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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복잡하다. 생각도 수만 갈래 흩어져있다. 그 속에서 내 삶과 내 존재는 쪼개지고 갈라진다. 그럴 때는 걷는 게 최고다. 걷는 건 두 지점을 나의 존재로 채우는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선(線)이다. 흐트러질 수 없고 쪼개질 수 없다. 하나의 목적점을 향해 가는 나의 발걸음은 그래서 단순하고 단호하다. 때론 의도적으로라도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단순함이야말로 정교함의 궁극이기 때문이다. 그게 걷기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 단순함은 지루하고 타성적인 것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들이 사상(捨象)되는 간결함이고, 본질을 느끼는 정교함이다. 몸을 옮기는 내 다리의 주인으로서 뿐 아니라 생각의 주인이 되는 즐거움이다. -<완보완심> 중에서 김경집-
한달전, 토요일부터 일요일 아침까지 '한강변 울트라 도보'에 참여해서 100키로를 완보했다. 작년엔 50키로를 혼자 걸었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 2배 거리, 실제 체력으로는 몇 배나 더 힘든 100키로 걷기에 신청해서 시멘트 땅바닥인 한강변을 20시간 이상 걸었다.
낮에는 그늘 하나 없는 길을 땡볕의 봄햇빛을 받으며 걸어야 하고, 밤에는 몰려오는 잠과 서서히 지쳐가는 몸을 달래며 걷는 길이었다. 뚝섬유원지에서 구리 왕숙천을 거쳐 팔당대교를 왕복하면 50km다. 다시 뚝섬유원지에서 양화대교까지 걸어 건너가 오목교까지 가서 다시 돌아와 선유도를 거쳐 영동대교를 도강, 다시 뚝섬유원지까지 오면 50km. 그런 동선으로 걷는 100km 여정이다.
이번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봄햇볕은 강렬했고, 더불어 봄꽃은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구리의 유채꽃 축제장은 샛노란 유채꽃 빛깔이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듯, 연녹빛 잎과 어울려 그 싱그러움을 더했다. 왕숙천 길가에 피어난 연보랏빛 타래붓꽃은 고맙게도! 작년보다 개체가 더 많아졌다. 풍성한 타래붓꽃에 자꾸 눈길이 가느라 발걸음을 조금씩 더디게 했다.
올해 봄기온이 그 어느 때보다 불순했지만, 꽃은 스스로 피고 질 때를 알아서 기특하게 꽃을 피워낸다. 땅밑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온힘을 다해 땅을 뚫고 새 순을 밀어올리고, 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맞춰 꽃을 피워내는 꽃을 보노라면, 늘 그 경이로움에 감탄하곤 한다. 오죽하면 생에 가장 절정인 때를 '꽃등'이라 표현했을까.
덕소역 아래 한강 지점을 지날 때, 온 하늘에 폴폴 날리는 민들레 홀씨가 우릴 긴장케 했다. 만성 알러지 비염이 심한 옆지기와 덩달아 비염을 앓고 있는 나까지 몸사리게 했다. 홀씨는 순식간에 눈으로 코로 들어왔다. 이런 자연의 현상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에겐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사람살이가 가장 고단하지 않나, 때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에 50키로 걸을 때는 발가락에 물집이 나지 않았었다. 물집에 대비해 양말을 여러번 갈아 신었고, 발가락에 테이핑으로 감아둔 게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100km는 달랐다. 달라도 사실 너무~~ 달랐다.
결론적으로 양쪽 새끼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고, 결국 한쪽 발톱은 집에 돌아와 물집의 물을 빼내고 겉껍질을 벗겨냄과 동시에 발톱도 순식간에 뜯겨나갔다. 힘 없이 발톱이 하나 빠졌고, 아마 한 두 개 더 빠질 것도 같다. 충분히 예상했던 바~~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
사실 오래 전에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 5산을 종주하거나, 지리산 화대종주(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종주하는 지리산 종주산행) 하고 나면 더러 발톱이 빠지기도 했는데, 많이 걸어서 발톱이 빠진 건 처음이다. 아무리 발톱, 손톱이 죽은 세포라지만, 그래도 뼈(?)인데, 어찌 이리 무력할 수 있나싶다. ㅋㅋ
더구나 내 발은 어떤가? 거의 장애인 수준의 발이다. 평발에, 선천적 무지외반증으로 오래 걷기 힘든 발이지만, 요즘은 신발이 좋고 나름대로 미리 처치(?)를 하면서 늘 걸었다. 울트라 도보 하기 며칠 전에 발톱을 정리하고, 굳은 살을 꼼꼼이 잘라냈다. 발바닥 앞부분과 발가락 윗쪽, 엄지 앞쪽에 튀어나온 부분엔 늘 굳은 살이 내려 앉으니, 이걸 미리 잘라내지 않으면 굳은 살이 생살을 눌러서 너무너무 아퍼서 고통스럽다.
그런데다 요즘 봄이면 부쩍 심해지는 알러지 비염... 양약 먹는 거 무척 싫어하고 거의 안 먹는데, 울트라 도보 때 최고의 컨디션을 위해 며칠 약을 먹었다. 다행히 비염 때문에 도보에 지장은 받지 않았고, 걷는 동안은 코가 뻥 뚫린 채 걸었다. (도보 다 끝내고, 집에 돌아오니 그때부터 또 양쪽 코가 딱 막혀버렸다. 훌쩍~ 팽~!!!)
나름대로 100km 도보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돌발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금요일에 비 온다는 예보에, 지방에 있던 옆지기가 상경한 것인데, 나 힘들까봐 같이걸어주겠다며 덜컥 100km를 같이 신청한 것이다. 밤에에 걸어야할 50km만 걸어주면 딱 좋겠는데, 굳이 100km를 하겠다고 신청했다. 홀로 걸을 생각으로 준비했던 터라, 옆지기가 100km를 잘 걸을 수 있을지 약간 불안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워낙에 몸도 가볍고 오랫동안 산행을 한 사람이라 잘 걷겠거니 믿어보자 했다. 같이 걸어보니, 예외 없었다. 역시 35km를 넘어가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옆지기는 조금씩 처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팔당 반환점에서 돌아오는 길인 구리쯤에서 아는 분을 만났다. 다른 걷기 단체의 리더인 분인데, 워낙에 체구도 좋고 잘 걷고, 남자 중에 상남자인 분이다. 나와 옆지기를 이뻐라 하셔서 친한 편인데, 거기서 우연히 딱 만난 것이다. 집이 잠실 인데도, 우리와 같이 걸어주겠다며, 구리에서 반포대교까지 동행해주셨다. 나와 그 분은 시속 5.5km 정도를 유지하며 앞으로 쭉쭉 빼기 시작하자 옆지긴 더욱 힘들어 하고 지쳐갔다.
팔당 전환점과 50km 지점인 뚝섬유원지역에서 옆지기는 드러눕거나 발을 올리는 등 나름의 휴식을 취했지만, 난 신발을 벗어 양말을 갈아신고 발 만을 말려주었다. 앉아서 너무 쉬면 긴장했던 근육들이 다 풀려버린다. 다시 걸을 때 도리어 더 힘듦을 알기 때문이었다. 슬슬 느껴지기 시작한 엉덩이 아래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들이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뭉쳐가고 있었다. 잠시 쉴 때면 서서 손으로 두드리고 주무르고 스프레이 파스 뿌려가며 뭉친 근육을 달래며 풀었다.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50km 지점인 뚝섬유원지역에 돌아오니, 밤 8시 10분 경. 총 9시간 10분 걸렸다. 작년엔 50km를 10시간 정도에 걸었으니, 50분 정도 시간을 단축한 셈~!! 내용적으로는 양호했다. 다행히 컨디션도 아직 좋다. 다만 밤에 50km를 더 가야 하니, 체력을 다 소진하면 안 되었다. 이제부턴 밤 구간이니, 낮의 더위를 피해 시원하게 걸을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몸 상태가 좋았다.
그런데..............!!!
- 출발 전, 뚝섬유원지역, 주말엔 '아름다운 가게' 주최로 장터가 상시로 열린다.-
- 같이 걸어주겠다고 덜컥 100km 신청한 옆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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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대단하시네요.100km울트라 마라톤을 뛰는 친구가있는데..마라톤보다 울트라는 걷기가 더 힘들듯...

보고 또 봐도 참 대단하시네요.그 말밖에는....나머지 50km 기대합니다.아자
그전에 100km 울트라 마라톤 하는 후배녀석에게, 미쳤나봐~ 그랬는데..
제가 100km를 걸어보니, 그 고통은 쾌락과 동의어더라구요.~ 재밌더라구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남편이랑 두고두고 되새길 좋은 추억을 하나 더 추가했답니다. ㅋ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열심히 체력을 길러서 담엔 꼭 참가해 보고싶네요^^
매일 울트라를 하는 게 아니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어떤 일도 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