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이찬영, 이미옥, 박동혁, 하성민, 정소희, 박정일, 이백구,
이경섭, 신영미, 이선우
<때> 2003년 9월 4일(木)∼10월 5일(日)
● 화∼목 : 오후 7시 30분
● 금·토·일·공휴일 : 4시 30분 / 7시 30분
● 월요일 쉼
<곳> 대학로극장 (764-6052)
<입장료> 일반 20,000원/대학생 15,000원 / 중, 고생 10,000원
<관람문의> 780-6343 (극단「쎄실」), 017-287-6121
www.theatercecil.com
1. 작품개관
김승옥의 < 무진기행 > 최초 무대화!
극단 [쎄실] 창작극 시리즈 열 일곱 번째이자 2003년 채윤일 연출시리즈 네 번째 무대
<무진기행>. 이번 공연은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극찬과 함께 한국 문단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우리 문학의 살아있는 전설 김승옥의 대표작 <무진기행>을 최초로 무대화한 것으로 중견연출가 채윤일의 의해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로부터 벗어나 일상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한 남자의 귀향 체험을 담은 <무진기행> 공연은 문학과 연극이 어떻게 만나는 지를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원작의 향기가 살아 숨쉬는 무대!
극단 [쎄실]은 김승옥 선생의 <무진기행>을 공연하고자 작년 12월, 작가 김승옥 선생께 무대화 작업을 승낙 받았다. 그러나 각색된 희곡을 보고 조언을 해주겠다던 선생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이후, 각색된 대본을 들고 김승옥 선생을 찾아 뵙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선생의 바램은 소설 속의 시대를 거스르지 않는 그 시대만의 고유성을 지켜 주기를 바라셨다. 또한 원작에 충실하기를 원하셨다. 물론, <무진기행> 공연을 준비하는 본 극단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원작을 전혀 다르게 소위 '뒤집기'보다는 원작이 가진, 원작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는 데 힘썼고, 특히 김승옥 선생의 빛나는 문체를 살리면서도 공연성을 획득하는 과정이 가장 주력시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공연되는 <무진기행>은 원작의 향기가 살아있는 감성의 무대가 될 것이다.
2. CAST & STAFF
이 극의 주인공인 '윤희중' 役에는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에서 손숙 씨의 '아들', <진땀 흘리기>에서 '경종', <이상의 날개>에서 '이상'을 맡아 연극계의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이찬영 씨로 결정을 보았다. 또한 푸치니의 <나비부인> 중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소화내야하는 조건 때문에 캐스팅에 많은 난관이 있었던 음악교사 '하인숙' 役에는 서울시 뮤지컬단 단원인 이미옥 씨가 발탁되었다.
연출자의 말 -
문학을 연극으로 옮기는 일은 지난한 작업이다. 특히 김승옥 선생의 소설은 서사보다는 감각적인 문체와 예민한 감수성이 더 빛을 발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해내고, 연극으로 승화하고픈 의욕이 이 작품을 연출한 동인이 되기도 했다. 숨가뿐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일탈을 꿈꾸는, 그러나 종국에는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다.
각색자의 말-
원작자 김승옥 선생님의 주문대로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4.19세대인 김승옥 선생님이 5.16 군사 쿠테타 이후 느꼈던 허무와 이농현상이 심했던 당시의 사회상과 무진이라는, 안개로 상징되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희곡화하는 데 주력하기는 했지만 1960년대를 살아보지 않은 나로서는 그 당시 시대상을 표현하는데 애를 먹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무진기행>은 세대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3. 줄거리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다. 꼭 한번만, 이 무진의 안개를…-
젊고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하고 조만간 제약회사 전무가 될 서른 세 살의 윤희중.
그는 아내와 장인의 권유로 어머니의 묘가 있고 더 젊은 날의 추억이 있는 무진으로 향한다.
짙은 안개가 명산물인 무진. 과거에도 무언가 새 출발이 필요할 때면 무진에 오곤 했었다. 그러나 무진에는 늘 어두운 골방 속에서의 화투와 불면과 수음(手淫), 그리고 초조함이 있었을 뿐이다.
무진에 온 날 밤, 중학 교사로 있는 후배 '박'을 만나 그와 함께 지금은 무진의 세무서장이 된, '손금이 나쁜 사내가 스스로 손금을 파서 성공했다'는 투의 얘기에 늘 감격해 하던 중학 동창 조만수의 집에 찾아간다. 거기서 '하인숙'이라는 음악 선생을 소개받는다.
대학 졸업 음악회 때 '나비 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불렀다는 그녀는 술자리에서 청승맞게 유행가를 부르고 윤희중과 둘만이 함께 있을 때, 무진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것을 간청한다. 윤희중은 그녀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다.
바다로 뻗은 방죽, 과거에 폐병으로 요양했던 집에서 윤희중은 하인숙과 정사(情事)를 갖는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아내로부터 온 전보가 과거의 의식에 빠져 있던 윤희중을 일깨운다.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지만 곧 찢어 버린다. 이제는 영원히 기억의 저편으로 무진을 묻어 두기로 결심하면서 윤희중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진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