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靑 인문학 아카데미 1 Tongchung Humanities Academy | 548회 | 주 제 | 강 사 |
장자 해설 (8) | 이 태 호 (통청원장/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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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것을 쓸 줄 모르는 혜자(惠子) 이야기
장자 내편(莊子 內篇), 제1장 소요유(逍遙遊)
[10절]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魏王)이 큰 박씨를 내게 주었소. 내가 그것을 심었더니 자라서 다섯 섬들이의 열매가 열렸소. 여기에 물이나 장을 넣어 보니 물러서 제대로 들 수가 없었소. 그것을 쪼개어 바가지를 만드니 평퍼짐하기만 해서 아무것도 담을 수가 없었소. 정말로 휑하니 크기만 해서 나는 그것을 쓸곳이 없다고 여기고 부숴버렸소.”
장자가 말하였다. “선생께서는 큰 것을 쓰는 법이 정말 졸렬하군요. 송나라 사람 중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대대로 솜을 빠는 일에 종사하였소. 한 손님이 그 얘기를 듣고서 처방을 백금(百金, 25kg)으로 살 것을 제안하였소. 그는 가족들을 모아 놓고 상의했소. ‘우리는 대대로 솜을 빨았지만 겨우 몇 금을 버는데 불과했다. 지금 하루 아침에 그 기술을 백금에 사겠다니 처방을 그에게 내주자.’ 이래서 손님은 그 처방을 얻어 가지고 오(吳)나라 임금에게 가서 유세를 하게 되었다오. 마침 월(越)나라가 침범해 와서 오나라 임금은 그를 장수로 삼았소. 겨울철에 월나라 군사들을 물에서 맞아 싸워 크게 패배시켰소. 그 결과 그는 오나라에서 땅까지 봉해 받았소.
손을 트지 않게 하는 방법은 같은데도 어떤 이는 나라의 땅을 봉해 받고, 어떤 이는 솜을 빠는 일을 면치 못했으니, 이것은 쓰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오. 지금 당신에게 다섯 섬들이 큰 박이 있다면 어찌하여 그것을 큰 배로 삼아 강호(江湖)에 띄워 둘 생각은 하지 않소? 그리고는 그것이 펑퍼짐하여 아무 것도 담을 것이 없는 것만을 걱정했으니, 선생은 옹졸한 마음을 지닌 분이구려.”
[11절]
혜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나 있는 곳에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개똥나무라 부르오. 그 큰 줄기에는 혹이 많이 붙어 있어서 먹줄을 칠 수가 없고, 그 작은 가지들은 뒤틀려 있어서 자를 댈 수도 없소. 길가에 서 있지만 목수들도 거들떠 보지 않소. 지금 당신의 말도 크기만 했지 쓸 곳은 없으니 모든 사람들이 상대도 안할 것이오.”
장자가 말하였다. “당신은 홀로 삵쾡이와 족제비를 보지 못했소? 몸을 낮추고 엎드려서 튀어나올 먹이를 노리지만, 동쪽 서쪽으로 뛰어다니며 높고 낮음을 꺼리지 않다가 덫이나 그물에 걸려 죽고 마오. 지금 리우란 소는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소. 이 놈은 큰 일은 할 수 있지만 쥐는 잡지 못하오. 지금 당신은 큰 나무를 가지고 그것이 쓸 데 없다고 근심하고 있소.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고장, 광막한 들에다 그것을 심어 놓고, 하는 일 없이 그 곁을 왔다갔다하거나 그 아래 어슬렁거리다가 드러누워 낮잠을 자지 않소? 그 나무는 도끼에 일찍 찍히지 않을 것이고, 아무것도 그것을 해치지 않을 것이오. 쓸데가 없다고 하여 어찌 마음의 괴로움이 된단 말이오?”
노자 도덕경 45장
크게 이룬 것은 결함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사용해도 낡지 않는다. 크게 채운 것은 비어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사용해도 다함이 없다. 그리고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뛰어난 기교는 서투른 것 같고, 크게 뛰어난 웅변은 말 더듬는 눌변처럼 들린다.
바쁘게 움직이면 추위를 이길 수 있고 고요히 있으면 더위를 이길 수 있듯이, 맑고 고요한 것은 더럽고 시끄러운 세상을 바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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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장자』 1장, 10절과 11절에서는 혜자(惠子)라는 장자의 친구가 작은 사람의 역할을 두 가지 한다. 10절에서는 혜자가 위(魏)나라 왕이 자신에게 큰 박씨를 주어 심었더니 큰 박이 열렸는데, 너무 커서 쓸 데가 없어 부숴버린 이야기를 했다. 11절에서는 혜자가 큰 줄기에는 혹이 많고, 작은 가지는 뒤틀려 쓸모없이 크기만 한 개똥나무 이야기를 한다.
혜자의 말을 들은 장자는 혜자에게 자네는 큰 것을 쓸줄 모르는 옹졸한 자라고 말한다. 10절에서 장자는 겨울에도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사용하여 작게 쓰는 사람(솜장사)과 크게 쓰는 사람(겨울 수중전을 승리로 이끈 사람) 이야기를 먼저 한다. 그리고는 큰 박을 버릴 것이 아니라 강호(江湖)에 띄어두고 즐길 생각은 왜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11절에서 장자는 작은 짐승인 삵쾡이와 족제비가 먹이를 취하기 위해 날세게 행동하지만, 자신을 먹이로 잡아내는 덫이나 거물을 보지 못해 걸려서 죽는 경우를 예로 든다. 이와 반대로 리우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소는 큰 일은 하지만, 쥐를 잡는 등의 작은 일은 하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든다. 그리고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큰 나무를 들에다 심어놓고 그 근처에 하는 일 없이 어슬렁 거리다가 드러누워 낮잠을 잘(소요유;逍遙遊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노자는 『도덕경』 45장에서 큰 것은 오히려 반대로 보인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 사례로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크게 이룬 것은 결함이 있는 것 같지만 사용해도 낡지 않고’, ‘크게 채운 것은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사용해도 다함이 없고’,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뛰어난 기교는 서투른 것 같고’, ‘크게 뛰어난 웅변은 말드듬는 것(눌변;訥辯) 같다’이다. 그리고는 노자 자신이 생각하는 큰 것은 반대되는 것까지 모두 포용하는 것임을 추위와 더위를 이기는 방법을 통해 말하고 있다.
세상사람들은 추우면 더 움츠리게 되고, 더우면 숨을 가쁘게 쉬게 된다. 그런데 노자는 반대로 추우면 바쁘게 움직이고, 더우면 고요히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세상사람들이 흔히 출세 성공을 하면 좋아서 날뛰고 실패하면 침울해 지는데 비해, 성인들은 어느쪽에 속해도 들뜨지 않는 지혜로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노자는 말한다.
작은 사람은 큰 것이 주어져도 사용할줄 모르고 버려버린다. 작은 사람의 눈에는 큰 것의 귀중함이 보이지 않고, 작은 것을 오히려 귀중하게 여긴다. 이에 비해 큰 사람의 눈에는 큰 것의 귀중함이 보이고, 이것을 잘 사용할줄 안다. 따라서 큰 사람은 작은 것보다 큰 것을 취해서 인생을 크게 즐길 수 있다고 장자는 본 것 같다.
〈이어지는 강의 예고〉
▪ 549회(2023.6.13.)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17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50회(2023.6.20.) : 화이트헤드의 유기체 철학(18회), 이태호(통청원장/철학박사) ▪ 551회(2023.6.27.) : 나를 채우는 명회(名畫), 서희주, 인문예술공동체 아르케대표 /철학박사 ▪ 7월, 8월 휴강하고, 9월 5일(화)에 후반기 시작합니다. |
부록
제4회 이윤수 문학상, 수상자 및 수상작
-2023년 5월 25일 매일신문에 게재됨-
왜왜
시인 김상환
德萬 아버지는 말씀하셨지요
만 벼랑에 핀 홍매가 말없이 지고 나면 무릎을 펼 수 없어 나이테처럼 방 안을 맴돌고 물음은 물가 능수버들 아래 외로 선 왜가리가 왜왜 보이지 않는지 먼 산 능선이 꿈처럼 다가설 때 두엄과 꽃이 왜 발 아래 함께 놓여 있는지
達蓮 어머니에 대한 나의 궁금은 앵두 나무 없는 밤의 우물가에 몰래 흘린 눈물 이후 단 한 번의 말도 없는 굽은 손 다시는 펼 수 없는 축생의 손가락 산수유나무 그늘 아래 먹이를 찾는 길고양이처럼 길잃은 나는 왜 먼동이 튼 아침마다 십이지상을 돌고 돌며 천부경을 음송하는지 좀어리연이 왜 낮은 땅 오래된 못에서 피어나는지 어느 여름 말산의 그 길이 왜 황토빛이고 음지마인지
해맞이공원을 빠져나오다 문득, 사리함이 아름답다는 생각
⬤ gdpond@hanmail.net/ 1981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1993년 여름호 (문화비평)에 「한 내면주의자에 대한 비망록적 글쓰기-이가림론」으로 비평활동 시작/ 시집 『영혼의 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