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기 서울지식재산센터 변리사
'TWG'가 홍콩에서 분쟁에 휘말린 사연
'TWG'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차(茶)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TWG는 2008년에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회사로 'The Wellbeing Group'을 의미한다. 비록 그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처음부터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한 고급화 전략을 통해 현재는 14개국에 걸쳐 상점(tea boutique)과 카페를 운영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회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 본사가 위치한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홍콩을 방문하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TWG의 상품은 기념품 또는 선물용으로 매우 인기가 높다.
그런데 홍콩에서 TWG 숍을 방문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들이 애초에 알고 있던 TWG라는 명칭이 홍콩에서는 조금 다르게 사용된다는 사실에 궁금함을 느끼기도 하고, 선물로 받은 사람들은 심지어 모방품이 아닌가 의문을 품기도 한다. 이는 싱가포르에서 사용되는TWG 상표와 홍콩에서 사용되는 TWG 상표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본사와 홍콩의 TWG 상표 비교
싱가포르 본사의 TWG 상표
| 홍콩에서 사용되는 TWG 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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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공식 홈페이지
위 표를 보면, 표 왼쪽의 싱가포르 본사의 상표는 The Wellbeing Group을 의미하는 애초의 의도대로, 중앙부에 TWG가 커다랗게 표기돼 있고, 그 아래에 tea가 표기돼 The Wellbeing Group이 판매하는 tea라는 것이 잘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표 오른쪽의 홍콩 TWG는 중앙부에 단지 WG만 표기돼 있고, 그 상단에 TEA가 표기돼 있어서 The Wellbeing Group의 약자로서의 TWG라는 것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TWG는 설립 시부터 전 세계 차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한 럭셔리 글로벌 브랜드를 표방한 회사이다. 이러한 글로벌 브랜드는 하나의 브랜드명, 심벌 등을 통해 세계의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TWG가 홍콩에서 본사의 상표와 다른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이런 글로벌 브랜드 전략에 비추어 보면 이례적인 경우임이 틀림없다. 또한 The Wellbeing Group 약자로서의 TWG라는 정체성을 약화시키면서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로서의 장점은 잘 보이지 않는다.
TWG가 홍콩에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국가별로 권리를 확보해야 하는 상표권의 특성 때문이다. 상표권은 자신의 상표를 자신의 상품에 사용하는 권리로서, 자신의 상표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마다 상표권 등록을 받아야 한다. TWG도 싱가포르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스라엘, 캄보디아 등에서는 모두 본사의 상표 그대로 등록을 한 바 있다.
그런데 홍콩에서는 2006년에 Tsit Wing Group이라는 곳에서 이미 TWG라는 명칭에 대해 홍콩에서 상표권을 등록해 선점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송 끝에 TWG는 홍콩에서 자사의 상품에 TWG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명칭을 변경하기에 이른 것이다.
상표권 확보의 원칙
상표권은 특정한 상표를 어떠한 상품에 쓸 권리가 독점적으로 설정돼 있는 것이며, 원칙적으로 원하는 국가마다 개별적으로 설정 등록해야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원하는 국가에 상표를 등록하고자 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상표가 자신이 사용하고자 하는 상품에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상표 등록이 가능한지는 크게 두 가지 원칙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첫 번째는 해당 상표를 등록하려는 국가에서 해당 상표가 식별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식별력이란 자산의 상품이 타인의 상품과 구별 가능하게 해 주는 힘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당 상품의 보통·관용 명칭, 성질을 표시하는 명칭, 유명한 지리적 명칭 등을 말한다. 또한 특정인이 독점할 경우 오히려 자유경쟁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명칭은 해당 국가의 언어 습관 등을 고려해 네이밍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해당 상표를 등록하려는 국가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이미 존재하는지를 봐야 한다. 상표 출원 전 가장 주의해야 할 단계이다. 만약 상표가 식별력이 없어서 등록이 불가능하다면 단지 해당 상표의 독점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 그치지만,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이미 존재한다면 독점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표권 침해의 책임까지 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상품 출시 일정에 쫓기거나 유사상표 검토에 드는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이 과정의 검토를 소홀히할 경우 추후 상표권 침해 문제 등으로 시간과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될 수도 있음을 감안하면, 철저하게 사전 검토를 통해 문제점을 미리 제거하는 진행해야 할 것이다.
상기 TWG 사례는 홍콩이라는 중요한 시장에 대해 상표권 확보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 볼 수 있다. 상관없는 사람들에게야 가십거리이고 일종의 해프닝으로 비칠 수 있겠으나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명칭을 변경하는 데 드는 비용, 법률 비용 등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그간 TWG라는 명칭으로 진행된 마케팅 기회비용과 명칭 변경에 의해 유발되는 소비자의 혼란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브랜드 신뢰도 하락을 불러오는 뼈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주요 국가에 대한 상표권 확보 방안이 함께 검토해야 하고, 본격적인 마케팅 시점 이전에 최소한 상표출원을 완료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해외출원은 국내출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소요되므로 상표권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는 공감해도 실제로 출원을 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해외 상표권의 경우, 마드리드 조약에 의거한 국제상표출원제도를 통하면 개별국 특허청을 통해 일일이 출원과 등록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신속하게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다.
마드리드 조약에 의한 국제상표출원제도는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라는 국제기구에 상표출원서를 제출하는 절차에 의해 시작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WIPO에서 출원인이 원하는 국가에 상표등록을 위한 심사를 위탁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출원인 입장에서는 출원 시에 출원비만 지불하면 각국 특허청에 별도의 비용을 납부하지 않고도 상표권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추후 상표권 갱신 시점이 도래했을 경우에도 WIPO에만 소정의 비용을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관리 비용이 각국에 개별적으로 등록했을 경우에 대비해 훨씬 저렴한 장점이 있다(이러한 장점은 단순히 WIPO를 경유해 각국 특허청에 진입해야 최종 절차가 마무리되는 국제특허(PCT)에 비교해 특기할 만하다).
맺음말 - 상표권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기업이 경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잘 분배해 사용해야 한다. 이는 지식재산권 확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비용만 충분하다면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종류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 걸쳐 각종 권리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의 경영 활동은 항상 시간과 비용의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상표권은 여타 지식재산권에 비해 독특한 특성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반영구적인 권리라는 점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수명은 20년에 불과하고, 매년 신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내재된 가치에 감가상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표권의 경우 기업의 성장곡선에 따라 그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특성을 가진다. 즉, 100년이 된 기술의 현재 가치가 0원일 수밖에 없는 데 반해, 100년이 된 상표의 현재 가치는 경우에 따라 그 기업의 브랜드를 제외한 모든 자산의 가치를 합한 것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상표권 확보의 중요성을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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