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Hanni Pham
어느 날, 뉴스에서 기이한 소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범죄자들이 하나둘씩 죽고 있다는 보도였다.
어린이 성폭행으로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조영열.
스무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석순.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되었던 윤두철까지.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던 인간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모두 사망했다는 것.
사인은 하나같이 심장마비였다.
처음엔, 사람들은 기뻐했다.
뉴스 화면에 그들의 이름이 뜰 때마다 쏟아지던 분노와 저주는, 사망 소식 앞에서 묘한 해방감으로 바뀌었다.
“천벌 받았다”, “하늘이 일을 했다”는 말들이 댓글을 채웠다.
감옥에 있든, 밖에 있든 상관없이 사라진 그들이 더는 뉴스를 더럽히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통쾌했다.
하지만 이상함은 곧 고개를 들었다.
강장설.
김먹태.
신발원.
또 다른 유명 범죄자들의 사망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예외 없이 심장마비였다.
사람들은 그제야 멈칫했다.
너무 많았다.
너무 정확했다.
범죄의 종류도, 나이도, 수감 여부도 달랐다.
단 하나, ‘중범죄자’라는 공통점과 ‘심장마비’라는 동일한 결말만이 남아 있었다.
정부도 결국 움직였다.
전담 부처가 신설되고, 수사 인력이 대거 투입되었다.
사인 조작 가능성, 독극물, 약물, 의료 과실까지 모든 가능성이 검토되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원인 불명. 외상 없음. 독성 반응 없음. 기록상 완벽한 심장마비.
그러던 중, 한 네티즌의 게시글이 불씨를 던졌다.
— 데스노트 아니냐?
범죄자들만, 이유 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죽는다.
만화책 속 설정과 너무 닮아 있었다.
처음엔 조롱이 쏟아졌다.
“오덕 망상”, “현실 좀 살아라” 같은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심장마비 사망 소식이 멈추지 않자, 사람들의 태도는 서서히 바뀌었다.
농담처럼 소비되던 단어가 점점 진지하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부가, 그 단어를 입에 올렸다.
“현재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며,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혹시 ‘데스노트’로 추정되는 물체를 보신 분은 즉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
존재가 입증되지도 않은 ‘노트’를 찾겠다는 공식 발표.
그 말 한마디는 곧바로 거대한 파장을 불러왔다.
정부는 욕이란 욕을 다 먹었다.
제보 전화는 장난과 조롱으로 마비되었고, 해당 부처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그게 바로 2년 전.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고, 지금도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그리고 지금도 범죄자들은 죽고 있다.
이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흉악범들을 지나, 일반 범죄자들에게까지 번졌다.
두 달 전, 층간소음 문제로 아래층 주민이 윗집에 칼을 들고 올라가 40대 부부와 10대 자녀 둘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의 범인, 김하준.
그 역시 며칠 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정부는 결국 포상금 20억을 내걸었다.
데스노트의 실체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노트를 발견한 것 같다.
내 절친, 도미의 책상 위에서.
검정색.
민무늬.
아무 장식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노트였다.
그래서 의심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펼쳤다.
도미는 늦은 점심 준비를 하다 재료 하나가 떨어졌다며 급히 마트에 간 상태였고, 나는 화장실에 다녀오며 어질러진 그녀의 책상을 정리하다 그 노트를 집어 들었을 뿐이었다.
‘요즘도 노트 쓰는 사람이 있네?’
도미는 일기도 안 쓰고, 책이라면 질색하던 아이였다.
그런 그녀의 책상에 놓인 검정 노트는 묘하게 시선을 끌었다.
한 장.
또 한 장.
그리고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아이들 성폭행으로 온 국민의 분노를 산 범죄자 조영열.
26년 7월 2일 오후 3시 20분. 심장마비.’
‘세간에 20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연쇄살인범 유석순.
26년 7월 19일 오전 9시. 심장마비.’
‘김쥴리의 배우자이자 내란 우두머리 윤두철.
26년 8월 5일 오후 1시. 심장마비.’
숨이 막혔다.
뉴스에서 봤던 이름들.
사망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조영열에서 시작해, 두 달 전 김하준까지.
모든 사건이 이 노트 안에 있었다.
나는 애써 합리화하려 했다.
뉴스를 보고 적어둔 기록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긴 순간, 그 생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이름.
그리고 미래의 날짜.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 이00의 집에 숨어, 그녀가 보는 앞에서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이00까지 살해.
이후 시체를 토막 내 유기한 범죄자 이동열.
28년 3월 19일 오후 2시. 심장마비.’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10분.
그때, 틀어놓은 거실 TV에서 속보 자막이 흘러나왔다.
“오늘 오후 2시경, 이별을 통보한 전 여자친구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 중이던 이동열 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손에서 노트가 떨어졌다.
데스노트를 신고하면 나에게 주어지는 포상금 20억.
그와 동시에 내 친구 도미는 살인죄로 잡혀가겠지.
죽어마땅한놈 데스노트 있었음 좋겠다 진짜로
신고한다는 사람 신기
원래도 없던 20억이었어 없어도 잘 살겠지 친구야 응원한다
갓치 쓰자
20억 이상의 가치 있는 일임
멋진 친구잔아
내가 20억 벌어서 친구 품에 안겨줄게;
친구야 개가티 응원한다 화이팅
같이 좀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