없이 일어나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거지는 다시 발목을 붙잡으며 수민이를 노치지 않았다.
수민이는 당혹스러움에 할말을 잊은 채 발목을 털어내 보았지만 거지의 손을 떨궈내지를 못한다.
“왜 이러세요! 이것 놔요! 이것 놓으라구요!!”
수민이의 내지르는 소리엔 아랑곳없이 거지는 어떠한 위협에도 발목만 붙잡고 있다.
“자꾸 이러시면 경찰에 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와줘!”
“나 참! 얼마 줘요?”
고개를 숙인 채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거지 앞에 수민이는 화가 나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경찰에 신고 하려고 폴더를 열었다.
버튼을 누르려하는데 거지는 날렵하게 일어서더니 핸드폰을 가로챘다.
“뭐하시는 거예요! 당장 내 핸드폰 안 내놔! 이리 주란말야!”
어느덧 흥분한 수민이는 반말을 해대며 말이 거칠어졌다.
거지는 핸드폰을 던져 버리며 흥분한 수민이와 업치락뒤치락 몸싸움을 하더니 수민이의 팔을 뒤로 꺾었다.
가끔 지나가는 행인들과 차들이 보이지만 그냥 무슨 일인가? 라는 호기심으로 쳐다보면서 가던 길을 재촉하는 모습들이다.
수민이는 꺾인 팔이 아파서 소리를 치며 그런 무심한 행인들을 보면서 이런 봉변을 받고 있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원망의 눈길을 보냈다.
거지는 꺾인 팔 그대로 수민이를 일으켜 앉혔다.
“난 위협을 하려는게 아니야. 단지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있는데로 발광을
하면 곤란하지.”
“그……도움이라는게 뭐야! 뭔데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이렇게 행패를 부리는데!”
“언제부터 나에게 이런 말투지? 내가 이런 모습이라 무시하는 거야?”
“헙! 그……그건아냐! 당시도 내게 말을 놓고 있잖아……요.”
수민이는 거지의 눈빛에 주눅이 들어 눈치를 보며 말대답을 해본다.
“어쨌건 나 배고프니까 먹을 것이나 주라고…….”
“참 나! 내 핸드폰까지 부셔놓고 그런 말이 나와요? 그리고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나냔말야! 왜 날 가지고 날리냐구! 억울하지만 돈 줄테니깐 그만 날 놔 달란말야!”
“싫어! 날 자극했어. 안놔줄꺼야.”
“ 뭘 자극했단 말예요! 당신이 가만히 길 가던 사람의 다리를 잡아 넘어트려놓고…….”
수민이는 거지에게 대들어 보았지만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모습에 점점 기어들어가는 자기 목소리에 한심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할 수 없이 거지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는 수민이의 승낙이 떨어지자 거지는 환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수민이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해줬다.
수민이는 거지가 자기 몸에 와닫는 손길을 털어내며 자기가 흐트러진 머릿결과 넥타이를 바로 정리하며 앞서 길을 걸었다.
신이난 거지는 미소를 머금은채 뒤에서 졸졸 따라오는 것이다.
어느 식당에 발길을 멈춘 두 사람은 들어가려고 하다가 문전박대를 당한다.
“에잇! 장사 망칠일 있나! 재수없게! 퇩!퇩!”
“장사 말아먹을 일 있나! 히유~ 냄시!냄시!”
식당 주인들은 하나같이 인상을 있는 대로 다 쓰며 침을 뱉고, 코를 막으며 수민과 거지에게 화를 내었다.
또 다른 식당……. 벌써 여섯군데 정도의 식당에서 심하게 멱살 잡힘과 심지어 욕까지 얻어먹고 왕소금의 세례를 받으며 생에 처음으로 이 거지 때문에 같이 심하게 문전박대를 받으며 심한 모욕을 받아보긴 처음이다.
수민이는 지쳐가는 몸도 그렇고 오기가 생기기도하고 더 다른 식당으로 가려고 발길을 돌리는데 거지가 너네집이 어디냐! 너네집가자. 라며 수민이의 뒷덜미를 잡으며 말을 내뱉는 것이다.
“그……그건 곤란한데……”
“안 그러면 계속 네 옆에서 괴롭혀준다.”
거지의 말에 흠집 놀라며 수민이는 알았다며 먹을 것을 줄테니 밥만 먹고 바로 가라고 다짐을 받았다.
거지는 알았다며 금세 온순해져서 수민이 뒤를 따랐다.
입구에 경비가 조는 모습을 보면서 거지에게 손짓해 보였다.
거지는 냉큼 손짓에 따라와서는 수민이에게 미소를 날려주는 것이다.
수민이는 그 모습에 인상을 구기며 억지 미소로 화답해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파위에 수트를 벗어 던진채 흰 셔츠를 걷어붙이며 주방 쪽으로 수민이는 발길을 옮겼다.
수민이가 이것저것 냉장고에 반찬 통을 꺼내 볶음밥을 만드는 모습을 보던 거지는 여지저기를 휘 둘러보다 진열장에 작은 물건들을 들었다 놨다하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볶음밥을 만드는 중에서도 뒤쪽이 잔뜩 신경 쓰이던 수민이는 그냥 자리에 좀 앉아 달라고 애원조로 말을 내뱉었다.
수민이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고분고분하게 식탁 의자를 끌어다 자리에 앉는 모습에 수민이는 식탁으로 볶음밥을 내어주고 물과 다른 밑반찬을 내어주었다.
정말 열심히 먹는 거지의 모습에 수민이는 다소 긴장이 풀어지며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들어온 김에 목욕도 하고 가라고 했다.
거지는 먹던 밥숟가락을 들다말고 수민이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러지 뭐’ 라고 짧게 대답한다.
거지가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동안 수민이는 그가 있던 자리를 걸레로 바닥을 박박 닦는 중이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환기시키며 그가 입을 옷들을 챙겨 욕실 앞에 놓으며 벗어놓은 옷가지들은 코를 막으며 비닐에 넣는 중에 바닥에 반지가 떨어지는 소리에 내려다보았다.
암호 같은 문양이 새겨진 반지는 은색의 목걸이 줄에 매달려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에 끼어보며 들여다보다가 욕실 안에 물소리가 그치는 소리에 반지를 빼내려고 했다.
‘어?…….’ 수민이는 낑낑대며 반지를 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허리춤에 수건을 둘러맨 거지는 그 상황을 내려다보다 앞에 놓여있는 옷가지를 집어 주섬주섬 아무 말 없이 입고 있었다.
“미……. 미안해요! 주인 허락 없이 끼어봐서…….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빼어 줄 테니…….”
“사실은 그 반지를 줄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알아서 끼워버렸군.”
거지의 말에 당황스러워하며 귀한 반지인 것 같은데 대가를 바라고 호위를 배푼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거지는 옷을 다 입고나서 머리를 털며 거실 소파로 발길을 돌렸다.
수민이는 따라 소파 쪽으로가 거지가 앉은 맞은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며 연신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려 애를 썼다.
거지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자기 이름은 ‘젠젠‘ 이라고 수민이에게 통성명을 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뜬금없이 통성명을 하는 젠젠을 보며 의아함에 눈이 동그래져서 자기는 오수민이라고 말해주었다.
“응! 그렇군. 난 사실은 마법사야.”
“뭐?…….”
웃음도 안나올정도로 황당한 말이다.
“그 반지는 마법이 걸려있는 반지야. 한번 끼면 낀 사람이 주인이 되지.”
너무 황당한 말에 어버버 거리기만 하는 수민이를 심각한 얼굴로 쳐다보며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젠젠이다.
젠젠은 마법사다. 그것도 아직 미숙한 마법사다.
마법학교에서 열심히 마법의 공식과 여려가지 기법에 대해 공부중인 아직 미숙한 젠젠은 호기심많은 마법사다.
어느날 젠젠은 담당 선생님의 방에서 오래된 마법 책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면서 혼자 실전 연습에 돌입하게 된다.
그런데 작은 개구리, 새, 물고기, 곤충으로만 실험을 하려니 실험의 한계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에게 마법을 써먹어보고싶은 젠젠은 위험한 행동을 감행한다.
장이 늘어선 저작거리에 나아가 우연히 술에 취한 채 술병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갈지자를 내지르며 걸어가는 중년의 한 남자를 발견한다.
때마침 인적이 드문 골목 쪽으로 가는 그를 미행하다 넘어지려는 찰나에 마법을 걸어놓은 반지를 끼어줬다.
부축임을 받은 중년의 남자는 고맙다며 거의 자기집에 다왔다며 대접을 해드려야 한다며 굳이 젠젠의 옷깃을 끌었다.
얼떨결에 따라가게 된 젠젠은 어느 허름한 곳에 발길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한 아이가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뛰어나와 아버지를 맡는 것과 그 뒤로 허리가 기억자로 많이 굽은 노파가 환한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의지하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봤다.
정말 사람이 살수 있는 곳인가? 라고 의문이 들 정도로 따뜻한 온기마저 없는 방으로 젠젠을 안내한 그는 노파에게 오는 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고 나를 소개 하는 것이다.
꼬마 여자 아이는 작은 용기에 따뜻한 차를 내와서는 내게 권하며 내밀어주었다.
노파는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 왔다며 좋아하신다.
젠젠은 왠지 크게 실수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왠지 하지 말 것을 한 것 같다.
“그……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어느새 젠젠의 말에 빠져든 수민이는 이야기를 재촉했다.
“난 주정뱅이에 그저 그렇고 그런자인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였어. 그자는 지극히 성실하고 노파에게 있어서 하나밖에 없는 착한 아들이자 아이에게 있어선 자상한 아버지였던 거야.”
젠젠은 잠시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 마법이 걸린 반지는 처음으로 사람에게 한 것도 있지만 아직 미흡한게 많아서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수가 없었어.”
집으로 돌아온 젠젠은 불안한 마음에 다시 이른 새벽에 그가 있는 집 앞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안고…….
너무 쥐죽은 듯 고요한 그의 집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어쩌지 못하고 왔다갔다 불안한 발걸음으로 고민을 하다 결심을 내린 듯 젠젠은 집안으로 발길을 내딛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여는데 갑자기 코끝을 자극하는 비릿한 냄새에 코를 막고 문을 열어 젖혔다.
거기에는 노파와 아이가 온몸에 피로 물들여져서 싸늘히 죽어 있었다.
젠젠은 문을 부여잡고 털썩 넋이 나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제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의 말을 들으며 젠젠을 따뜻한 모습으로 봐주시던 노파의 모습과 따뜻한 차를 내게 권하며 해맑게 웃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순간 숨이 멎는 듯한 느낌과 고통스러워 눈물이 시야를 가려버린다.
그 자의 내면에는 억압되고 고통스러운 일상으로 찌들 때로 찌들고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마저 당해서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에겐 노파와 아이가 있었다.
자기가 받은 상처를 보여줘서는 안됐다.
위로받고 싶고, 의지하고 싶고, 기대고도 싶고, 사랑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끝없는 가난과, 힘없는 노파와 아이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마법의 반지란 고통과 원망을 뿜어내는 도구로밖에 사용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마법의 반지로 인해 잔인하고 비열한 희대의 살인마로 올라섰다.
그를 잡기 위해 능력이 뛰어난 마법사들이 총 동원됐다.
하지만 그의 분노와 원망은 대단해서 3년의 세월동안 그를 재어할수 있는 마법사는 아무도 없었다.
변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난쟁이 마법사가 젠젠의 마법의 반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자 앞에 노파와 아이의 모습으로 변신을하며 그자의 마음을 돌렸다.
희대의 살인마는 예전의 온순하고 착한 노파의 아들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는 자기가 노파와 아이를 죽이고 또 죄 없는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죽인 사실을 알고 괴로워 몸부림을 쳤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라고 말해주었지만 죄책감에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그 남자는 낭떠러지에 자기 몸을 던졌다.
마법사들은 더 이상 젠젠의 잦은 말썽을 방치할수 없었다.
젠젠의 마법의 기운을 빼앗긴채 지상으로 내던져졌다.
“남들에게 반지를 줘서 그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네가 돕도록 해라. 욕심으로 또는 고통으로 반지가 물든다면 너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반지의 주인은 세번까지다. 3년의 기한을 주마! 그때까지 진정한 반지의 주인을 찾는다면 너는 다시 마법의 세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상으로 내던져진 젠젠은 반지의 주인을 찾으려 애썼다.
벌써 희대의 살인마가 한번의 주인이었고, 두 번째는 한 여성이었는데 그 여성의 소원은 자기의 못난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다.
반지를 끼는 순간 그녀의 욕구가 얼마나 강했는지 점점 최고의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변모한 순간 온순하며 착한 마음은 살아지고, 오만하며 남을 멸시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온갖 폐물을 바치고 심지어는 집문서, 땅문서까지 주었다.
젠젠은 그녀를 재지해보려 했지만 오만한 그녀는 젠젠의 말을 더 이상 귀담아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토커로 모함해 접근조차 차단해 버렸다.
그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따르던 수많은 남자들 속엔 가정이 있는 남자도 있었는데 그녀 때문에 이혼 또한 불사했다.
또한 그녀에게 받칠 폐물 때문에 도박에 손을 대는 사람과 10년 동안의 오래된 연인이 깨지기까지 했다.
성실히 살아가던 수많은 남자들이 폐인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젠젠은 마녀 같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남자들을 구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그녀를 추종하는 남자들은 젠젠을 무시하고,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고 젠젠을 경멸했다.
어느 날 그 중에서 소심한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녀에게 자기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서 바쳤지만 키도 작고 두꺼운 안경과 배나온 모습을 위 아래로 훌터 내려다보던 그녀는 감히 자기를 넘보냐며 그에게 치욕을 안겨다 주었다.
말도 더듬으면서 어눌한 그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 했는데 무시하고 경멸하고 거기다가 심한 모욕감을 받는 순간 이성을 잃고 그녀를 순간 납치하다시피 자기 차에 태웠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여자는 소리를 치며 끝까지 무시하는 말을 내뱉었다.
남자는 더욱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속력을 높였다.
한적한 고갯길에서 질주를 거듭하던 자가용은 앞에 불법 유턴을 돌던 트럭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 받았다.
자가용은 트럭과 충돌하고 힘의 반동에 크게 두 바퀴를 굴렀다.
사고 뒤처리가 끝나고 뒤늦게 도착한 젠젠은 사고지점을 바라보다가 풀밭에 번쩍 빛나는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마법의 반지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나는 행복의 반지라고 이름을 부르곤 했는데 이렇게 불행만 안겨주는 반지가 될 줄은 몰랐어.”
“그……그럼 내가 세번째 반지의 주인이란 말야?”
“그런 샘이지.”
“말도안돼!”
수민이는 필사적으로 반지를 빼려고 했다. 이상하게 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꼭 맞는 느낌이 드는 건 무엇일까?
젠젠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 이대로 가면 나는 어떻하라고…….”
“그건 네가 해결할 문제야! 나는 옆에서 지켜볼 뿐이야.”
“아니!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딨어!”
수민이의 내뱉는 말에는 아랑곳없이 대꾸도 없이 젠젠은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수민이는 급히 따라 나가 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젠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수민이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려놓고 살아진 젠젠이 원망스러웠다.
사실 반지는 수민 자신이 끼우고선 원망은 젠젠에게 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지…….
걱정스러움과 피곤함에도 잠도 못자고 침대에 누워 몸을 이리저리 들섞이고 있는 수민이는
더 이상 버티기 힘겨운 눈껍풀에 ‘어떻하지……’ 라는 말을 하며 스르륵 잠이 들었다.
핸드폰 알람 벨소리가 힘차게 소리 지르고 그 소리에 힘겹게 눈꺼풀을 뜨며 알람 소리를 죽였다.
"아……함……. 응?"
기지개를 키며 크게 하품을 하는데 내 목소리가 이상하다.
천천히 올리던 팔을 내려서 무심히 내려다보다가 화들짝 놀라서 자신의 몸을 더듬더듬 만져 보았다.
뭔가 내 몸에 이상이 생긴게 틀림이 없다!
벌떡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에 붙어있는 대형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으악~!! 이게 뭐야!"
거울 속에 비친 수민이의 모습은 낯모르는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놀란 모습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인 것이다.
이……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어제의 모든 일들이 필름이 지나가듯 마구 머릿속을 어지럽게 지나간다.
넋이 나간 모습으로 거울만 뚫어지게 자신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집 전화 벨소리가 들린다.
수민이는 거실로 나와 넋이 나간 모습 그대로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었다.
뚜뚜뚜……. 정말 용건만 간단히 끝내시고 수민이 모친은 전화를 끊어 버리셨다.
착잡한 심정으로 어쩌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1시간이 경과가 되어도 꼼짝없이 계속 고민에 싸여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어머니께서 지금 수민이 자신에게 기집애라고 그러시지 않았는가?
이……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현실 같지 않다.
여성용 구두가 불편해 몇 번의 넘어짐과 뒤뚱거림의 걸음걸이로 겨우 회사 앞에 선 수민이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불편한 치마를 쓸어 내렸다.
입구에 들어서니 경비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수민이도 당황한 모습으로 미소 지어 화답했다.
‘내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 건가?’ 수민이 머릿속은 실타래가 엉켜 있는 듯 복잡하기만하다.
뒤뚱거리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데 때마침 문이 열렸다.
다른 사람들과 우르르 타고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려고 하는데 웬 서류 가방이 턱 문 닫히려는 문 사이를 막는 것이다.
“아!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엘리베이터 문을 가방으로 막던 그 남자는 닫히려는 엘리베이터를 잡은 것에 진심으로 미안한지 연신 주위에 고개를 꾸벅거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선 그 남자는 수민이와 시선이 마주쳤는데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하는 것이다.
얼떨결에 그 남자와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주는 수민이를 보며 남자는 또 한번 답례로 손을 흔들어주자 수민이는 깜짝 놀라서 당황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수민이는 사무실안을 둘러보다 자기 자리를 찾아 걸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일찍온 두 여사원은 둘이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가 옆으로 지나가는 수민이에게 아는 척을 했다.
이 사람들도 내 모습이 여자로 보이나 보다…….
“수연양은 그 남자가 바람 피우는게 용서가돼?”
수연? 그 이름이 내 이름인가보다. 수민이는 잠깐 당황하다 금새 마짱구를 쳐줬다.
“네?……아! 네……용서 안되죠.”
“그치? 거봐! 수연이도 그렇다잖아.”
그러다 출근하는 박 과장의 출현에 깜짝 놀라서 쥐죽은 듯 입을 다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혼자 뻘줌히 서있는 수민이는 뒤늦게 자리로 돌아갔다.
“모두 회의 준비들 해서 내방에 들어오세요.”
박 과장은 사무실을 들어서자마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한마디 내뱉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모두 여기저기서 부산하게 서류뭉치를 챙겨들고 과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에 수민이도 서류를 챙겨들고 따라 들어갔다.
“김군이 안보이는군.”
“아네! 또 지각하는가 봅니다.”
과장의 말에 다분히 아부가 넘치는 한 남자 사원이 묻지도 않는 답변을 하는 것이다.
“자! 어제는 매출이 어땠습니까?”
“예! 우리가 새로 만든 신상품이 드디어 어제 매출순위표 조사결과 30%의 상승 곡선을 타며…….”
그때 급히 문이 벌컥 열리며 생소한 얼굴이 급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나더니 연신 고개를 꾸벅거리며 ‘늦어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것이다.
박 과장의 눈썹이 치켜지며 귀찮다는 듯 자리에가 앉으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수민이 옆으로 온 남자는 의자를 끌어내 앉으면서 수민이에게 가볍게 윙크를 날리며 자리에 앉는 것이다.
‘아까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남자다. 그런데 같이 탔는데 왜 지금 온거지?’ 그리고 징그럽게 수민이에게 윙크를 날리는 것이다.
버릇인가? 넉살이 좋다고밖에 다른 그 어떤 표현도 없다. 능글맞은 이 미소가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수민이는 등줄기에 벌레가 기어다는 기분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덧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며 일에 열중하다보니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때 박 과장이 문을 열고나오며 “이제 그만 회식 자리로 가지?”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수민이는 회식? 이라는 말에 지금도 불편한데 이런 모습으로 회식을? 말도 안된다고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언제 회식 한다고 그랬냔 말이다.
“어! 자네는 하던 일 마무리 짓고 오도록 하게!”
아까 늦게 회의 시간에 들어오고 나에게 윙크를 날리던 남자에게 박 과장이 지시를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 남자가 내가 변하기 전에 상황인 박 과장의 밥이 된 것 같다.
그랬지.……. 저렇게 무시당했지.
“아! 네! 금방 끝마치고 가겠습니다. 이따들 봐요!”
다른 점이라면 같은 상황인데도 그는 활기차 보이고 씩씩해 보였다.
그런 모습에 나가는 무리들 사이에 수민이는 따라 나가며 살짝 뒤돌아보았는데 눈이 마주친 그는 씽긋 웃으면서 내게 경례를 해보이는 것이다.
수민이는 깜짝 놀라며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무리에 섞여 나갔다.
회식이 어느덧 무르익을 때쯤 한 사원이 미션 게임을 재안하는 것이다.
모두들 재밌겠다며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외쳐댄다.
그런데 빈병이 돌아가면서 나에게로 멈추는 것이다.
“첫 키스는 언제?”
게임을 재안하던 남자 사원은 짓굿게 질문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다.
모두들 첫방부터 너무 쌘데! 우! 이러면서 눈빛을 빛내며 소몰이 소리를 낸다.
나는 뭐라 할말을 찾으며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그 남자가 끼어들며 흑기사! 자기가 외치는 것이다.
모두들 아우성을 치며 우…! 안돼! 야유를 보내는 것이다.
내 첫 키스 이야기가 뭐가 그렇게 듣고 싶은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다.
계속되는 나의 우물쭈물한 태도에 금방 싫증이 났는지 나의 의사는 전혀 안 물어보고 지들끼리 흑기사 인정! 이런다.
승낙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 앞에 놓여있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켜 머리위로 흔든다.
우! 또 소몰이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쳐대며 빈명을 돌려대는 사람들…….
그 엘리베이터 남자는 자기만족에 취해서 빈잔을 내려놓으며 내게 미소 지어 보이는 것이다.
순간 내 가슴이 크게 두근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저 미소에 내 심장이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변태도 아니고…….’
수민이는 머릿속의 생각을 지운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본다.
그때부터다. 그 엘리베이터 남자의 이름은 김혁이다. 남들에게 호감을 주는 혁은 박 과장이 아무리 뭐라고해도 속없는 사람처럼 미소 지으며 진지하게 경청을 하던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이나 다시 열심히 해보이겠다며 대답하는 모습에 박 과장의 살벌한 사기도 저하 시키는 능력이 있다.
수민(수연)이는 생각해 본다. 같은 상황인데도 저렇게 받아 들일수도 있구나.
조금 무거운 짐이 생긴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흑기사를 자청해 짐꾼이 되어주며 야근으로 좀 늦은 귀가를 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택시를 잡아서 같이 타고 수민이가 내려서 집 앞에 들어가는 것 까지 본 뒤에 떠나는 것이다.
이렇듯 서서히 수민이 생활 곁에 스며드는 그가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것이 당연한게 현 모습은 여자인 것이 확실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늠늠한 모습의 남자로 살아왔는데 머릿속의 사고까지 하루 아침에 바뀌기는 힘든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바뀌어 있는데 왜 나의 생각은 안 바뀌어 있는지 괴로울 뿐이다.
어느 정도 적응은 됐다고는 하지만 가끔가다 나오는 남자의 근성은 못 버렸나보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려 한다던가. 일에 열중해 있다가 우연히 담배를 쥐는 듯한 손 모양을 잡는다던가. 치마 입은걸 잠시 잊고 다리를 모으지 않는다던가.
어느 날은 버스 안에서 왠지 모를 불쾌감이 들어 뒤를 살짝 돌아보니 그렇게 인파가 많은것도 아닌데 바로 뒤에 가까이 한 남자가 거칠고 뜨거운 콧김을 내 목덜미에 흘려 보내며 버스가 흔들릴때마다 자연스럽게 스킨쉽이 될 수있게 붙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 이럴때 여자들의 반응은 옆으로 조심스럽게 피하던가 아니면 소리를 지르던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난 변태란 사실을 안순간 주먹부터 나갔다.
아마도 이가 두개정도 부러졌을 것이다.
그 상황을 다 보지 못하고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 서자마자 내렸으니까…….
입에 피를 머금고 그 변태 녀석은 떠나는 버스 창문을 열어젖히며 “너 이년!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둘 꺼야!” 억울한 마음에 협박을 해보지만 떠나는 버스와 함께 그 소리는 무의미하게 메아리쳤다.
수민이는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여자란 불편한게 한두 개가 아니구나.’ 혼자말로 중얼댄다.
그 순간 잠깐 김혁 그 사람을 떠올렸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어 웃음이 난다.
‘내가 왜 이러지? 진짜 여자가 되려고 그러나?’
버스 정류장 앞에 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속에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쳐들고 있는 남자가 고개를 살짝들어 버스를 기다리며 멍하니 서있는 수민이를 쳐다본다.
수민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 바로 김혁과 사귄지 일년이 되어서 프러포즈를 받고 양가 상견례도 마치고 결혼 날짜를 잡고 혼수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결혼식 며칠을 앞둔 어느 날 잠자리에 들기전 반지를 내려다보며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다.
얼마 전 반지를 맞추러 간날 끼고 있던 반지를 그만 빼고 새로 맞추는 반지들을 껴보자고 혁이 말할 때 수민이는 깜짝 놀랐다.
빠질 수 없는 반지…….
갑자기 아주 중요한 약속을 잊었었다며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등 뒤에서 들리던 혁의 소리를 못들은척 무시한 채.
멍하니 반지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디서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수민이는 불을 켜며 거실로 나오며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살펴보다 현관에서 나는 소리에 겁먹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밖에 상황을 작은 구멍으로 내다봤다.
‘헉! 젠젠!’ 그다!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무슨 일인가.
“안녕! 오랜만이야! 풉! 이쁜데! 아주 이뻐!”
젠젠은 마치 자기 집인데 잠깐 외출했다 돌아온 사람마냥 신발을 벗고 거실 소파에 자리 잡고 앉는 것이다.
처음 봤을 때는 냄새나는 거지의 모습이더니 지금의 모습은 검은 세미수트 차림에 하드 왁스를 발라 멋스럽게 올려 세운 머리는 정말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결혼 한다며? 축하해!”
“지금 내 모습을 보고도 잘도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군.”
수민이는 잘 풀려가지 않는 생활 속에서 잠시 남자보다 여자의 인생이 낳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잠시 생각한 것 같은데 의식 밑바닥에서는 힘든 상황이 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었나보다 그러니 여자가 되었겠지. 수민이는 기억 할 수도 알수도 없다. 그저 그런 결론에 돌달해 수긍할 수밖에…….
젠젠이 찾아온 이유는 결혼 하는 순간에 반지 교환을 할때 자연적으로 반지가 빠질 것이라고 알려주려고 온 것이다.
“반지가 빠지는 순간 마법은 풀리고 아무 의미가 없는 반지가 되지. 그럼 나도 마법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 마법이 풀린 반지는 기념으로 가지라고…….”
수민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법이 끝나는데 기분이 좋아야 할텐데 왠지 서운함과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뭐지?
젠젠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폐인이 되다시피 거지의 모습이로 다 쓰러져가다가 마지막 희망의 미끼를 던진 것이 우연히 눈에 뜨인 수민이를 발견하고 접근한 것이었다.
젠젠은 반지의 임자를 잘 만나서 마법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며 수민 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내일 보자며 나갔다.
결혼 전날 왠지 떨려오는 마음에 잠을 설쳤다.
겨우 잠을 자다 엄마의 깨우는 목소리에 잠에서 깨며 수민이는 두 팔을 뻗어 하품을 늘어지게 한는데 왠지 굵은 음성이 들린다.
엥? ‘아!…….아!’ 응? 불안한 마음으로 거울앞에 다가서다 놀라움에 굳어졌다.
거울앞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수민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이지?”
문 밖에서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가 가까워지며 방문의 도어를 돌리는 순간 정신을 차린 수민이는 급하게 방문을 잡아 보았지만 이미 늦은 방어는 헛 몸동작에 불과했다.
문이 열어젖히는 순간 같이 딸려서 넘어지고 마는 수민이다.
“ 너 왜 그러니? 어서 신부 화장하러 가야지 여태 준비를 안하고 있으면 어떻하니? ”
지금 엄마가 볼 때는 수민이의 모습이 여전히 수연이로 보이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거울을 들여다보아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수민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엄마와 친척들이 들이 닥치더니 빨리 미용실로 안 간다며 수민이를 끌어냈다.
어느덧 신랑이 식장 안에 들어가 있고 신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민이는 어색한 걸음을 내딛었다.
‘그래. 나만 이렇게 보이는 거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여전히 수연이의 모습으로 보이니까 괜찮아. 괜찮아.’ 라며 수민이는 열심히 머릿속으로 자기 최면을 거는 중이다. 그러면서 신랑이 서있는 식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례사의 지시에 의해 반지 교환이 있는 시간이 되었다.
신랑인 김혁은 보기 안좋치만 신부의 의사에 따라 결혼식 당일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고 결혼 예물반지를 껴주기로 약속했었다.
조심스럽게 수민이의 손가락 사이에서 반지를 빼내고 있는데 반지에서 빛이 발산되는 것이다.
놀라운 건 천천히 김혁에 의해서 손가락 사이에서 반지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서서히 마법이 풀려나가고 있었다.
수민이는 더 이상 수연이 모습이 아니고 하객들과 주례사, 신랑의 모습도 환하게 웃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하객들 속에는 아이 둘이 장난을 치다가 신부가 건장한 청년으로 그것도 콧수염이 있는 모습에 놀라서 울음보가 터지고, 어떤 아저씨는 놀라움에 딸꾹질을 해댔다.
경악과 놀라움에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무도 이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할 수도 이해 할 수도 없었다.
그동안 다니던 회사는 계속되는 부재로 인해 사표 수리가 되고, 부모님은 놀라움과 소문 때문에 이사를 하시고 집밖을 나서는 것을 꺼려하셨다.
수민이는 자기 코가 석자이긴 하시만 걱정이 되는 마음에 부모님께 전화를 안부를 물었다.
부모님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안정을 취하시고 싶다며 아는 지인들과도 잠시 연락두절인 상태로 수민 이에게도 잠시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면 소문이라는 것은 잠잠해질 거라고 끼니 거르지 말라는 말씀을 남긴 채 전화를 끊으셨다.
한달이 흘렀다.
현관문을 있는 힘껏 누군가 두들기고 있었다.
소파위로 길게 엎어져 미동도 없던 수민이는 문이 부서져라 두들기는 소리에 작은 등받이 쿠션을 끌어다 귀를 막다가 점점 커지는 소란스러움에 어쩔 수 없이 부스스 힘없이 몸을 일으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문에 걸쇠가 풀어짐과 동시에 젠젠이 문을 밀고 들어온다.
"뭐야! 이렇게 폐인이 될 필요는 없잖아."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처럼 보인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지만 나쁜 상황으로 내딛지는 않았다는 뜻이야."
"내겐 충분히 아주 최악의 상황이라구! 난 성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이건 한번 아프고 마는 감기 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수민이는 화가 나서 젠젠에게 소리쳤다.
"미안해!……. 너에게 혼란을 줘서 ……."
"……."
"결혼식장에서 떨어져있던 마법의 잔지야!"
"그걸 왜 주워온거야! 보기도 싫어! 저리 치워!"
"마법은 사라지고 그냥 평범한 반지로 돌아 간 거야. 걱정 말고 간직해줘!"
수민이는 긴 소파로 돌아가더니 젠젠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누웠다.
그런 수민이를 내려다보며 우물쭈물 무언가 말하려고 망설이는 젠젠이다.
"나 이제 마법의 세계로 돌아가. 난 너가 날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 반지가 웬수 같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난 지금 너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이 반지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수민이는 갑작스럽게 통보하다시피 마법의 세계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에 움찔 놀랐다.
왜 녀석이 돌아간다는 말이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난 마법 반지를 낀 사람들이 불행해져서 죄책감으로 제정신이 아닌 채 지상에 내려와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어. 그러다 너를 본거야. 왠지는 모르지만 너를 보는 순간 마법 반지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너라는 생각이 든 거야."
"……."
"다행이야. 내 생각이 맞아서……. 네 소원이 좀 엉뚱하긴 했지만 그렇게 계속 있고 싶었던건 아닌 것 같군. 이제 제 자리를 찾아서 다행이야. 소문은 금방 잊어져……. 아마 얼마 있으면 사람들은 기억조차 못할 거야. 미안하다. 너에게 안 좋은 추억만 안겨줘서 우린 좋은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는데……. 그만 가볼깨. 잘 지내라구……."
조용히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수민이는 자는척하던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서 앞에 놓여있는 반지를 주어들고 젠젠의 뒤를 급하게 쫒아갔다.
막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는 찰나에 누군가 급하게 뛰어나와 버튼을 눌러 닫히려는 문을 제지했다.
"어딜가! 어딜가냔말야! 나! 너 못 보내! 이렇게 왔다 갈꺼면 내 앞에 왜 나타나서 혼란을 준거냔 말이야! 물어내! 내 기억들! 물어내란 말이야!……."
"……."
이웃 아주머니 두명에 아이 한명, 그리고 배달원 한명과 젠젠이 놀란 얼굴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는 갑작이 지르는 소리에 어른들과 같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 울음보가 터져 엄마의 치마단을 붙잡고 징징거리고, 피자 배달원은 듣고 있던 MP3 이어폰이 떨어지며 딸꾹질을 해댄다.
"풉!!"
젠젠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엘리베이터 문을 부여잡고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수민이의 모습이 너무 귀엽기도하고, 재밌기도해서 웃음이 터지려는걸 참으려고 하는데 자꾸 입 사이로 삐져나는 웃음소리에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젠젠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놀라있는 사람들에게 손 인사를 했다.
여전히 우는 아이와 딸꾹질하는 배달원, 흥미로운 사건을 발견 했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아줌마들 사이로 문이 닫혔다.
"넌 흥분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주 위험한 발언을 한거야! 아마도 낼쯤은 이 동네에 파다하게 너랑 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이 날걸?"
"뭐야? 웃기지마!"
"진짜라니깐! 아까 아줌마들 시선 못 봤어? 완전히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는데…….거기에 배달원까지 같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으니 소문이 그쪽으로 나는 건 시간문제라니깐."
젠젠은 완전 신이 나서 수민이를 놀렸다.
수민이는 손안에 가지고 있던 반지를 창문 밖으로 집어 던졌다.
"이게 다 이 반지 때문이야! 이 재수없는 반지 필요없다구! 그리고 내가 네가 좋아서 붙잡은 줄 알아? 넌 날 도울 의무가 있단말야. 내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말이야!"
"좋아! 마법의 세계로 돌아가는걸. 잠시 보류하고 이 몸께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지!"
"섬심쓰듯 얘기하지마!내가 제자리를 찾을 적응기간만 도와달라는 말이야! 그 뒤에는 내가 싫어!"
"알았어! 알았다구!어서 들어가자. 배고파!"
"너에게 줄밥은 없어!"
"어허! 밥도 안주고 잡는 건 말도 안돼! 먹는 것 가지고 쫀쫀하게 굴거야?"
"누가 쫀쫀하다는 거야!"
젠젠과 수민이는 티격태격하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새벽녘에 젠젠은 물을 마시러 거실에 나오다가 문이 반쯤 열려서 커튼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문을 닫으러 다가섰다.
그때 빗자루를 탄 누군가가 젠젠의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다.
"무무?"
"응! 나야! 젠젠 왜 마법세계로 안돌아 오는 건데? 너무 안오는 것 같아서 내가 걱정되서 찾아왔어."
귀여운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무무는 사실 젠젠과 마찬가지로 건장한 남자다.
"너 왜 그런 모습인거야!"
"아! 이것? 풉! 내가 무지갯빛 지렁이와 납작 뚜껑 풍뎅이 놈을 드디어 찾아내서 마법 요리를 했더니 드디어 변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알아냈어. 그보다 왜 안오는건데?"
"아! 내가 좀 책임질 일이 생겨서 말이야. 그보다 말이야……."
무무에게 바싹 다가서며 은밀하게 말하는 젠젠.
"으악~~~~!!이게 뭐야! 이게!……."
젠젠은 등을 보이며 계속 자는 척을 하는데 수민이는 바락바락 있는 데로 소리를 지르더니 젠젠을 마구 흔들어 깨워댔다.
"당장! 일어나봐! 마법이 왜 아직 안 풀렸냔 말이야! 내가 왜 또 여자가 되어있냔 말이야! 반지도 안 끼어져 있는데……. 으악! 미치겠네!"
젠젠은 어깨가 들썩이며 눈물까지 머금고 웃음이 나려는 것을 이불을 쥐어짜면서 참고 있었다.
젠젠은 장난기가 발동해 무무에게 마법 물약을 얻어내어 수민이에 몰래 먹였던 것이다.
“잊지마! 마법 효과는 일주일이라구!”
무무의 말이 떠오른다.
적응의 시간이 다소 길어질 것 같은 수민이다.
한 여학생이 아파트 입구에서 급하게 뛰어 나오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급한 마음에 양손을 집었는데 왼쪽 손바닥이 아프다.
넘어져 아픈 다리와 옷을 털며 왼손 바닥에 걸렸던 반지 하나를 발견한다.
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