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국이다. 세계에서 4번째라는 국토면적은 우리나라(남한)의 면적에 비해 자그마치 약 100배가 크고, 인구수는 26배에 달하는.. 엄청난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대국이다.
요즈음 그 대국의 중심 베이징(北京)에서는 온 세계인의 시선과 관심을 끌고 있는 하계올림픽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예외는 아닌지라, 연일 벌어지는 각 종목의 경기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따라 감탄과 기쁨 혹은 탄식과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
스포츠를 포함한 각종 행사에서는 어떤 종목, 어떤 대회든지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과 일방적인 관중의 응원 그리고 시차적응 등을 포함한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작용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고 또 그러한 전제 하에서 계획과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선수들의 노력을 지나치게 폄하해서는 안되겠지만, 우리나라 또한 지난 88올림픽에서 세계4위라는 걸출한 성적을 거둔 것이나, 2002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이루어 낸 것들도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올림픽을 중국에서 느끼고 있는 나로써는, 이곳 중국인들의 일방적인 응원열기를 넘어 노골적인 반감을 뿜어내고 있는 모습에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 선수와 중국선수가 맞붙는 대결에서는 자국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최고실력을 보이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예선에서 제3국 선수와 맞붙을 경우에도 ‘제발 떨어져 줬으면.. 그래서, 중국선수의 메달수확에 걸림돌이 안됐으면..’ 하는 바램으로 제3국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축구(올림픽)대표팀은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국 8강에 들지 못했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비난 혹은 위로를 받아야 했다. 실력이나 전술, 선수구성 등등 이런 문제들이야 앞으로도 많은 개선방안과 대책들이 강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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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짚고 싶은 부분은 축구조별예선 3경기에서 보여준 중국관중들의 응원모습이다. 그들의 열렬한 응원은 이웃나라 ‘대한민국’이 아닌 상대방 국가에 몰려 있었고, 그것은 단순히 초대받은 국가들 중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들에 대한 미덕으로 보여지는 ‘대국인(大國人)으로써의 응원’이 아니라, 마치 그들이 이겨보지 못한 상대에 대해 제3국을 통한 앙갚음 내지는 그 제3국의 승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는 히스테리 같은 광분으로 보여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마치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참석해서 홀대 받는 느낌이다.
수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을 높게 평가하기 보다는 자국선수가 박태환 때문에 은메달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는 질시가 더 강하고, 역도에서도 한국에만큼은 금메달을 넘길 수 없다는 적대감, 세계가 놀라워했던 양궁단체전 결과에 대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활쏘기의 종주국인양 하고 떠드는 중국언론, 이틀 전 펼쳐진 여자양궁개인 8강전에서부터 보여준 중국관중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 다른 나라 선수들과 대결할 때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도, 한국선수와 자국선수가 대결할 때는 소리를 지르고 호루라기를 불고 하는 등 - 이 그야말로 감춰진 속내를 드러낸 압권이었다.
내가 그 동안 중국에서 봐왔고 알고 지냈던 여러 중국 친구들, 혹은 친구라 표현할 수 없는 중국인 지인들.. 일견, 사소한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항상 통 크게 행동하고 넓은 아량을 보였던 그들의 모습을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그들의 지금까지 모습은 전부 가식이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며칠간 또 다른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국인들의 태도와 마치 그것을 조장하거나 내지는 방치하는 중국언론(아시다시피, 중국언론매체는 모두 관영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공영매체를 길들이려는 우리 정부의 롤모델이란 말씀이지요.ㅋㅋ) 의 행태를 보면서,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그들의 26분의 1의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속 좁고 아량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 탁구여자 단체전 대표로 출전하고 있는 ‘당예서’ 선수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과 그리고 그들이 보이고 있는 적대감을 여과 없이 보도하며 적대적인 여론을 더욱더 부추기는 듯한 중국언론의 행태는 마치 중국 공산화 혁명 이후 지주계급에 가해지던 소작농들의 비판과 인민재판, 또는 문화대혁명 시절 지식분자에 대한 홍위병들의 마녀사냥 식 인민재판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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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당예서’ 선수는 중국의 워낙 두터운 선수층 탓에 중국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지난 2001년, 한국 대한항공 훈련파트너로 들어와 활동하다가 작년에 ‘탕나(唐娜)’라는 중국이름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후, 당당하게 실력을 통해 태극마크를 거머쥔.. 가슴속에 태생적 아픔을 안고 있는 선수이다.
중국의 여론은 이 선수가 개인의 꿈을 위해 조국을 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이던가? 중국 광저우(廣州) 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관중들의 온갖 야유와 ‘배신자’ 등으로 깍아 내린 중국언론의 집중포화로 인해, ‘당예서’ 는 단체전 16강전에 크게 흔들리며 탈락의 빌미를 제공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 대회의 약 2개월 전에 열렸던 국내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전승을 거두었던 선수였기에 그의 심적 부담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관중야유전략으로 재미를 봐서일까?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국의 각종 매체와 인터넷 공간에서는 ‘당예서 죽이기’에 돌입한 양상이다. 지난 2006년에 결혼을 한 ‘당예서’에게는 중국에 살고 있는 그의 중국인 남편이 있다. 아마 당사자인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 남편까지도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선수로 활동하다가 각각 일본과 호주로 귀화하여 이번 올림픽에 당당히 해당국가의 올림픽대표로 선발되어 출전한 양궁선수를 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과 한국언론의 태도는 아마도 중국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비난 받아 마땅할 정도로 호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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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림픽대표팀의 양궁선수인 ‘하야카와 나미(早川浪)’는 한국대표팀 ‘박성현’ 선수의 고등학교 2년 후배인 ‘엄혜랑’ 선수로써, 한국토지공사소속이던 그녀는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3년 일본으로 건너가 2006년 일본국적을 취득한 한국계 일본인으로, 당당히 이번 일본 대표팀으로 선발되었다. 첫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그가 존경하는 선배인 ‘박성현’과 8강전에서 대결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박성현’은 그 사랑하는 후배 ‘하야카와 나미’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이번 올림픽 남자양궁개인 32강전에서 탈락한 호주 올림픽대표팀의 양궁선수인 ‘김하늘’이다. 그는 지난 2004년까지 대구중구청 양궁팀 소속이었으나, 현 호주대표팀 오교문 감독의 추천으로 2005년 호주로 건너가, 2006년에 호주시민권을 취득하고 이번 올림픽에 호주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물론, 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도 ‘매국노’ 등의 날 선 비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이 비판만을 가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의 선택을 포용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언론과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매체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따른 보도를 통해 국민 개개인이 균형 잡힌 사고로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건전한 국민여론이 형성되도록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또한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은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혹은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국적을 바꾼 것이 옳고 그르고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개개인의 판단과 결정은 국가의 존재여부와 관계없이 내릴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요즈음의 세상이며, 그러한 것이 중국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존중되는 우리나라가 더 자랑스러울 뿐이다.
‘국가’, ‘조국’ 등의 의미는 개인의 정체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그 또한 모두 각 구성원 개개인의 몫일 것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야 하거나 강압적인 여건 그리고 각 개인의 판단을 집단적으로 마구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이 아닐까? 중국이 그 땅덩어리만큼 아니, 갖고 있는 인구수만큼의 아량을 가진다면, 이곳에 살고 있는 나 같은 외국인은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싶다. 우리나라가 보이는 아량의 100배, 26배가 아니라 그냥 우리나라만큼만이라도......터벅터벅...... – 우보 -
첫댓글 개인적으로 당예서선수가 통쾌하게 중국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땄으면 했습니다. 이전 광조우대회뿐 아니라 이번대회에서도 많이 위축되는 모습이더군요...지난번 성화봉송때부터 보여준 중국인민들의 이기주의...편협한 애국심...많이 느껴지지만...어쩝니까? 또 중국을 등지고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저도 당예서 선수를 열심히 응원했는데(저녁약속도 취소해가면..) 허탈하더군요....13억이 넘는 인민들을 통제하려면.. 이기적이고 편협한 애국심을 조장할 방법밖에는 없을걸요...
중국은 경제개방한 지가 겨우 20여년 입니다. 경제적으로은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 사고방식의 개방은 전혀 되어있지 않고요. 공산주의의 세뇌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란 사람들이고 위에서 시킨대로만 교육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당연히 편협하고 몰염치이고 비효율적이고 무지막지한 지 겪어본 사람만 아는 일인데 지금으로서 한국인만큼의 사고력을 갖기는 거의 불가능할겁니다. 언젠가는 나아질 지 모르지만요. 중국인들이 그러한 모습을 보고 저도 답답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