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과 죽음의 문제는 인간에게는 필수적이다. 이 정직한 응시의 힘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미지의 동굴/ 문득 문득 어둠의 세계"를 손전등으로 밝히려고 애쓰지만 그 작은 빛은 곧 거대한 어둠에 압도당하고 만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다. 그래서 손전등을 끄고 가부좌하고 눈감고 가만히 그 어둠을 응시한다. 그때 "탁구공만 한 공간 속에/ 축구공보다 더 큰 욕망을 채우려고/ 이리저리 늘어놓은 이삿짐 같은 나"가 보이는 것이다. 어둠을 이기려 하지 말고 충분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불안과 헛된 욕망의 정체가 보인다. 이 발견만으로도 죽음의 두려움은 조금이라도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