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서리
모든 성인남자들 가슴 속에는 어린소년이 숨어있게 마련이다. 충동적인 베팅과 은밀하게 불을 가지고 장난하기를 좋아한다.
우리말 사전에서 '서리'란 말을 찾아보면 “떼를 지어서 주인 모르게 훔쳐 먹는 장난”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주인 모르게 한다? 그러니 짜릿한 스릴이 동반할 수밖에. 그러므로 오줌보 약한 녀석은 자주 소변을 보게 마련이다.
소싯적 서리해 먹은 품목 들을 나열해 보겠다. 제일 흔한 수박·참외 서리는 기본이지만 대체로 밤에 이루어진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서리, 이건 좀 웃긴다. 지금 보면 저런 것들도 서리 축에나 낄 수 있을까. 라고 의문을 갖는 것들이 배고프던 시절에는 분명히 서리를 맞았다. 어느 집에서나 재배하는 것들이지만 내 집 것은 멀었고, 또 다른 이유로는 남의 것이 더 맛있고 재밌는 걸 어쩌랴.
소 보러 가면서 슬쩍한 서리한 오이와 가지를 저수지 저 안에 던져놓고 빨리 헤엄쳐 간 놈이 건져 먹기 놀이로 사용했다. 개구리헤엄이건 개헤엄이건 소금쟁이 자맥질이건 두집어서 치는 송장헤엄이건 아무 상관없었으나 결과에 따라서는 자칫 목숨이 위태로 울 수 있는 서리였다.
밀 보리 콩은 걷어 와서 그 을러 허기를 채웠고 가을 단감 서리는 달 없는 밤에 바가지를 쓰고 감나무 올라가서 고개만 흔들면 단감이 바가지에 부딪힌다. 여기까지는 서리 당한 주인이 당신도 애를 키우니까 그냥 봐 줄만한 서리다. 다음은 잘 못 되면 도둑으로 몰리는 서리들. 닭, 오리 서리.
어떤 이빨 강한 이가 이런 궤변을 늘어놓았다. “닭, 토끼, 오리 서리가 소 서리 보다 죄가 크다.” 이 무슨 두부 먹다가 이빨 무너지는 소리더냐? 더 들어보자. “왜냐면 소는 세끼 줄만 끌고 가면 제 발로 따라오지만. 토끼, 오리. 닭은 완전히 타인에 의해서 이동하기 때문이다.” 부산 초원 복 집에서 시원한 복국 처 잡수시고 “우리가 남이가?” 라고 복에 중독된 소리 한 법무장관 보다 도덕적 수준이 높은 발언이다. (얼라들 보다도 못한 쉐이, 남북으로 잘려 힘 못 쓰는 작은 나라에서 또 동서로 갈라야)
돼지 염소 서리, 돼지 서리는 자루에다가 부엌의 재를 담아서 돼지 머리부터 씌우면 됨,
돼지가 “주인댁!” 아무리 소리쳐도 목으로 넘어간 재 때문에 안 들려, 절대로….
다음은 도덕적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서리다. 노처녀 서리, 과부 서리, 이것을 다른 언어로는 보쌈이라고도 한다. 우리도 툭하면 식당가서 보쌈질을 한다. 이건 양면성이 있어서 노처녀는 총각. 과부 서리는 홀아비가 저지르면 경사가 될 수도 있다. 부침으로 세월이 가고 잘하면 이子도 무한히 칠 수 있다.
그럼 서리 중에서 제일 문제없는 서리가 무엇일까. 단연, 친구랑 짜고 자기 집 닭서리 해먹는 것이 소화도 잘되고 여러모로 잡음 없음을 밝혀둔다. 품앗이로 돌아가면서 네 집, 내 집을 털 면 물량도 풍부한 이점도 있다.
그럼, 서리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서리인가? 무엇이든 잡아먹고 문제없으면 서리고, 잡아먹은 짐승 외, 것들을 변상하든가 파출소 불려 다니면 이건 서리가 아니다. 서리가 아닌 것은 곧 도둑이다, 이건 米나라 전직 대통령이 좋아하는. 적 아니면 친구라는 이분법밖에 없다.
(과도한 폭력 불안감을 명분으로 전쟁을 벌이는 국가 그 국가의 정점에 서 있었던 부시, 우리는 거짓된 이유를 들어 세계를 정쟁으로 내몬 사람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
참조: 닭 두 마리 서리 당하고 닭 주인이 동네방네 꼬꼬떽~ 소리만 지르면서 넘어가면 이건 서리다. 하나, 수박 몇 덩이 서리하고 파출소까지 불려가 변상해주면 이건 서리가 아니다. 악질 원두막 주인한테 걸리면 작년 서리 맞은 수박 값까지 게워내야 한다. 요 주의!
공자 만난 도착이 한마디 일갈하셨다 “도적도 도道가 있다” 고 무슨 도냐고 물었더니 문제없는 집 훔칠 것을 찜 하는 것이 도 중에서 으뜸이라고 했단다. 문제없는 집의 것? 답은 곧 우리 집 것이 된다. 시각장애인이 아니래도 한번 해보시라 전율은 좀 덜하겠지만.
서리 감 중에 닭이 제일 많은 수난(?)을 당했다. 그래서 그 후유 증인지 닭들의 반란? 요즘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닭 먹기가 겁난다.
‘니와 도리’라는 일본어가 있는데. ‘니와’는 마당이고 ‘도리’는 새란다. 그러니까 원문을 그대로 직역하자면 마당+새=닭이다. 마당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새는 곧 닭이라는 것이다. 우리 酒 당 님들 술안주에 “닭 도리 탕”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도리’는 새를 뜻 한 일본어다.
그럼 우리말로 바꿔보면 닭+새+탕? 아리송송? 아리송한 우리말에는 ‘족발’ 역전앞 짚차 황토흙 이국땅 있다. 足이면 족이고, 발이면 발이지~ 서리하다 잡혀 파출소 가서 대질을 해 보면 쌍방 말이 다 틀려, 거울 보며 혼자 고스톱 쳐도 돈이 빈다는데. 이런 문제로 쌍방 말이 절대로 일치할 수 없디, 거럼~
*****
전통시대 풍습의 하나로 여름철에 가장 많이 하며 주로 밭에서 한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점에서는 도둑이라 할 수 있으나 일반적인 도둑과는 성격이 다르다.
행위의 주체가 여러 명이며 재미로 하는 것이고, 규모가 작은 먹을거리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장난 끼 서린 일종의 놀이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은 그 행위에 대해서 묵인해주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서리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대부분 체험하는 현상으로, 그것은 그들만이 소유하는 특권으로 인정되었다.
그 대상은 곡식이나 채소·과일 등의 먹을거리가 대부분이다. 곧, 밀·보리·콩·감자·고구마·가지·옥수수·단수수·오이·참외·수박·감·살구 등에서 닭서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밀·콩·보리 서리는 주로 낮에 하고, 이를 제외한 모든 서리는 대개 밤에 한다.
서리를 하려면 아이들이 모여 누구네 밭에서 무엇을 서리할 것인가 모의를 하여 정하게 된다. 서리를 한 물건은 밖에서 여럿이 나누어 먹으며 집으로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설령, 서리를 하다 들킨다 하더라도 꾸중을 듣거나 나무라는 소리 몇 마디 듣는 정도이고, 때로는 주인이 몸소 따준 과일 몇 개쯤 들고 돌아오게 되어 있다. 또, 밤이 깊도록 공부하던 서당 학동들이 헛간에 들어가 닭서리를 하게 되면 훈장은 알고도 모르는 체 코고는 시늉으로 묵인하였던 것이다.
한편, 어른들이 노름방에서 출출해지면 밖으로 나가 닭서리를 해서 술안주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서리라기보다 도둑에 가깝다. 왜냐하면, 서리는 아이들에게만 묵인되었던 관용적 놀이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였음직한 이 장난은 먹을 것이 흔하지 않았던 시대에 배도 채우고 재미도 느낄 수 있었던 애교스러운 도둑놀이였던 것이다.
요즈음은 크고 작든 간에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절도죄로 몰리는 것이 상식이다. 서리는 지난날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관용되던 장난으로서 이러한 풍습에서 선조들의 넉넉한 인심을 엿볼 수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서리)]
좋아요공감
공유하기통계글 요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