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성급하게 세상을 말랑하게 본 듯하다 작은 인기에 본심을 잃을 정도면 작은 일만 하는 게 낫다. 무학산(회원)
어제(2.7.) 한동훈 국힘당 비대위원장이 관훈토론회에서 “4월 10일 이후 이기든 지든 제 인생이 꼬이지 않겠나. 저는 그것을 알고 나왔다”고 말했다. 타인이 스무 고개 하듯이 한 말을 듣는 이가 어떻게 그 속뜻을 거울 보듯 환히 알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상식적으로 판단하자면 기쁜 마음에서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결전을 앞둔 장수가 저렇게 말한 것에 우리 같은 길거리 사람은 불길한 생각이 든다.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배수진은 왜 치나? 사세가 유리하지 않다고 여길 때 그렇게 한다. 한동훈이 이런 처지가 될 줄 몰랐다. 그가 처음 정치인으로 나섰을 때에는 그의 인기가 태풍이 호우를 몰아가듯 마치 일진광풍이 이는 것 같았다. 천하 만세를 덮는가 했으나 이제 스스로 저런 말을 하게 됐으니 "초장에 흥한 사람. 막장에 망한다“는 항설을 한동훈이 증명이나 해주는가. 왜 이렇게 됐나?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의 발언 하나를 문제 삼아 그를 짓뭉개 버린 것이 첫째 원인이요. 5·18 헌법 수록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고 혼자서 잘라 말한 것이 두 번째 원인이요. 아직 자기 때가 이르지도 않은 수신(帥臣)의 위치에 있으면서 군왕에게 대든 것이 셋째 원인이다. 첫째와 둘째는 민주주의를 잊은 흠이고, 셋째는 군신 간의 의리를 잊은 흠이다. 저런 언행을 안 할 것 같았던 사람이 저렇게 했으니, 본디 본심이 바로 서지 못했거나 아니면 본심을 잊었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민주주의 신봉자가 아닌 것 같아도 보이고, 강상(綱常)에 뜻이 없는 사람 같아도 보이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큰 것에도 독단적이었으니 더 볼 것도 없지만 작은 인기에 본심을 잃을 정도면 작은 일만 하는 게 낫다. 정도(政道)는 구차하게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기미를 보고 점을 칠 수 있고, 형편을 보고 헤아릴 수 있고, 그 실천을 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 제대로 점치고 제대로 헤아리고 제대로 움직여야 비로소 정치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동훈은 너무 성급하게 세상을 말랑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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