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능해(他人能解)
<타인능해 뒤주>
‘타인능해(他人能解)’는
전남 구례에 있는 운조루의 원통형 쌀뒤주 아랫부분에 새겨진 글자다.
운조루(雲鳥樓)란 이름은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뜻이다.
운조루에는 두 가지 큰 자랑거리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이 새겨진 큰 쌀독이다.
쌀뒤주 아랫부분에 새겨진 이 글자는 ‘누구든 이 쌀독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운조루의 주인이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커다란 뒤주를 사랑채 옆 부엌에 놓아두고 끼니가 없는 마을 사람들이 쌀을 가져가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쌀을 퍼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생각해 슬그머니 퍼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흉년이 들었을 때 굶주린 사람들에게 이 쌀독을 열어 구제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쌀독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는데 한 개의 구멍에 꽂혀있는 나무를 돌리면 다른 한 개의 구멍에서 쌀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 꽂혀 있던 나무는 도둑을 맞았다고 한다.
<아름다운 마음을 알리는 뒤주(타인능해)>
운조루의 두 번째 자랑거리이자 이 집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굴뚝이다.
운조루에는 첨탑과 같이 하늘 높이 쌓아올린 멋들어진 굴뚝이 없다.
운조루의 굴뚝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
눈에 잘 띄지도 않게 숨어 있다.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는 것을 막고자 함이며,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이 이 집의 굴뚝 연기를 보면서 더욱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부잣집에서 밥 짓는 연기를 펑펑 피우는 것이 미안해 굴뚝을 낮게 만들었다고 한다.
굴뚝이 높아야 연기가 잘 빠진다는 것을 집 주인이나 목수가 몰라서 굴뚝을 이처럼 낮게 만든 것이 아닌 것이다.
작은 것에도 배려를 아끼지 않던 우리 조상들의 아량이 운조루 굴뚝에 남아 있다.
<작은 사랑채 앞 굴뚝의 비밀>
이렇게 뒤주는 열고 굴뚝은 낮춘 운조루는 6·25전쟁 때 빨치산의 본거지였던 지리산 자락에 있었지만 화를 당하지 않았으니 대대로 나눔을 실천했던 정신이 운조루를 지킨 셈이다.!
<운조루 사랑채>
얼마 전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 들어갔더니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떡부터 내왔다.
“웬 떡이냐?”고 물으니 딸이 취직이 되어서 기쁨을 나누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3년 전쯤에 이 식당에서 점심 값을 계산하려는데
“오늘은 무료”라며 돈을 받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아,
그때요?
어머님과 함께 이 집에서 20년 동안 개성만두집을 운영했는데 그날이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49일이 되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그날 오신 모든 손님에게 무료로 만둣국을 대접했어요.
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과 어머님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딸이 취직이 되었다면서 떡을 내놓은 것.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넉넉한 인심이 떠오르면서 타인능해(他人能解)가 생각났다.
요즘은 나와 내 자식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눔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기를 쓴다.
또한 내 돈 내 맘대로 펑펑 쓰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자손을 위해서라도 이웃에 덕을 베풀었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 못지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함으로써 그 덕이 자손에게 미치도록 했던 것이다.
재산은 없어질 수 있어도 사람은 남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채나미 뒤주"를
아시나요?
http://cafe.daum.net/stigma50/85wA/167
첫댓글 Bae JH : 참 멋지네예!
뒤주속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지만
선한 일을 행하는 자의 따뜻한 마음이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어 갔을까요...
Jung BC :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귀감이 되는 글귀입니다.
Cho PJ : 우리 조상들의 미덕이 아름답고 자랑스럽고
저도 이런 마음을 본받았으면 좋겠어요
Yoon HJ : 물질만능 시대에 자기만 챙기기 이 세대에,
우리 선조들의 베풂에 대한 지혜로움에 (타인능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Yang CS : 참 감동적인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