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목련
니힐
부제처럼 나는 지금 겨울에다
한그루 나무 목련을 심습니다
아실 테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나무는 말라죽어요
그러니까 나의 말라죽은 상상력은
꽉 낀 청바지를 입은 궁둥이 마냥
불편합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에다 헐렁한
나를 끼워 맞추려니
뿌리가 성할 리 있겠습니까
생각의 뿌리부터 다시 추슬러야 합니다
말 못 하는 생명을 두고
일방적인 외사랑과 자아도취에 젖어
쓸모없는 물 주기나 명분 없는 가지치기로
나무를 혹사하지나 않았을까
바싹 마른 입을 드러낸
뿌리
불쑥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겨울목련에 대하여 나는 심사숙고하여
고친 말을 글밭에다 다시 심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저 목련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 눈에
반짝하고 꽃망울을 맺지 않겠습니까
나는 여태 저토록 굵고 가는 붓을
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하늘에 매달린 붓을 붙들고
알 수없는 문장을 달달 떨면서
필력을 날려보지만
털모자를 언제 벗을지
저도 꽃도 모릅니다
허공에 달린 고드름처럼
태양의 온기를 맞아
주르륵 녹아내릴 문장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그러니까 목련은
다시 올 봄을 생각하며
붓처럼 가늘고 긴
생각을 키우고 있었네요
그 생각들이 햇볕을 보며
쑥쑥 자라나
명지바람을 키우고
쓰레기를 뒤적이고
침을 뱉고
오줌을 누고
눈을 마주치며 세상일 다 그런 거야
소란을 피웁니다
나무는 입 닫고 조용히 있는데
나만 부산을 떨며 소란을 떨고 있네요
하하하
겨울목련은 이 세상에
피지 않는 꽃
찰나의 만다라처럼
시인의 마을에만 잠깐
왔다 가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