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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궁의 밀실.
제법 넓은 밀실에 몽화와 유명신니, 그리고 청허상인과 암사혈 당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덜컥, 밀실의 문이 열리며 야율초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한 명의 호위무사가 복면을 쓴 채 밀착 호위를 하고 있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리라.
일순 밀실 안은 약간의 긴장이 감돌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야율초가 입가에 미묘한 비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나를 찾았다고? 얼마나 중요한 소식이기에 나만 은밀히 만나자고 하였소?"
몽화가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우선 앉으십시오. 권왕에 대한 이야기로, 분명 값어치가 있는 정보라고 우리는 장담하는 바이오. 이 정보로 인해 군사는 우리를 더욱 믿을 수 있을 것이오."
야율초는 조금 기대가 간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야율초가 자리에 앉는 순간 당명의 입가에 미미한 웃음이 어렸다. 야율초가 당명의 얼굴에 떠오른 득의의 표정을 보고 흠칫하는 순간 당명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들어 올린 손에서 당가의 극독 암기인 절명침(絶命針) 수십 개가 쏟아져 야율초와 그의 호위무사를 향해 날아갔다.
당명은 야율초를 사로잡기 위해 절독 대신 강력한 산공독을 발라 놓았고, 야율초가 앉은 의자위에도 같은 종류의 산공독을 발라 놓은 상태였다.
야율초가 의자에 앉은 순간 그는 이미 독에 중독 된 것이다.
물론 직접 중독이 아니었기에 완전히 중독된 것은 아니었지만 무인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독이라 할 수 있었다.
절명침은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야율초를 손쉽게 사로잡게 해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야율초의 양 옆에 앉아있던 유명신니와 청허상인이 동시에 야율초를 향해 출수를 하고 있었다.
작전은 완벽히 성공한 것 같았다.
당명과 청허상인 유명신니가 그렇게 믿는 순간이었다.
야율초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야율초의 손이 허공에 원을 그렸다. 순간 날아오던 절명침들이 그의 손에서 뿜어진 기운에 튕겨 나갔고, 야율초를 공격하던 유명신니와 청허상인은 호위무사가 휘두른 도에 기겁을 해서 뒤로 물러서야 했다.
두 사람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져 있었다.
호위무사의 무공은 두 사람이 생각했던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독에 중독되었으리라 생각했던 야율초가 멀쩡하게 무공을 펼치자, 당명은 당황했다. 자신이 의자에 뿌려놓은 산공독은 당기비전으로 어지간한 고수라도 독에 닿는 순간 바로 중독이 된다. 물론 직접적인 중독은 아니라서 완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공을 끌어 올리는 순간 최소한 내공이 절반 이하로 줄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야율초가 멀쩡했던 것이다.
당황한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어차피 시작한 것이다.
청허상인과 유명신니가 빠르게 눈빛을 교환 한 후 한 명은 호위무사에게 한 명은 야율초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당연히 당명과 몽환이 합세해 줄 것을 믿고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순간 당명은 다시 품안에서 독탄을 꺼내려 하였다. 그러나 그는 독탄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끄르륵!"
그는 원독에 찬 시선으로 자신의 심장을 파괴한 인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몽화가 그의 앞에서 씨익 웃고 있었다.
"너.. 너는?"
- 잘 가시오.
몽화의 전음을 들으면서 당명은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말았다.
야율초가 왜 중독되지 않았는지 알았지만, 너무 늦었다.
유명신니와 청허상인은 마지막까지 발악하려 하였으나,
야율초와 호위무사에게 걸려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야율초가 비록 무공이 약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광전사들 중에서나 하는 이야기지, 강호의 일반 고수들과 비교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무공은 능히 각파의 선은들보다 훨씬 강했다.
일정 이상의 고수가 아니면 절대로 광전사가 되지 못하는 것이 몽골의 불문율이기 때문이었다.
사마가의 인물들이 군사로서는 뛰어났지만, 광전사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야율초의 무공은 극락원에서 찌든 동심맹의 장로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고, 호위무사로 대동한 자는 광전사 중에서도 중급 이상인 사마정이었다.
유명신니와 청허상인이 힘을 합해도 사마정 한 명조차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정과 야율초는 그들에게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고 살수를 펼쳤다. 어차피 살려 두어 보았자, 도움은 안 되고 골치만 아플 존재들이었다.
야율초가 필요한 자는 몽화 한 명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청허상인과 유명신니는 죽으면서도 지금 상황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절대 강자라 할 수 있는 야율초와 사마정의 공격을 받느라 몽화가 당명을 죽이는 광경을 그들은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모두 죽은 것을 돌아보면서 몽화가 야율초를 바라보았다.
야율초가 그런 몽화를 마주보며 말했다.
"정말 고맙소, 몽 장로님의 언질과 해약이 아니었으면 봉변을 당할 뻔 했소."
몽화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언질을 주지 않았다 해도 야율군사가 이런 멍청한 속임수에 넘어갔겠소. 아마 따로 보자고 한 순간 알아챘을 것이오, 나는 그런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오. 그래서 절대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 말을 무시하고 나까지 덤으로 죽이려 하니 내가 어찌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겠소. 후후, 덕분에 이제 나는 정말 돌아갈 길이 없게 되었소. 부디 잘 부탁하오."
"걱정 마시오, 나는 은원 하나는 제법 확실한 편이오. 내가 몽장로를 홀대하면 앞으로 누가 나를 돕겠소, 내 성심껏 몽장로를 도울 것이오. 그러니 몽장로는 권왕에 대한 정보나 확실하게 수집해 주시오,"
"흐흐, 그거라면 걱정 마시오. 내 권왕에 대한 것은 철저하게 알아 봐 주리다. 대신 밖에 있는 떨거지들이나 확실히 처리해 주시오, 자칫하면 오늘 비밀이 새 나갈 수도 있으니."
"그건 걱정 마시오. 그들은 한 명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오."
둘은 만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것으로 몽화는 야율초에게 어느 정도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
혈궁 외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사십여 명의 동심맹 고수들은 갑자기 나타난 몽골의 전사들을 보고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남아 있던 동심맹의 고수들 중 가장 연장자인 청성파의 청진도장은 뒤로 몸을 날리며 말했다.
"도망쳐라!"
동심맹의 고수들이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혈궁 외곽이라 도망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몽골의 전사들도 그들을 공격하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도 저곳에도 가지 못한 자들 굳이 힘들여 죽이다가 쥐에게 물리는 고양이 꼴이 되고는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을 단 한명이라도 살려둬선 안된다. 그들이 살아나면, 몽화의 배신을 알게 될 데고, 그렇게 되면 몽화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천천히 몰아가며 한 명씩 한 명씩 죽여 가는 맛은 제법이었다.
혈궁 근처 백리 안은 산과 산뿐이었다.
시간은 많았다.
동심맹의 고수들은 그렇게 죽어갔다. 그리고 이곳에 가담하지 않은 동심맹의 고수들 몇몇은 섬서성 장안 근교에서 이들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가 삼대살수들에 의해 제거되었다.
동심맹은 그렇게 뿌리 채 뽑히게 된 것이다.
아운은 동심맹의 핵심들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은 최후의한 명까지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을 용서하기엔 그 죄 값이 너무 컸던 것이다.
단지 미미하게 가담하는 정도였던 자들은 자파가 알아서 정화하게 함으로 동심맹에 대한 것은 일단락 지었다.
그 후 독안신니에게 팔 하나를 잃었던 유정신니(독비신니라고도불림)는 남아 있던 아미의 동심맹 잔당들을 뿌리채 뽑음으로 아미파를 정화시켰다.
아미파가 확실히 정화가 된 후, 아운은 납치했던 독안신니를 정식으로 아미파에 인도하였다. 물론 거기엔 독안신니가 이전에 전 아미파의 장문인인 유연신니를 죽인 사실을 포함해서였다.
그 외에도 그녀가 지은 죄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또 한 명 사마무기는 스스로 자살함으로 세상을 마감하였다.
그는 스스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살을 한 것이다. 아무리 고문이라고 해도, 무림의 치부를 전부 불어 버렸던 그로선 다시 예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렇게 무림의 정화 작업이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아운은 다시 한 번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쩌면 최후의 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운과 광풍전사단의 결전을 앞두고 무림맹과 몽골의 전사들은 치열한 정보전을 시작하였고, 그 중심엔 하영영과 서문정, 그리고 야율초와 천개 몽화가 있었다. 또한 삼대 살수들은 아운과 많은 시간을 의논 한 후 조용히 무림맹을 떠났다 그들은 아운의 부탁을 받고 따로 할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찬바람이 산허리를 감고 올랐다가 소화평원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고 있었다. 드넓은 평야의 작은 갈대들은 산을 통과하며 난폭해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어떤 방어력도 가지지 못한 채 고스란히 그 심술을 견디어야 했다.
차가운 한 겨을 날씨와 더불어 한기가 깃든 바람이 당장이라도 사람을 얼음 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그곳에, 눈까지 더불어 내리고 있었다.
한 올씩 떨어지는 눈발은 허허 벌판에 서 있는 아운에게 매서운 한기를 선사하였지만, 무공의 경지가 극의에 이른 그는 아직까지 큰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점차 여명이 밝아오는 어스름한 아침과 어울려 멀리서 희끗 거리고 나타나는 무리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아운은 손에 들고 있던 육포를 입 안에 넣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결전을 생각해서 반 시진 전에 밥을 먹었지만, 만약을 위해 조금 더 영양분을 보충해 놓은 것이다. 물론 먹는 양은 절대 많지 않았다.
'어떻게 되든 쉽게 끝날 결전은 아니다. 그렇다면 체력과 내공의 안배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아운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광풍전사단이 다가서기를 기다렸다. 입안에 씹고 있는 육포의 질긴 맛을 음미하며 눈 내리는 평원에서 적을 기다리는 운치도 제법 괜찮다고 아운은 스스로를 달래는 중이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림자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운은 이미 그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총 삼백삼십삼 명의 광풍전사단.
그들 중 전사단장이자, 대부령인 엄호를 필두로 광풍전사단의 부단주이며 수석 대군령인 무형마창(無形魔槍) 수타르, 궁도대군령 등천마궁(登天魔弓) 추상, 창검대군령 등천금창(登天金槍) 어린, 순부대군령 신안마부(神眼魔斧) 모단극 등이 앞장을 서고 있었다.
광풍전사단은 모두 삼 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백구 명은 창을 들고 허리에 대환도를 한 자루씩 차고 있었으며, 또 한 조의 백십 명은 활과 대환도를 그리고 마지막 백구 명은 방패와 두세 개의 손도끼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특히 손도끼를 허리에 찬 전사들은 말안장에도 작은 손도끼들을 몇 개씩 준비해 놓고 있었다. 이들은 이전에 아운 자신이 싸운 광풍사와는 같은 듯하면서도 약간 달랐다.
실력이 다르고 사용하는 무공이 달랐으며 같은 광풍멸사진이라도 그 위력과 기세가 달랐다.
그들 모두는 황금색이 번쩍이는 경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엔 경량화된 투구를 쓰고 있었다. 벌판엔 수평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발이 날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위용은 대단했다.
번쩍거리는 황금물결과 그들이 밟고 지나가는 갈대들은 소화평원의 고독을 단 한 번에 씻어 갔다. 멀리서 아운의 그림자를 발견한 등천마궁 추상이 엄호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권왕인 것 같습니다."
엄호는 아운의 암기가 미치는 거리를 생각하며 말했다.
"그는 분명히 무림맹 안에 있다가 어제 이곳에 도착했다했었지?"
"분명합니다. 개방 몽화의 정보가 그렇고, 무림맹을 감시하던 세작들의 보고도 일치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장난칠 시간은 별로 없었겠군, 대신 밀실에서 우리를 상대하기 위한 무공 연구를 했었겠지, 과연 어떤 준비를 해 왔는지 궁금하군."
"연구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엄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렇지. 우리도 준비를 한 것이 있지. 모두 전진. 백팔십 장 앞까지 다가선다."
그 말을 듣고 추상이 엄호를 바라보았다.
아운을 상대하기 위해 광풍전사단의 신무기인 철궁탄시의 살상력을 이백이십 장까지 늘려 놓은 상황이었다. 한데 굳이 백팔십 장까지 접근하려는 의도를 몰랐던 것이다. 추상의 생각은 이백 장 정도에서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엄호는 추상의 뜻을 알고 웃으면서 말했다.
"권왕의 암기는 약 백오륙십 장 정도다. 조금 더 늘어났다고 해도 백팔십 장을 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 정도 접근은 용이하다. 그리고 권왕은 신법과 보법에도 일가견이 있다. 사십 장은 그가 뒤로 피할 수 있는 거리를 생각한 것이다. 혹여 물러선다고 해도. 우리는 미리 거리를 확보하고 싸울 수가 있다. 그가 백팔십 장 안으로 들어와 암기를 쏘며 마주 싸운다면 숫자가 많은 우리야 환영할 일이고."
추상은 그제야 엄호의 뜻을 알 수가 있었다.
물론 사십 장의 여유 거리도 처음부터 아운이 도망치기만 한다면 소용없는 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싸우러 온 자가 무조건 도망치진 않을 것이고, 나중에 도망치려 한다면 그 사십 장은 죽음의 거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왕의 성격을 아는 엄호와 추상은 그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돌진해 올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백팔십 장이란 거리는 아운에게 정면 승부를 건 셈이었다.
도전.
이건 엄호와 광풍전사단이 바라는 일이었다.
추상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정면 대결에서 화살만으로 끝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너무 싱겁지 않겠습니까?"
엄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만하지 마라! 상대는 권왕이다. 그렇게 쉽게 당할 자가 아니다. 철시가 아무리 위력이 강하다 해도 원거리 공격으로 권왕을 잡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저희가 준비한 것은‥‥‥."
"그도 준비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물이다."
추상이 표정을 굳혔다.
"명심하겠습니다."
추상은 엄호의 말대로 화살로는 아운을 잡을 수 없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철시의 위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최소한 큰 부상을 당하게 할 순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이라도 된다면 그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광풍전사단은 아운의 백팔십 장 앞에서 일제히 멈추었다.
엄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우리 광풍전사단 모두는 여기서 뼈를 묻을 각오가 되어 있네. 권왕은 조심하시게."
나직한 그의 목소리는 내공의 힘을 빌려 아운의 귓전에 또렷한 목소리로 남았다.
"나는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기에 죽을 생각은 없소."
"권왕다운 자신감 하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을 걸세."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 주는 법, 나는 준비가 되어 있소."
"어차피 말로 끝날 일은 아닌 것. 그럼 시작하겠네."
"언제든지."
"철궁탄시!"
엄호가 나직하게 외치자. 활을 들고 있던 백십 명의 전사
들이 앞으로 나서며 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들의 앞
에는 궁도전사()들의 대군령인 등천마궁 추상이
당당하게 자신의 활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운과의 거리는 백팔십 장.
사실 그 거리를 화살이 날아간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이
야기였고. 또한 화살이 설혹 그 정도의 사거리를 가졌다고
해도, 그만큼 날아가서 무림의 절대고수를 살상한다는 것
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광풍전사단이었으며, 그들이 사용하려 하
는 화살은 아운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궁탄시였다.
속도, 사거리, 힘에서 일반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아운은 이미 그들의 철궁탄시를 받아 본 적이 있었기에
그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의 내공뿐 아니라 진의 폭발력을 추진력으로 이용해
화살을 날려 보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화살의 위력
은 내 상상을 넘어서리라!'
아운은 지금 형성된 광풍멸사진이 얼마 전 무림맹 정문에
서 겨루었을 당시의 광풍멸사진보다 더욱 완벽하고 단단하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광풍전사단 개개인의 능력도 더
욱 강해겼고, 당연히 그들이 쏘려는 화살의 힘도 더 무서울 것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충분히 강하다는 자부심 때문에 더 강해
지는 것에 목말라 하지 않던 광풍전사단은 아운이 나타난
후 달라졌다. 아운은 그들이 더욱 강해지는 촉진제가 되었던 것이다.
"발사!"
등천마궁 추상의 명령이 떨어지자, 백십 발의 화살이 아
운을 향해 일제히 날아갔다. 그러나 명령을 내린 추상은
아직 시위를 놓지 않고 대기 상태였다.
지금은 겨을, 바람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고 있었다. 그
리고 남쪽의 무림맹에서 올라온 아운은 남쪽에, 북쪽의 초
원 지대에서 내려온 광풍전사단은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기
에 화살을 쏜 광풍전사단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화살은 바람을 타고 있었으며 조금씩 강해지는 하얀 눈발
은 아운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후후, 좋아. 이중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군. 하지만 나도
기다리고 있었다."
아운의 신형이 갑자기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선은
상대의 화살이 어디까지 날아오는지 그 사거리를 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운이 갑자기 뒤로 물러서자, 엄호와 추상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뒤로 물러설 줄은 몰랐던 것이다.
추상은 지체하지 않고 시위를 놓았다.
사거리를 벗어나기 전에 아운을 공격하려 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엄호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권왕은 철궁탄시의 사거리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쏘지마라!"
엄호의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야 추상은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날아가고 있었다.
아운은 온 힘을 다해 신법을 펼치고 있었지만, 날아오는 화살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역시 팔호의 정보대로 철궁탄시는 위력뿐이 아니라 속도
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인 것이 분명하구나.'
자신의 빠른 신법과 보법을 감안한 철궁탄시들은 사방 십
장의 범위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하지만 미리 대비하고
움직인 탓에 약간의 여유는 있었다.
날아온 화살들이 아운이 떠난 맨바닥에 떨어지고 있었으
며 일부는 끈질기게 아운의 뒤를 쫓아왔다. 아슬아슬하게
화살을 따돌리며 이백이십 장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을 때였다.
슈욱!
아주 가냘픈 소리와 함께 하나의 화살이 아운을 향해 쏘
아왔다. 수많은 화살 중에 갑자기 하나가 번개처럼 날아오
자 아운은 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다.
화살은 무려 이십여 장이나 더 날아가 바닥에 꽃혔는데,
화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깊숙이 박혀 들었다.
'가장 멀리 날아온 화살이 이백사십 장. 이 화살을 쏜 자가 추상이겠지.'
아운은 이백오십 장까지 몰러선 다음 돌아섰다. 그리고
갑자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섬광어기풍 신법 중의 질
풍비영()이 전력으로 펼쳐진 것이다. 아운이 달려
오는 것을 본 추상이 얼굴을 굳히며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면 도전이군요, 과연 권왕입니다. 한데 인간의 신법이
어떻게 저리 빠를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추상의 말에 엄호의 안색도 굳어졌다.
달려오는 아운의 속도가 상상을 불허했기 때문이었다.
"사격 "
엄호의 고함과 함께 백여 발의 화살이 아운을 향해 직선
으로 날아갔다. 바람을 타고 나는 화살들의 속도는 그야말
로 섬광처럼 빠르고 날카로웠다. 달려오던 아운의 신형이
꿈틀거리더니 갑자기 허공으로 십여 장이나 날아올랐다.
그의 발밑으로 화살들이 스칠 때 제이제삼의 화살들이 그
가 피할 수 있는 사방을 전부 뒤덮고 날아왔다.
"야압"
고함과 참께 아운은 연환 육영뢰를 펼쳤고, 여섯 개의 강
기가 소용돌이치면서 아운의 앞에 날아오는 화살들을 전부 쳐 내고 있었다.
아운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성공이다.'
여섯 개의 권강들이 유기적으로 회전하며 날아오는 화살
들을 쳐내고 있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아운은 이전에 사용
하던 방법을 더욱 진화시켜 광풍전사단의 화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개발해 낸 것이다. 물론 광풍전사단에 가까
이 다가갈수록 힘들겠지만, 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하는 데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었다.
이는 강기를 미세한 부분까지 제어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해 보기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이제 시작인가?'
이제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이런 결전에서는 누가 싸움을 주도하느냐 하는 점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아운의 신법이 더욱 빨라졌다.
"가라!"
일단 거리가 확보되자, 수라마정을 날렸고, 엄호의 표정이 굳어졌다.
'역시 권강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는 이미 무극의 경
지에 도달한 것이 분명한 것 같구나, 하지만, 질 수 없지.'
"돌격하라! "
엄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광풍전사단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말을 몰아 앞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방패수가 앞에
서고 그 뒤쪽에 선 궁수들이 일제히 활을 쏘며 벌판을 달
리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아운이 쏜 수라마정과 백여개의 화살들이 서로 교차되어 날아갔다.
광풍전사단의 궁수들은 이미 이차 삼차로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삼살수라마정이 그들의 선두를 덮쳤다.
"우와아!"
순부전사(盾斧戰士)들 사이에 고함이 터졌고, 광풍전사단
은 광풍멸사진을 통해 앞에 선 순부전사들에게 자신들의 힘을 나누어 주었다.
퍽! 퍽!
다시 연이어 소리가 들렸지만 삼살수라마정은 방패를 뚫
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었다가 사라졌다.
아운에게 회수가 된 것이다.
아운의 표정이 굳어졌다.
암기를 회수하면서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말을 타고
달려오면서 쏜 화살들이 바로 코앞까지 날아와 있었고. 그
뒤를 이어 이차 삼차로 날아오는 화살들은 하늘을 가득 메
우고 있었다. 또한 연환육영뢰의 권강들은 이미 약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리상 연환육영뢰만으로는 날아오는 화살
들을 연이어 막기에는 조금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
행이라면 이제 그가 원했던 위치까지 도달했다는 점이었다.
판단이 서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아운
이었다 아운은 연환육영뢰를 거두어들이고 분광파천뢰를
펼치며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꽝!
분광파천뢰가 십 장 앞에서 터지면서 그 폭발력에 날아오
던 화살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폭발로 인해 흙먼지가 사방으로 튕겨 올라가 눈보라와 겹
치면서 아운과 광풍전사단 사이의 시야를 가렸다.
광풍전사단의 궁수들은 그 흙먼지 사이에다 계속 화살을
쏘면서 말을 몰아 달려오는 중이었다.
엄호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먼지가 가라앉은 곳에 아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숨었는가?"
광풍전사단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들
은 아운의 기척을 찾기 위해 작은 움직임이라도 놓치지 않
으려 하였다. 하지만 아운은 암혼살문의 진전을 이은 자.
불괴수라기공은 기척을 숨기고 자신을 엄폐하는데도 최고의 무공이었다.
그들이 무슨 수로 백 장 이상의 밖에서 아운의 기척을 찾
을 수 있겠는가? 엄호는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어차피 그가 있던 곳에서 방원 십 장 밖으로는 못 갔을
것이다. 숨어 보았자, 땅속 밖에 없을 것 화살을 그 안에
쏘아라! 돌격!"
말들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엄호는 어차피 화살로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화살로 그의 행동반경을 묶어 놓고
말과 함께 밀어 버릴 생각이었다. 다시 한 번 화살들이 일
제히 날아올랐다.
철시들은 원래 아운이 있던 곳에서 십 장 방원을 완전히
차단한 채 날아 내렸다.
엄호의 예상대로 미리 파 놓은 땅속에 숨어 있던 아운은
숭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튕겨 나간 자리에 화살비가 쏟아져 내렸다.
다시 아운에게 화살을 겨누었던 광풍전사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앞으로 내달리는 아운은 분명 한 명이었다. 그런
데 갑자기 그의 신형이 분열되면서 무려 열두 명의 아운이
만들어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마주 공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엄호는 물론이고 광풍전사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체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가?
"모단극!"
엄호의 외침에 네 명의 대군령 중 뒤쪽에 있던 신안마부() 모단극이 앞으로 나오면서 열두 명의 아운을 보
고 고개를 흔들었다.
"대부령님, 누가 진짜 권왕인지 나의 신안으로도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사방에 내리는 눈보라 때문에 더욱 상대를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단극의 말을 들은 엄호는 단호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열두 명을 동시에 쏴라!"
백여 명의 궁수들이 화살을 분산하여 쏘았다.
추상은 화살을 시위에 먹인 채 아직 조용히 때를 기다렸
다. 그가 화살을 쏠 땐 가장 결정적일 때일 것이다.
그는 지금 아운과 광풍전사단과의 거리를 감안했을 때 자
신이 아운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두세 번, 적으
면 단 한 번 정도 밖에 없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진짜 아운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에 달린 일이었다.
한편 아운은 숨어 있던 땅속에서 뛰쳐나오자마자, 미리
설치해 두었던 동경십이잔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삼대살수들이 미리 와서 만들어 놓은 이 진법은 야한이
도망칠 때 사용하는 환문의 진법으로, 자신의 모습을 열두
명으로 분열시켜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진법이었다.
동경십이잔영진 안에 있는 열두 개의 긴 동경처럼 진 안
의 상대를 비추어 그가 움직이는 모습을 환상으로 보여 준다.
아운은 광풍전사단이 나타날 곳을 어느 정도 예상해서 이
진법을 두세 군데나 만들어 놓았었다.
물론 이는 아운의 부탁으로 미리 이곳에 와서 어느 정도
진법을 완성시킨 삼대살수의 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운 혼자서 하룻밤 사이에 동경십이잔영진을 지금처럼
정교하게 만들어 놓을 순 없는 일이었다.
동경십이잔영진 안의 아운들 중 비록 실제는 하나고 나머
지는 환상에 불과하지만, 진의 오묘한 작용으로 인해 아무
리 고수라도 누가 진짜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진 안에 있는 열두 개의 길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열두 개의 분신이 움직이는 방향이 다 달라진다.
아운은 앞으로 달리면서 불괴수라기공의 모든 기감을 전
부 끌어 올렸다 자신을 포함한 열둘의 환영 중 어느 누가
먼저 화살을 맞을지 모른다.
그 화살을 맞게 되면 환영과 진짜가 구분될 것이다. 그렇
다고 진짜인 자신만 피한다 해도 들키는 것은 마찬가지였
다. 결국 맨 처음 화살을 맞는 환영을 기준으로 회피 동작
을 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그 와중에 몇 개는 들킬 수밖
에 없겠지만, 그땐 이미 자신이 광풍전사단과 결전을 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한 다음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불괴수라기공만 한 것이 없었다.
사방에 날아오는 화살의 기세를 보지도 않고 읽을 수 있
기 때문이었다. 열두 명의 아운이 동시에 칠보둔형보법을 펼쳤다.
가장 앞서 있던 환영이 화살을 피함과 동시에 아운은 열
두 명이 모두 한꺼번에 화살을 피할 수 있는 방위로 보법을 펼쳤다.
다행이라면 백여 대씩 날아오는 화살이 열둘로 갈라지다
보니 일정 이상의 방위만 피하면 이상 없이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진법을 펼
쳤기에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미리 확보되어 있던 점도
그에겐 다행스런 일이었다. 몇 개의 환영이 화살을 맞고
자신의 실체를 드러냈지만 아직 아운은 일곱 명이었다.
엄호와 추상, 그리고 어린 등의 표정이 굳어졌다.
"교활한 놈. 대체 언제 저런 준비를 해 놓았단 말인가?"
추상은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았다.
엄호가 그런 추상을 보고 짧게 호통을 쳤다.
"정신 차려라! 벌써 평정심을 잃게 되면 어쩌겠는가?"
추상은 엄호의 호통에 얼른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일
단 추상을 진정시킨 엄호는 광풍전사단을 향해 고함을 쳤다.
"사각지대까지 포함해서 화살을 쏴라!"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었다. 광풍전사단은 이미 엄호의
의도대로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화살들이 다시 날아가는
순간 열두 명의 아운들 역시 동시에 삼살수라마정을 쏘아보냈다.
"제길!"
신안마부 모단극은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한꺼번에 서른여섯 개의 암기가 사방으로 퍼져 날아오니
광풍멸사진의 힘을 어느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운은 교묘하게 환영이 쏘아 보낸 화살에도 아주 약간씩
의 기를 실어 보내고 있었기에 더욱 진짜를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광풍전사단의 돌진력과 더해진 삼살수라마정은 절대적인
살상력을 가질 것이다.
'어차피 희생은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모단극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날아온 암기는 세 명의
광풍전사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갔다. 방패로 막았지만, 힘
이 분산된 광풍멸사진의 능력으로는 삼살수라마정을 막기는 힘들었다.
"크하하! 어떻소, 선배? 정말 멋지지 않소? 비록 나의 비
기를 빌려 주긴 했지만, 역시 나의 환문은 과히 천상천하유아독존? 뭐 그런 거 아니겠소!"
광풍전사단과 아운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는 소화평원에서
조금 벗어난 언덕 위에 야한과 흑칠랑 그리고 한상아가 나
란히 숨어서 아운과 광풍전사단의 결전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물주머니와 육포가 들려 있었는데, 그야말
로 구경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온 모습들이었다.
야한은 자신의 환문진으로 아운이 멋진 반격을 하자, 신
이 나서 흑칠랑에게 자랑을 하였고, 흑칠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정도껏 자랑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왜 나오는가 말이다.
"이 멍청한 후배 자식아! 저 환진이 별것 있냐, 그냥 안
에 있는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것밖에 없잖아! 내
호적수인 아운이가 적절하게 움직여서 환진이 조금 대단해
보인 것 갖고 유세 떨지 말고 입 좀 닥쳐라! 냄새 무지 나네."
흑칠랑의 반격에 야한은 입이 툭 튀어나왔다.
이럴 때 칭찬 좀 하면 뭐가 잘못된단 말인가?
"그래도 대단한 것은 사실 아닙니까? 선배, 혹시 질투하는 것 아니오?"
흑칠랑의 눈에 불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 니 대가리 단단하다. 단단해. 에이 썅!"
흑칠랑은 화가 났지만 차마 주먹질을 하진 못했다.
옆에 한상아가 있는데, 여자 앞에서 자신의 무자비함을 보여 줄 순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지금 아운과 광풍전사단의 결전이 점입가경의
경지로 들어서고 있었기에 한눈을 팔 시간이 없었다.
싸우던 살수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결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추상의 눈이 번쩍 빛났다.
비록 세 명의 전사가 죽었지만, 그걸로 실체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전사들을 죽인 암기를 쏘아 낸
자. 그것이 진짜 아운일 것이다.
그의 손이 시위를 놓았다.
번쩍 !
한 줄기 섬광이 열두 명의 아운 중 오른쪽에서 네 번째를
향해 날아갔다. 아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보고
그 화살의 무시할 수 없는 힘에 조금 놀랐다.
자신에게 활을 쏜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팔 호로부터 전해들은 광풍전사단에 대한 정보가 그
의 머릿속에 한꺼번에 떠오른다.
'저자가 추상이란 자겠지?'
광풍전사단을 이기기 위해서 가장 먼저 죽여야 할 자 중 한명,
결전 중에 숨어서 화살을 날린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암수
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여타 광풍전사단의 궁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르기와 날카로움을 가진 추상의 화살은
벌써 아운의 심장 가까이 날아와 있었다.
"찻!"
아운은 허공에 뜬 채로 몸을 틀어 추상의 화살을 피했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화살은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다
가와 있었고, 이미 아운의 실체를 눈치 챈 광풍전사단의
화살들이 그 뒤로 하늘을 뒤덮고 날아오는 중이었다.
아운은 드디어 승부를 결할 시기가 다가왔음을 알았다.
이제 광풍전사단과의 거리는 겨우 삼십오 장 정도.
그들의 선두는 창을 든 전사들로 교체가 되어 있었다. 그
리고 지금도 무섭게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허공에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던 아운의 신형이 섬광어기
풍 신법의 갤정이라 할 수 있는 이형신기광()으
로 쾌속하게 움직였다.
추상의 화살이 아운의 어깨를 스치는 순간 아운의 신형은
꺼지듯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광풍전사단의 바로 오장 앞에 나타났다.
선두를 달려오던 광풍전사단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아운의 신법에 놀란 것이다. 그
러나 그들은 백전노장들만 모인 광풍전사단에서도 선두를
맡은 자들이었다. 놀라긴 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들고 있던 단창을 들고 아운을 향해 돌진하였다.
광풍멸사진의 한 축인 질풍돌격진
동시에 아운의 주먹에서도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양측의 격돌.
아운의 도전은 마치 거대한 해일을 향해 달려드는 작은
소년의 무모한 모험심 같았다. 황금물결을 이루며 밀려오
는 광풍전사단의 창들과 아운의 분광파천뢰가 충돌하였고,
추상의 화살이 다시 아운을 향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꽈꽈꽝!
거대한 폭발음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먼저 아운과 전사단
이 던진 창이 충돌하면서 첫 폭발이 일어났다. 뒤이어 광
풍전사단이 달려오는 땅바닥 전부가 뒤집어지며 거대한 폭
발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땅속에 숨겨 놓았던 십여 개의 분광파천뢰가 한꺼번에 터
진 것이다. 폭발과 폭발력이 서로 화합하고 다시 충돌하면
서 그 힘은 더욱 거대해졌고, 달려오던 광풍멸사진을 뒤흔들었다.
수십 명의 광풍전사가 허공으로 십여 장이나 튕겨 올라갔
다가 떨어져 내렸다. 폭발을 정면으로 받은 자들이었고,
그들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말들이 놀라서 울부짖었고, 광풍멸사진이 흩어졌다.
엄호와 대군령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 그 순간, 아
운은 다시 한 번 섬광어기풍의 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그
의 신형은 자신에게 맨 처음 상처를 준 추상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추상은 흙먼지 사이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살기를 느끼
자 지체하지 않고, 그곳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우웅!
은은한 소리를 담고 대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 한 대
엔 추상의 모든 내공이 담겨 있었다. 아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의 힘을 느꼈지만, 피할 수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이 아니면 저자를 죽이기 힘들다.'
화살을 쏘는 자.
분명히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쪽에 숨어서 기회를 노릴
것이다. 지금처럼 혼란스런 상황이 아니라면 다시 그와 상대할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진다.
아운은 태양무극섬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그대로 질러갔다.
번쩍!
흙먼지를 뚫고 한 줄기의 섬광이 추상의 얼굴을 향해 날
아갔다. 보고도 피찰 수 없었다. 피하려 하는 순간 이미
태양무극섬은 추상의 머리를 친 상황이었다.
아운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태양무극섬에 걸려 중간에
엿가락처럼 녹아 땅에 떨어져 몇 방울의 쇳물로 변해 버렸
고, 추상의 몸은 서서히 재로 흩어졌다.
단 한 주먹에 화살과 그 화살의 주인을 완전히 제압한 것
이다. 이제 뒤통수를 조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추
상 외에 궁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광풍전사단
최고의 궁사였으며 다른 전사들의 궁은 아운의 불괴수라기
공이 충분히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운은 일단 자신의 의도가 성공하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했던 지점을 향해 다시 한 번 신법을 펼
치면서 연이어 주먹을 휘둘렀다.
한 주먹에 여섯 개씩의 강환이 사방으로 비산했는데 아운
이 여섯 번 주먹을 휘두르자 그 강환은 무려 서른여섯 개
가 되어 날아갔다. 강환은 가장 가까이 있는 광풍전사들만을 노리고 밀려갔다.
땅속에 묻어 두었던 분광파천뢰로 인해 흩어졌던 광풍전
사들은 아운의 공격을 제대로 막을 여력이 없었다. 그들
중 그래도 충격을 덜 받은 전사들이 아운의 공격을 막았지
만, 처음 것을 막으면 그 다음 강환이 공격해 왔다.
부서지고 날아간다.
아운이 원했던 곳에 도착했을 땐 무려 열일곱 명이 그 강
환에 맞아 죽어 갔다.
하지만 아운이 진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도착했
을 땐 거의 완전히 무너졌던 광풍멸사진이 그 짧은 시간이
다시 발진하려 하고 있었다.
'진이 닫히면 나도 살아남지 못한다.'
아운은 지금 광풍멸사진이 완전하게 발동하게 되면 자신
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 중 절반 정도는 죽일 수 있지만, 결국 자신도 탈진
해 죽을 것이다. 아운은 태양무극섬을 무려 세 번이나 연속으로 펼쳤다.
지금까지 그가 태양무극섬을 한꺼번에 두 번 이상 펼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파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며 막 진세를 이루면서 힘이 모아지던
세 명의 소군령과 이십여 명의 광풍전사들이 재가 되어 눈
보라와 함께 흩어져 버렸다. 아운은 그 틈새로 분광파천뢰를 다시 연이어 두 번이나 찔러 넣었다.
꽝, 꽈광!
연쇄적인 폭발과 함께 십여 명의 광풍전사가 사방으로 날
아가며 쓰러졌다. 엄호와 살아남은 세 명의 대군령들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엄호는 수하들에게 그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비록 대폭발로 수십 명의 전사들이 죽었고, 아운의 주먹에
추상과 몇 십 명 이상의 수하들이 죽어 갔지만, 광풍전사
들은 의연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고 광풍멸사진의 힘을 아운
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아운은 그 기세를 읽고 더욱 동작이 빨라졌다.
하지만 내심으로 은근히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지간하면 이 정도 타격에 흔들리거나 주눅이 들 텐데.
이들은 정말 대단한 전사들이다.'
감탄은 감탄이고 지금 그는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아운은 자신의 공격으로 인해 생긴 틈 사이로 신법을 펼
치면서 주먹을 휘둘러 삼살수라마정을 쏘아 보냈다. 이미
암기를 주먹으로 쏘아 보내기 시작하면서 삼살수라마정 자
체가 권강처럼 변한 지 오래였다. 수라마정 자체가 내공이
고, 이기어검술의 일종이라 권강과 함께 응용하기가 아주 쉬었던 것이다.
삼살수라마정은 바로 지상에서 한 자 정도의 사이를 두고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한데 비행을 시작한 수라마정에 갑
자기 반월형의 날개가 생겨났다. 삼살수라마정에 월광분검
영의 강기를 날개처럼 실어서 쏘아 보낸 것이다.
삼살수라마정은 광풍전사들이 내린 채 진 밖으로 몰아내
고 있는 말들을 향하고 있었다. 이미 대폭발로 인해 많은
말들이 죽었다. 땅이 움푹움푹 파인 상황에서 말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광풍전사들이 말에서 내리자, 말은 진법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광풍전사들은 광풍멸
사진을 형성하면서 말들을 진 밖으로 몰아내는 중이었다.
아운은 그 말들을 노리고 공격을 한 것이다.
수라마정에 날카로운 날개로 붙어 버린 월광분검영은 사
방으로 날면서 말의 다리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엄호의 안색이 일변했다.
"막아라!"
그의 고함은 적절했지만, 아직 광풍멸사진은 제대로 가동
되지 못하고 있었다. 몇몇 광풍전사가 수라마정을 쳐내려
하였지만. 수라마정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그들을 비켜 날아갔다.
수라마정이 말들의 다리 아래로 사라진 순간 말들이 날뛰
기 시작했다. 아무리 제대로 훈련을 받은 명마들이라지만
다리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냉정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라마정은 될 수 있는 한 말에게 상처만 주고 죽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날뛰는 말들로 인해 광풍멸사진의 형성이 늦
어졌다. 엄호는 냉랭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말들을 전부 죽여라!"
삽시간에 말들이 죽어 갔다. 하지만 전사들이 말을 죽이
고 있는 그 짧은 순간 아운의 신형이 말들이 있는 사이로
뛰어 들어가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손에서 뿜어진 반월의 강기가 허공을 비행하면서 광풍전
사들을 휩쓸고 날아갔다. 다섯 명의 광풍전사의 머리가 예
리하게 갈라지면서 쓰러졌고 겨우 아운을 따라잡은 대군령
모단극이 두 개의 도끼를 아운에게 던졌다.
부우웅!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두 개의 도끼는 아운의
심장과 머리를 당장이라도 부술 것만 같았다. 아운은 코웃
음을 치며 연환육영뢰로 날아오는 도끼를 비스듬히 쳐냈고,
튕겨 나간 도끼는 아운에게 달려드는 두 명의 전사들에게
날아가 그들의 머리를 부수고 땅바닥에 떨어졌다.
"뿌드득!"
모단극은 이를 갈면서 아운에게 다시 달려들었지만, 아운
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가 향한 방향은 여전히 북쪽이었다.
다시 십여 명의 광풍전사가 죽었을 때 아운은 어느덧 광
풍멸사진의 포위망을 벗어나 있었다. 모단극은 광풍멸사진
을 이룬 무리의 맨 앞에서 아운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아
운은 일단 포위망을 벗어나자 모단극과 정면으로 겨루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의 뒤쪽으로 광풍전사가 돌아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운은 광풍전사들보다 빠른 신법으로 뒤로 물러서면서
연속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아운을 바로 코앞에 둔 상태에
서도 그들은 아운을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다.
화가 난 모단극은 전력으로 아운을 쫓아가려 하였지만,
그의 신법으로는 아운을 잡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아운은 뒤로 도망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고, 아
운을 쫓는 광풍전사들의 속도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운은 그들과 적당한 사이를 두고 수라마정과 연환육영
뢰로 공격을 하면서 뒤로 도망을 쳤다. 전면에 나선 창검
전사들과 순부전사들 뒤에서 궁도전사들이 활을 쏘아 아운을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로 인해 정확한 시위를 당기기가 힘들
었다. 아운은 교묘하게 앞에서 공격해 오는 창검전사들과
순부전사들을 이용해 그들의 시야를 어지럽혔으며 간간이
수라마정을 이용해 활을 쏘려는 궁사들을 공격하였다.
아운에 대한 공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계속 피해만
늘어나자 보다 못한 대군령 무형마창 수타르가 앞쪽으로
뛰쳐나오며 아운을 공격하려 하였다.
보통 지휘자는 함부로 앞에 나서면 안 되지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운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고맙군, 그렇지 않아도 이제 슬슬 변화를 주려던 참인데."
아운은 나직하게 말하며 분광파천뢰로 수타르를 공격하였다.
꽝!
폭발음과 함께 수타르가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만약 광풍멸사진의 도움이 아니었
다면 오장육부가 전부 흔들렸을 것이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멈춰라!"
모단극이 고함을 지르며 들고 있던 도끼를 던졌다.
아운은 그 도끼를 깨끗이 무시하고 갑자기 돌아서서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수십 발의 화살이 그 뒤를 쫓고 있었지만 아운을 위협하진 못했다.
수타르와 모단극이 이를 갈며 신법을 펼치려 할 때, 허공
에서 아운의 신형이 멋지게 용틀임을 한 다음 땅에 내려섰
고, 그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갈대 숲 사이로 사라졌다.
멀리서 지켜보던 야한과 흑칠랑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야한이 허공에 손을 휘두르며 고함을 쳤다.
"걸렸다. 이 바보 놈들."
흑칠랑이 야한의 뒤통수를 탁 하고 치며 말했다.
"호들갑 좀 그만 떨어라! 아직 확실하게 걸린 것은 아니다."
야한의 이마에 힘줄이 확 돋아났다.
'어휴! 이걸 그냥 확! 참는다. 참어. 선배만 아니면 정말.'
야한은 정말이지 달려들어 마구 패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
도 살수계의 질서를 위해 선배에게 달려드는 하극상은 범
하지 않았다. 절대로 힘이 없어서 달려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야한은 속으로 화를 눌러 참으며 말했다.
"저들은 이미 우리가 만들어 놓은 천문기화진()
안에 들어왔으니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 않소?"
흑칠랑은 의외로 침중한 표정으로 말을했다.
"권왕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저들이라면 천문기화진을 부술 수도 있다."
"우리 삼대살수와 권왕의 암혼살문이 가지고 있던 진법의
장점만 골라서 만든 진법이오. 우리가 저 진을 만드느라
물경 열흘 동안 꼬박 이 허허벌판에서 중노동을 했단 말이
오. 그리 쉽게 열리진 않을 것이라고 나는 장담하오."
"제대로 된 진법 하나 만드는데 열흘이 많은 것인가?"
"하지만 어차피 저 자리는 암혼살문의 안가가 있던 자리
요. 그 안가의 진법에 우리의 진법을 가미한 것이니 열흘
은 결코 적은 시간은 아니라고 할 수 있소."
"그렇긴 하지만 광풍전사단은 그 이상으로 강하다. 결코
방심은 안 되지 그리고 팔 호라는 분의 정보에 의하면 어
린이란 자가 진법에 제법 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신안이라는 모단극도 있다."
야한은 신음을 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흑칠랑의 말대로 광풍전사단은 정말 강한 자들이었던 것이다.
흑칠랑은 진 안에서 대치하고 있는 아운과 광풍전사단을 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주먹 좋은 놈은 잔머리라도 나쁜데. 어떻게 저 자식은
골고루 발달되어 있단 말인가? 이런 허허벌판에 암혼살문
의 안가가 있을 것이라곤 저 똑똑한 엄호도 생각을 못했겠
지. 더군다나 우리 삼대살수가 안가의 절진을 더욱 견고하
게 만들 줄은 더더욱 몰랐을 테고, 근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가? 젠장."
흑칠랑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듣고 야한이 나직하게 대꾸하였다.
"잔머리와 똥배짱은 얼추 견줄 만하던데."
흑칠랑의 독사눈이 야한을 향했다.
야한은 하늘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어휴 웬 눈이 이렇게 오나? 꼭 자존심에 구멍 뚫린 누구처럼 하늘에도 구멍이 ‥‥ 컥!"
빠각!
야한은 한쪽 눈을 감싸고 아픔에 발발 떨면서 자신을 친
사람을 바라보았다. 한상아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선배에게 말을 함부로 하다니. 대체 언제부터 우리
살수계의 계보가 이리 흐트러졌지? 가가는 대체 어떻게 행
동하고 다니기에 새파랗게 어린 후배가 이렇게 기어오르고 있는 거죠?"
야한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멍하니 한상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먹을 들어 올렸던 흑칠랑마저도 얼떨떨해하는 분위기였다.
"그‥‥‥ 그게 헉! 시작했다."
한상아는 바로 야한을 무시하고 결전장으로 시선을 던졌다.
야한은 두 연인의 뒤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글썽해진다.
"흑흑, 내 사랑 서문 소저가 보고 싶다."
"시끄러."
"딸꾹."
흑칠랑의 짧은 고함에 야한은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문
득 맞은 눈언저리에서 이상하게 짜르르한 기분이 느껴진다.
'한 대 더 맞아 볼까?'
야한은 망설이며 슬쩍 두 사람에게 다가섰다.
'참자, 자칫해서 눈알이 잘못되면 우리 서문 소저를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
야한은 정말 꾹 참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줄독
즐감하고 갑니다.
ㅈㄷㄱ~~~~~~~~~``````````````````
서문소저
사랑싸움은 시도때도 장소도 없구나
즐감하고 갑니다.
ㅎㅎㅎ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잘 읽고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ㅈㄷㄳ
즐독....감사....꾸벅....빵끗....^^.
즐독...감사...
즐독요
감사...
권왕무적
즐독....감사....꾸벅....빵끗....^^.
상대가 원하는 장소에서 싸운다는건 벌써 반은 지고 들어가는 것이 랄수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