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주세요. 사랑 많은 만큼….
박효숙
병점열차 동그라미봉사단
지난 삼월, 봉사활동을 자오쉼터로 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사를 해야 한다고, 이사를 한 후 방문을 해달라고 했었단 말을 전해 들었다. 그로부터,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분명 어젯밤 뉴스의 빨간 원피스를 입고 멋지게 멘트를 날리던 기상 캐스터의 말이 오늘은 나들이하기 좋은 햇살 조은 봄날일거라고…. 그도 그럴 것이 어찌된 일인지…. 사월에도 추운 날씨 탓에 따뜻한 햇살을 기다렸다. 그런데 햇살은커녕 구름 낀 찌뿌둥함과 봄을 여전히 반기지 않은 찬바람이 불어댄다.
봉사회 회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야간근무에 힘들었을 텐데 봉사활동에 동참하겠다는 동료를 기다렸다가 조금 늦은 출발을 하였다. 가는 동안 내내 차안에서 요란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스쳐가는 차창 밖의 풍경과 웃음소리 사이로 나는 생각을 한다.
목발을 의지한 채 혼자 몸을 지탱하기도 힘들 텐데 자오나눔 가족들과 함께 연신 웃음을 지으셨던 목사님, 내가 예쁘다고 옆에 와서 음료수를 마시라고 보채던 삼촌, 다들 잘 계신지…. 건강하신지….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헤매지 않고 도착한 곳은 마당이 없는 작은 농가주택이었다.
달려 나와서 반겨주신다. 그동안 힘이 드셨는지 수척해 보이는 목사님, 다리를 다쳐서 방안에서 인사를 하는 삼촌…. 이사하기 전에 살았던 시설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공간이었다. 재정이 힘들어져서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목사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도 연신 웃으신다. 자오나눔 가족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보금자리 이 작은 공간일지라도 목사님은 분명 감사기도를 올렸을 것이다.
오랫동안 비워있었던 곳이라서 창틀이며 집안 곳곳이 찌든 때와 먼지가 가득이다. 묶어있던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찌든 때를 걸레로 박~~박 문지르고…. 먼저 도착한 동료들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밭갈이에 힘을 쏟아 내고 있다. 딱딱한 땅을 갈아엎고 토닥거려서 고추모를 심을 수 있는 고랑을 만드는 일이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고랑을 만든 후 고추농사가 잘될 수 있게 비닐을 덮어주는 일까지 마무리를 해주었다. 시골출신이 많아서인지 다들 열심히 잘해 주신다. 일부 남자들은 목사님의 지시에 따라 주변 정리도 하고, 중고 판넬로 확장공사를 한 샌드위치판넬에 붙은 스티커들을 떼어 내느라고 고생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 수리를 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트랙터로 로터리를 쳐 놓은 밭은 작업하기가 쉬웠는데, 트랙터가 들어가지 못한 밭은 모두가 연장을 들고 밭을 파야했다. 밭을 파고 흙을 부드럽게 하여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운다. 먼저 작업을 마친 밭에는 고추를 심을 것이고, 나중에 작업을 한 밭에는 고구마를 심을 것이라고 하신다. 농사일을 잘 알고 계시는 목사님께서 자오 가족들이 먹을 고추농사를 누구보다 잘 지어내실 거라고 굳게 믿는다.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뿌듯해졌다. 강한 바람 탓에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목사님께서 만족해하시는 모습에 우리들의 작은 힘이, 그 분들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거란 생각에 마음이 날아간다.
일을 마치고 생각한다. 내년 이맘때면 분명 이곳이 분홍빛 꽃잔디와 이름 많은 야생화들로 가득할거라…. 상상한다. 그래서 마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향기로운 집으로 변화될 거라…. 그리고 그 꽃들이 우릴 그때처럼 반겨 주리라고….
하나님,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만큼 힘을 주세요.
첫댓글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섬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기도제목이 마음을 찡하게 합니다.. 그럼요. 주님은 분명히 함께하고 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