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분장
새 학년 업무분장 및 담임 발표를 했다.
나는 일단 기존의 업무를 희망했었고 희망대로 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업무분장 발표내용을 보니 황당하다.
원래 업무의 일부가 빠지고 엉뚱한 업무가 들어와 있는 거였다.
너무 황당해서 후배 영어선생에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했더니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교무부장에게도 한마디 하니 대답할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그래서 바로 교감선생님에게 말씀드리니 새 교장선생님의 뜻이라고 일축해버린다.
이런 난감한 일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요란함으로 속이 부글거린다.
결국엔 이 일이 내 차지가 되어버렸구나....
체념도 나온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도 그런건가???
여러가지 생각에 요란함으로 요동치는 마음 가운데 번뜩 정신이 든다.
이미 업무분장은 발표되었고, 내가 영어과인 이상 그 업무를 못하겠다고 항의하는 것도 우스운 꼴로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이고, 다른 누구에게 넘기자니 그도 마땅치 않음이 알아지는 거였다.
‘그래 그렇다면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순간 부글거리던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음을 느낀다.
지난 2년 동안 업무를 담당했던 후배 선생이 올해 결혼을 하게 됨에 따라 얼마 전부터 나에게 올해는 자기가 이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내가 했으면 하는 말을 자꾸 했던 게 떠올리며 더 이상 내가 물러날 자리가 없음을 확신한 거다.
이렇게 한 마음 돌리니 새 교장선생님이 오히려 감사하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영어과 업무는 영어교사에게 기존의 업무에 더해지는 부가 업무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담 업무 부서를 만들어 주셨으니 영어과 전체 입장에서는 보다 더 힘을 얻게 되는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그 일이 사전에 예고도 없이 나에게 떨어지니 황당할 뿐...
그도 한편으로 돌려 생각해보면 영어교사로서 다른 업무에 시간 할애하느니 영어과 업무를 맡게 되면 힘은 더 들겠지만 도움은 되겠다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소문에 교장의 일 추진 성향을 들으니 더욱 더...)
까짓것 일단 부딪혀 보는거야! 그동안 너무 웅크리고만 있었던 나에게 기지개를 켜도록 한번 기운을 넣어본다.
첫댓글 그래요 생각지 않고 있다가 부딪치니 당연히 황당하지요 ...그러나 그 마음을 보고 다시 생각해 보니 오히려 도움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편안해지네요 ...그러니 또 부딪쳐 보자는 용기가 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