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찾아보니 잼있는 글이
있네요.
심심하실 때 읽어보세요 ^^
'갈매기살'의 유래
'갈매기살'은 그 이름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바닷가를 날아다니며 사 는 갈매기[白鷗]새의 고기로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은 삼겹살로 대분할되는 돼지고기의 부위 이름이다.
'80년대 초반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갈매기살을 요리하여 파는 음식점이 매우 드물어서 이 메뉴를 보면 이것이 바닷새인
갈매기의 고기인가?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바다 갈매기의 고기까지 먹는가? 의아스레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갈매기살 고기가 널리 알려져서 이것이 돼지고기라는 것쯤은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돼지의 어느 부위에서 생산되는 고기인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갈매기살은 돼지를
잡아서 갈비뼈[肋骨]를 골발할 때 분리되는 얇고 기다란 형태의 횡격막을 이루고 있는 부위로서, 소고기에서는 갈비로 대분할되는 '안창살'에
해당된다.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와는 특이하게 비계층이 거의 없고 불포화 지방산이라서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
게다가 소고기처럼 쫄깃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과 고기 때깔을 지니고 있어서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이 아니면 소고기의
안심이나 등심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갈매기살 구이 요리는 비계나 돼지고기의 특유한 냄새 때문에 돼지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갈매기살 고기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야 겨우 3∼4백 그램밖에 생산되지 않고, 고기가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겉은 질긴 껍질이 덮고 있다. 그래서 이 고기가 널리 알려지기 전에는 살코기 대접을 받지 못하고 돼지고기의 부산물로 푸대접을 받던
것이라고 한다.
그러던 것이 청계천 일대의 판자촌 철거민들이 서울시에서 마련해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당시에는 광주군)
탄천(炭川) 주변의 여술마을로 쫒겨나 살던 시절에 누군가가 근교 도축장에서 거의 버려지다시피하던 이것들을 공짜로 얻어다가 껍질을 벗기고 다듬어서
불에 구워 팔기 시작했는데 독특한 맛 때문에 예상 밖으로 큰 호평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부터 갈매기살은 성남시의 향토 음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어 분당신도시가 생기기 전인 '70∼'80년대 여술마을에는 20여곳의 갈매기살 전문점이 성황을 이뤘고 서울 미식가들이
원정오며 입소문으로 갈매기살이라는 용어가 전국에 퍼지게 되었다.
'갈매기살'의 한글학
횡격막(橫膈膜)은 젖먹이 동물에만 있는데, 동물의 몸 속에서 배와 가슴을 나누면서 경계를 이루고
있는 근육성(筋肉性)의 막이다.이 막은 동물이 호흡을 하기 위한 근육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대변을 보거나 음식을 토할 때에 복압(腹壓)을
올리는 작용을 하고있다.
횡격막을 우리말로는 '간막이' 또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그런데 '간막이'라는 말은 '칸막이'가
아니라 이것이 몸 속에서 간(肝)의 아래쪽을 막고 있다는 뜻에서 나왔고, '가로막'은 이 막이 뱃 속의 가운데를 '가로 막'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간막이'와 '가로막'에 고기를 뜻하는 '살'이 합쳐진 '간막이살'과 '가로막살'이 오랜 세월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여 부르기 쉽게 어우러져 나온 낱말이 '갈매기살'이다.
지금은 갈매기살이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비싼 값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는데, 갈매기살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물론 고기 맛이 뛰어난 때문이지만 그 특이한 이름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은 갈매기살 고기가 아무리 비싸다고 해도 소고기의 반값 정도면 이 고기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시각적으로나 입 속에서 씹히는 맛으로나 마치 고급스런 소고기를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그때 그 시절
첫사랑의 그 여인과 다정히 거닐던 '갈매기'가 날아다니던 바닷가의 추억을 자연스레 떠올리기도 하고, 이 고기가 '간막이살'이라는
데에서는 어두컴컴한 '칸막이' 밀실에서 진탕만탕 어울려 놀던 그때 그 여인과의 그 일(?)을 회상하며 야릇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면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술잔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면 '가로막살' 고기는 어느새 서로를 '가로막고' 있던 마음의 담을
훌쩍 뒤어넘어 흉금을 터놓게 하는 신비한 효험이 있는 까닭이다.
지금은 갈매기살 고기요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전국 방방곡곡 생겨나서 저마다 이 음식의 원조인냥 '본토 갈매기', '원조 갈매기' 따위의 간판을 큼직하게 내걸고는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고기가 생산되는 양이 워낙 적다보니 낯선 손님에게는 슬며시 다른 부위의 고기를 섞어 파는 음식점도
있다고 한다.
갈매기살로 만든 고기요리가 점차 전국에 명성을 떨치게 되자 이 이름은 드디어 국어사전에도 낱말로
올려져서 '90년대 중반 한글학회에서 펴낸《우리말 큰 사전》에서는 '가로막살'을 표준말로 올리고, '갈매기살'도 함께 올려서「가로막살이
변한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그렇지만 앞으로 새로 나올 국어사전에서는 '갈매기살'이「 돼지의 가로막살 고기」라고 당당하게
표준말로 올려져야 할 것이다. '갈매기살'이란 말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표준말로 정하는 원칙인 '교양있는 사람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두루 쓰는 흔한 말이 되었기 때문이다.
첫댓글 이제는 돼지의 간막이살이나 가로막살이라고 해야 관심을 끌듯한 주객이 전도된 말이었군요....가을이님의 지적호기심에 별 다섯개 드립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