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후배의 도전
가는 해 마지막 날 오전 한 후배로부터 제법 길고 체온이 담긴 이메일이 왔습니다. 메일은 모두에 ‘...또, 한해가 가네요. 저도 이제 2012년 1월말 정년퇴직을 맞게 되었습니다. 호, 호. 호...’
어제 저녁 늦게는 서울에 사는 한 동창으로부터 Auld Lang Syne이 이메일로 들어와 아내와 함께 두 세 번 함께 들으며 촉촉한 연말분위기를 더했답니다.
앞서 며칠 전에는 대전에 사는 한 후배가 그도 단골로 다니는 칼국수 집에서 만나 그 집이 자랑하는 수육과 칼국수를 맛있게 들었답니다. 그는 4년 전에 사별한 아내를 잊지 못하고 그리는 동기가 월여 전에 낸 시집 ‘아내의 묘비명’을 가져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동기는 홀로 매주 한번 꼴로 공주 한 공원묘원에 있는 아내 묘소에 내려와 참배하고 올라간다고 전했습니다.
상배한 동기 소식을 전한 후배는 얼마 전에 서울 한 방송사에 스카우트 되어 올라가 근무하는 함께 같은 방송사에서 근무하던 한 후배가 걸어온 전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모두 다 정년퇴임을 한 몇몇 선배들의 이름을 대며 생각난다며 모일 날자와 자리만 잡고 연락하면 내려오겠다고 했노라고 전했습니다.
후배가 말한 후배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모처럼 휴가를 얻어 지난 늦여름에 부인과 단 둘이서 전국에 산재한 명산고찰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우리 집에 잠시 들렀었습니다.
털보인 그는 반백이 된 수염을 덥수룩하게 깎지 않은 모습으로 넓적 큰 절을 하며 ‘건강하세요!’라며 무릎을 꿇고 앉아 어린아이처럼 티 없이 웃으며 그 큰 눈(그의 별명 황소 눈알)을 크게 뜨고 쳐다보아 손목을 서로 잡고 함께 웃은 적이 있습니다.
그 황소의 눈알-주인공 털보가 신묘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에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정년을 하면 도전할까 한다’라며 PCT라는 것을 소개하며 그것은 자기 ‘인생 두 번째 삶을 위한 통과의례라고나 할까요?’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PCK(pacific Crest Trail)는 미 태평양 연안의 애달래치아 산맥을 남북으로 종주하는 장장 총 연장 4300km에 이르는 장엄한 산악트레일 코스!!!
후배가 매일을 통해 이러한 소식을 전해오며 ‘인생 두 번째 삶을 위한 통과의례’라고까지 규정한 이상 그 도전이 성공적으로 꼭 이루어져 후배의 멋진 인생 두 번째 삶을 여는 문이 반드시 환하게 열리길 바라고 바라며 비는 마음입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성공리에 대장정을 마친 후에는 전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 책자화해서 보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 보는 사람마다에게 두 번째 삶에 도전하는 용기를 심어주기도 바라게 됩니다. (2012. 1. 4.)
첫댓글 천규에게는 많은 후배들이 떨어져 살아도 깊이 교감하며 살고 있는 것을 ㅡ 엿볼 수 있네
연말 연시에 나누는 따뜻한 정에 내 마음도 흐뭇해 지네
노년에 건강과 장수의 비결중에는 좋은 친구를 갖는것도 그중 하나로 치는데 천규에겐 좋은 벗이 많아서 건강한 일상을 보내게 됨을 축하 합니다.
천규야! 새해 용띠해에는 본래도 그랬던 것처럼 용솟음치는 활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힘찬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기도한다. 평소 덕을 베풀기에 인색하지 않은 천규에게는 세월이 가도 진정으로 존경하며 찾아와주는 후배들이 있어 행복하겠소.
PCK.....아달래치아산맥 종주.....4,300Km...그런 것도 있었군...정년후에 도전 할것이라고...멋지고 훌륭한 후배들이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짙은 교분을 갖고 사는 천규가 존경스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