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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으로 몰아가는 윤석열의 한미일 동맹외교
이래경 다른백년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이어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한미일 삼국 정상회담의 모습은 현재의 대한민국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위험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가를 절감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러 미디어들이 충분히 취급했으니 각설하고, 한마디로 도적질한 자가 "도둑이야"를 외치고, 불을 낸 자들이 "불이야"라며 설치고 다니며, 나라를 완전히 거덜 내는 자가 후안무치하게 애국자 행세를 하는 형국이 되었다.
자유를 쓸데없이 반복적으로 외치는 자가 자유를 훼손하고, 가치를 운운하는 하는 자가 바로 가치를 등쳐먹는 사기꾼이라고 어느 저명 인사가 이야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억이 틀리다면 오늘이라도 ‘그렇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서 필자가 다시 확인하는 바이다. 자고로 자유는 스스로 행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요, 가치라는 것도 세월이 지나면서 스스로 진가를 드러내는 법이다.
춘추전국 시절 오나라의 전설적 장수이자 전략가인 손무는 전쟁의 승패를 예량하고 병법을 행하기 이전에 도 천 지 장 법(道 天 地 將 法)의 5가지 요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하늘의 뜻 즉 명분을 세운 후, 국제적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 속 각국의 이해와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올바른 지도력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조직과 군대를 움직여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필자 나름대로 이를 해석한다. 이러한 잣대로 지난 8.15 연설과 눈앞에서 진행되는 한미일 (준)군사동맹에 대해 몇 마디 평해보고자 한다.
처가, 법비 집단, 곡학아세 언론인들만을 위한 ‘자유’ 타령
우선 윤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자의적 자유는, 정치적인 의미에 있어 깨어 있는 민주시민들을 향해 던진 협박이요 공갈이자, 자신과 처가를 위한 자위적 수단일 뿐이다. 편향된 기소권에 중독된 법비 집단들이 망나니 칼날을 휘두를 자유는 있을망정, 지휘 계통의 불법에 올곧게 저항하는 해병대 수사단장이 행사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금기의 단어이다. 지록위마의 굴신과 곡학아세의 처신에 능한 언론인들에게는 출세의 통로로 역할을 할지언정, 시대를 고발하는 정론직필의 의인들에게는 때아닌 빨갱이 소동의 포장물로 악용될 뿐이다. 그러나 진실의 자유는 오로지 더 많은 자유를 위해서만 스스로 발언하거나 또는 자제할 뿐이다.
경제적인 의미에 있어서도 입만 열면 인용하는 프리드만식 금융중심·시장만능의 자유는,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하여 폭로되고 입증되었듯이, 수십 억 인류를 심각한 양극화와 빈곤으로 몰아 넣었고 대한민국의 일반 시민들을 상시적으로 불안에 떨게 하는 주범이다. 한 예로 칠레의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린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이 채택해 칠레의 시회경제 체제를 완전 붕괴시킨 사회경제 정책이, 프리드만을 신봉하는 소위 시카고 학파 집단이 강요한 시장자유주의 ‘바로 그 자체’였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오늘 시점에, 철저하게 실패하고 모든 이에게 고통만을 강요한 것으로 확인된 망할 놈의 시장자유주의를 이 땅의 대통령이 된 인물이 성찰과 검증 과정도 없이 무책임하게 외쳐대니, 참으로 황당할 따름이다.
이는 1%의 가진 자들을 위해 대다수 시민을 배반하면서 완전히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는 정권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온갖 한국경제 지표들의 재앙적 수준이 이를 또한 반증한다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가서 ‘한미일 삼국의 공동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상대 국가들과 가치공유’를 언급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군국주의 집단이 ‘대동아 공영권’라는 구호를 내세워 우리를 수탈해온 뼈아픈 역사를 경험한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므로 ‘가치’ 운운의 배경에 이미 무엇인가 의도적 혐의를 한 자락 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선 일본에 대하여 말하자면, 우리 민족의 역사를 관통하는 용어는 온통 ‘웬수같은 왜구놈’이요 ‘개같은 왜적’일 뿐이다. 통일신라를 이루었던 문무왕이 얼마나 왜구에게 시달렸으면 자신의 시신을 바닷물 속에 잠긴 대왕암에 묻도록 해 죽어서도 왜구를 경계했을 것이며, 일본이란 존재가 얼마나 지독했으면 동학의 창시자 수운선생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같은 왜적놈’이라는 표현을 되풀이 했을까? 구한말 이후에도 영일동맹과 가쓰라-태프트 조약을 빙자하여 조선반도를 병탄하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온갖 수탈과 억압을 일삼았다.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숨 죽이고 지내더니 한국전쟁을 구실 삼아 또 다시 영국과 미국에게 빌붙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면죄부를 받고 기고만장하는 일본국이 아니던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함께 걸어가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고 있다. 2023.8.18. AFP 연합뉴스
‘개 같은 왜적’의 병탄을 방조한 것이 미국 아닌가
백 번을 양보하여 오늘에 이르러 이웃국가로서 가능한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라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서로의 국익을 위한 선택이요 결정이어야 하지, 어찌 군국주의 속내를 버리지 않은 일본 극우세력들과 가치를 공유하며 나라의 장래를 함께 운운한단 말인가. 오히려 일본 내의 반전평화 시민세력들과 연대의 틀을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미국 역시 지난 백여 년 간 한반도 이 땅에서 행한 악역을 되돌아 살펴보자면, 넉살스럽게 동맹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내세울 처지가 아니다. 구한말 당시 명백히 조선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조미수호조약에 따라 도움을 주었어야 마땅함에도 뒤에서 오히려 일본과 밀약을 통해 적극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일본을 지원했음이 점차로 밝혀지고 있다. 해방 공간에서도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38선 획정을 기획했고, 대구와 제주 등지에서 항쟁을 유발하며 내전적 상황을 유도하거나 촉발시킨 장본인에 다름이 아니었다.
다행히 한국전쟁과 이후 경제개발의 과정에서, 미국 자신의 이익 때문에 그랬다 치더라도, 미국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역할과 기여를 한 점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전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갖 구실로 전시작전권의 반환을 미루면서, 유엔사와 한미워킹그룹 등을 통하여 남과 북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제지하고 방해하는 것은 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심대한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미 군사력 분야에서 세계 6위라고 평가받는 강력한 중강 국가로 스스로를 방위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가.
통상 동맹이란 강대국이 안보와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위상을 유지 강화 확대하고 자국의 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주변국을 주위에 배치하고 행동의 범위와 경계를 제한하는 일종의 굴레이자 제약이다. 온갖 불이익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불안한 전쟁 가능성에 대한 억지력이라는 측면에서 지난 세월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구조가 해체되었음에도 한반도는 정전상태라는 유사전쟁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종당에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일차적 책임은 명백하게 미국에게 있다. 동맹을 강요하고 더욱이 위협적인 한미군사훈련을 한층 강화하면서 한사코 정전상태를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 너머 동북아에서 일고 있는 전쟁 위기감의 배경 역시 미국이 추구해온 군사력 중심의 한미일 동맹체제 강화에 있다. 강대강의 대치는 결국 비극적 결말로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미 간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강요된 동맹이 아니라 서로의 이해에 기초한 평등한 상호조약으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끝을 향해 가는 미국의 단극적 패권체제
국제적 상황의 전개는 이미 미국의 단극적 패권체제의 종말을 분명히 예고하고 있다. 군사문제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시카고 대학의 석좌 교수인 미어샤이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자는 확실하게 러시아가 될 것이며, 미국과 서방연합은 자신들의 전략적 패착으로 인하여 향후 오랜 기간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이 남반구의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였고, 영국 외교장관 출신으로 국제구조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밀리밴드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 기고 칼럼에서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 및 서방의 일방적 확신은 다른 세계 국가들에겐 회의 내지는 최악의 경우 경멸의 대상이다. 이들 세계 국가의 입장 차이는 옳고 그릇됨에 대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냉전 종식 이후 서구 주도의 잘못된 세계화에 대한 남반구 국가들의 깊은 좌절의 산물, 사실은 분노이다”라고 적고 있다.
한때 미국의 맹방이었던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의 화려한 변신, 미국의 강압을 뿌리치고 지역의 이해를 방어하기 위해 단호한 행보를 보이는 아세안, 한때는 미합중국의 뒷마당으로 불렸던 남미 국가들의 독자적인 연대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움직임 그리고 남반구 40여 개 국가들이 몰려가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모습 등은 국제질서의 거대한 변화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개별 국가의 분주한 새판 짜기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이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풍향이 급변하는 상황이며, 손무가 언급한 도 천 지(道 天 地)라는 핵심요소, 즉 세상의 기세가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큰 동남풍이 불고 세계가 상호적 다자주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과거 회귀의 패권적 헤게모니를 상징하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신냉전의 퇴행적 동맹 놀음에 빠지다니! 도대체 미국과 가치를 공유한다 하는데 과연 삼류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있는 미국이 오늘 대한민국 우리에게 공유할 만한 유의미한 미래의 내용을 제시하기는 하는 것인가? 할 수는 있는 것인가?
정치는 시대의 정신을 읽어내고 미래의 비전을 세우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장래와 젊은 세대들의 희망을 위하여 주춤한 북방정책을 다시 강화하고 붕괴 위기에 처한 신남방정책을 살려내어 인도와 아세안을 품고 유라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미주 대륙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런데 무지함을 넘어선 좀비 수준의 윤석열 정권의 정치 외교 행보는 위국위민(爲國爲民)이 아니라 몽매에 빠져 나라를 한미일 동맹이라는 망국지경의 함정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젠 중단시켜야 할 시점이다.
시대정신 읽고 미래 비전 세우는 정치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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