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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2007.11.3.(토요일)
같이한사람; 처,처제, 동서.나
오랜~ 동안 벼르던 한라산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이름 이다.
동서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만사 재껴놓고 전날 제주도에 내려와
절물 휴양림, 다랑쉬오름, 섭지코지, 김영갑겔러리,.....
모두 사랑스러운 곳으로, 제주도와 친해 지고 싶어진다.
섭지꼬지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
너무많은 사람과 공사가 진행중이라.....
차라리 좀더 서쪽으로 있는 큰엉 해안이 가 볼 만하다.
대체로 입장료, 주차비 없는 곳이야 말로 제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아침식사를 좀 일찍주면 좋으련만, 호텔 아침식사를 포기 하기도 아깝고 .........
저절로 일찍 일어났으니, 아침 산책을 한다. 산책로가 잘~ 되어있다.
외국 못지 않은 휼륭한 풍광이다.
호텔 앞마당
"이곳에서 느긋하게 산책을 하고,아침을 먹고, 한참 단풍이 좋다는 영실, 어리목코스 로 가볍게 가 볼까? "
하는 유혹이 잠깐 있었지만 ,
처는 "그런 가벼운 코스는 좀 더 나이 먹어도 할 수 있지 !" 하며 단호히 물리친다.
7시부터 주는 서귀포 KAL 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아침먹고 성판악에 오니 8시15분이다.
주차장이 만차라 길가에 주차 하고 준비 하는데 오른 무릎 안쪽이 시큰 거린다.
노처녀 시집 가는날 등창 난다더니.
처제가 케토톱을 붙이라 주는데 대장장이네 집에 식칼이 없다 더라니...
8시20분에 등산로 입구 통과.(해발 750m)
조금 오르니 땀이 나 방풍옷 벗고, 길은 화산석의 너덜길과 나무 마루길이 교대로 나온다.
나무계단길과 돌계단도 자주 나오고.
나무판자를 가로로 깔기보다는 세로로 까는 것이 더 좋겠다.
가로로 깔아서 지팡이 끝이 나무판자 틈에 끼니 지팡이가 휘거나 망가지겠다.
세로로 깔면 틈이 진행 방향이라 지팡이 망가지는 일은 없겠다.
좌우를 보아도 잡목수준의 나무때문에 조망은 없고 단풍이 보인다.
동서와 내가 앞서가고 처와처제가 뒤에 오는데 한참 가다 보면,
안보여 잠간 기다리면 곧 따라 오는 산행 패턴이다.
땀나고 더워 옷 벗어야 하는데 으슥한 곳이 없다.
길 양편으로 무릎높이의 산죽이 계속 이어져 있다.
겉에는 긴팔옷 속엔 쿨맥스런닝셔츠, 긴팔 벗으면 그래도 11월인데 춥겠고
짧은옷 벗으려니 그게 속옷이라...
에라 모르겠다 길왼편에 붙어서서 뒤돌아 윗옷을 홀랑 벗고 긴팔옷 하나만 입었다.
긴팔옷이라도 한겹만 입으니 썰렁 하네.
진달래 대피소에 12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정상으로 가지 못한다.여름엔 12시 반.
2년전 처는 딸과 함께 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12시전에 진달래 대피소에는도착했지만,
등산화가 완전히 물에 젖어, 양말과 등산화 벗어 널고 햇볕 따끈따끈한 마루바닥에서 앉아
백록담은 포기하기로 딸과 압묵적 합의하고 놀았단다.
비갠후의 청명한 한라산의 하늘, 환상적인 구름 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단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없어 ,종주하는데 어려움은 없겠다.
나를 추월 하여 아주 잘가는 키큰 아가씨와 조금 작은 아가씨 두사람.
나도 한번 따라 가 보자 하며 따라 간다. 되게 잘 가네! 앞선사람 모두를 추월 하는 구나.
이러다 내심장 탈나면 책임 지라며 신나게 잘 따라 1km 쯤 가다가 생각하니 이산 가족 되겠다.
내배낭엔 물뿐인데...
아직 녹슬지 않은 走力 확인 했으니 우리일행을 기다리자.
기다렸다 같이 올라 가는데 평평한 길이다. 길에서 처와 처제 사진 찍어 주니
처는 나와 처제 같이 서라 더니 "빨강옷 같이 입어 오누이 같아 보기 좋다" 한다.
내가 "자기가 마누라이니 부부 같다는 소린 안 하는구나" 했더니
처제가 웃으며 전에 형부와 찍은 사진을 오랫만에 놀러온 친구가 보더니
"얘! 네남편이 좀 달라진 것 같다" 하더란다.
셋 모두 폭소.
오누이?
진달래 대피소 3.8km 남았다는 이정표 지나 조금 가니 벌목을 많이 했다.
통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쌓아 두었는데 국립공원 경내에는 살다 죽으면
썩어 거름되는 자연 순환 되게 벌목은 안했으면 어떨런지...
처는 간벌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간벌은 아닌 것 같다.
간이 화장실 아닌 제대로 된 사라악 화장실 앞 나무의자에 앉아 또기다리는데
화장실 맞은편 돌틈에서 졸졸 사라악 약수도 한모금마신다.
진달래 대피소 부근에 오니 올해 처음 보는 얼음이 있다. 간밤에는 꽤 추웠나 보다 !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 하다.누군가 다쳤나? 걱정을 했더니,
지난 수해로 망가진 진달래 대피소 복구를 위해
대피소옆 공터에 헬리콥터가 돌망태 실어 나르느라 계속 왕복이다.
대피소 앞은 컵라면 줄이 늘어지고 마루를 보던 처는 지난번 왔을때는 새 마루더니
지금은 마루가 썩은 나무색이고 2년 사이에 아주 망가졌다 한다.
헬리콥터가 흙먼지를 날려 길건너편 마루로 옮겨 커피와 빵으로 간식을 한다.
앞서 오르는데 스물은 되었을까 앳된 아가씨가 엄마랑 오르기에
"이 집도 칠촌에 양자 빌듯 빌었나 보네. 따님이 같이 오다니" 했더니
그엄마가 "얘는 같이 잘 와요" 한다.
앳된 딸과 엄마랑
훈련온 군인들이 많이 올라온다. 젊어 그런지 잘도 간다.추월 하자 마자 보이지 않는다.
한달에 몇번이나 한라산 오르느냐 물으니 부대가 육지에 있는지 훈련 올 때만 오른단다.
나중에 처제 말이 언니가 군인들 보고 "무슨일 하러 왔어요?" 라 물으니
군인 왈 "그러게나 말이에요" 하더라나.....황당 했겠다.
처는 재해지역에 군인들이 대민 봉사 자주 나오니 지난 여름 수해 생각이나
무슨 일 해주러 왔나 생각 들었단다.
구상나무가 보이기 시작 한다. 지나가며 보니 '살아1000년 죽어1000년' 같아
구상나무도 주목 같이 오래 사나 했는데 자세히 본 처가 "살아 백년 죽어 백년" 한다.
동그라미가 많아 스쳐 지나 가며 내가 잘못 본 모양이다.
지구 온난화로 구상나무가 한라산 1800m 부근 까지 올라 왔다는데 더 더워지면
백록담 지나 어디로 가야 하나. 화석연료를 대채 하여 기온 상승을 막아야 할텐데.
큰일 났다.구상나무야.
고도 1700m 지나니 경상도 아주머니의 걸걸한 목소리가
"이제부터 고바이(일본말)가 억수로 높다"고 자기 친구에게 말한다.
몇번 올랐던 아줌마인가?
경사가 가파른 곳이 좀 있지만 심하지는 않다.
고도 1800m 지나니 분화구 오른쪽으로 커다란 바위들이 산 경사에 따라 비스듬히 자리 하고 있다.
등산객이 먹을 것을 주는지 1950m 한라산 정상부근에 가마귀 천지다.
동서가 올라와 처들을 기다리기로 하여 쉬는데 앳된 아가씨 모녀를 또 만났다.
쉬는 때가 서로 다르지만 산행 속도가 비슷 하면 가끔씩은 만난다.
10분 이상 기다려도 안 나타나 동서랑 뒤를 보며 오르는데 왼쪽에서 구름이 몰려 온다.
작년 남해 금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구름이 몰려와 조망 못한 생각 나
처들이 아직 못 올라 온게 안타까워 끌타령인데 구름이 금방 지나가고 해가 나와 다행이다.
정상에는 인산인해라. 관리인 말이 지난주 토요일 보다 사람들이 두배나 많단다.
신선들이 흰사슴을 타고 놀았던 연못이라는 백록담
백록담은 오른쪽에 물이 조금 있지만, 물이 없는 모습 그대로 또 좋다.
사진으로 만 보던 백록담 모습!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멋있다.
백록담을 내려다 보고 건너편을 휘휘 둘러 보니 둘레를 한바퀴 돌았으면 좋겠다.
흙이 무너지고 훼손 때문에 일주 할수 없다네.
20여분 기다리니 처와 처제가 올라 와 어디가 불편 하냐 물으니
"이 좋은 경치 쉬엄쉬엄 잘 보며 즐기며 왔다"네.
그래! 같은 차 탈텐데 뛰어야 부처님 손안의 손오공이지.
전에 어디건가 본 것으로 사막을 녹화 하는데 바닥에 콜탈을 깔아 물이 고일수
있게 하여 나무를 심으면 된다던데
백록담 바닥의 뻘이 유실되어 물이 안 고인다니 백록담 바닥에 콜탈층을 좀
깔면 물이 고여 있으려나...
땀흘리며 힘들게 올라 왔을때 물이 가득한 백록담 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감탄 잘 하는 처의 탄성을 들으며 여기저기 같이 보고 오른쪽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 하는데
두줄의 나무울 친 곳에 들어간사람들은 관리인의 호된 질책을 듣는다.
돌바위가 닳을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못 들어 가게 하는지.
울을 좀더 끝쪽으로 내어도 좋으련만...
가파른 계단을 내려 오는데 죽은 나무가 좌우로 많고 구상나무숲이다.
오른쪽 멀리 바다가 연무에 흐릿하다.
이제는 우리 어렸을때 처럼 날씨 좋아도 깨끗하게 멀리 보이는 일은 없으리라.
내려오며 왼쪽을 보니 능선과 바위가 장관이고 그늘진 수직 바위에는 고드름도 있다.
건너편 한라산 배사면 1700m 이상의 그늘진 곳은 눈으로 하얗다.
지대가 높아 발목에도 미치지않는 키작은 산죽은 "나 밟지 마세요" 하는 것 같다.
왼쪽 한라산 꼭대기에서 파노라마로 오른쪽으로 주욱 바라 보는 경관이 장관이다.
가파르고 힘들어 어떨지는 몰라도,
관음사로 올라 성판악으로 내려 오는게 더 좋겠다는 처의 말에 나도 동감.
백록담 북벽에서 장구목이로 흘러내리는 멋진 능선길
성판악은 해발 750m에서 시작하여 정상 1950m, 표고차이 1200m 거리 9.6km.
관음사는 해발 500m, 정상과 표고차 1450m 거리 8.7km.
에서 알수 있듯이 관음사 코스가 오르기도 내리기도 더 힘들겠다.
저 ~ 아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우리도 점심을 먹었다
장구목이 건너다보이는 넓은 공터가 있어 여러사람들이 쉬며 먹는다.
우리도 호텔에서 얻은 더운물에 라면과 남은 빵으로 점심을 먹는다.
물이 식어 물에 말은 바삭바삭 하는 과자 같은 라면을 먹고 하산 하는데
가파른 계단길이지만 이곳의 단풍은 화려 하다.
좀더 내려 오니 어떤이가 화장실 들려 가시오 하고 소리 친다.
계속 소리쳐 안내 하고 있다. 알고 보니 공원 관리인.
관음사까지 두시간 거리인데 화장실이 없다네.
남자칸 하나 여자칸 셋인데 줄이 비슷 하다.합리적인 발상이다.
100여m 내려가면 계곡물이 있고 관음사 까지 유일한 물이니 식수로 하란다.
여기가 용진각 대피소 자린데 지난 수해에 흔적도 없이 쓸려 갔다.
화장실 보다 작은 간이 직원 휴식처 하나와 임시 화장실이 있다.
왕관 능선
계곡에는 물이 조금 흐르고 다시 치올라 한구비 돌아 뒤돌아 보니 코앞에 거대한
원추모양의 삼각봉이 있고 그왼쪽 멀리 건너다 보이는 왕관봉의 위용이 대단 하다.
오후 세시경 사진 찍고 나니, 튀어 나온 렌즈 부위가 들어 가지 않는다.
재작동 하라는 멘트가 뜨는데 재작동 해도 소용 없다.
고장이라 그이후 사진은 없다.
두시간 코스 라는데 정말 그런가 하고 부지런히 가다 보니 나혼자이다
수해에 끊겨 없어진 계단 공사 하는 곳에서 잠시 지체 하고 부지런히 내달아
산죽길 에서 한번 미끄러 지고, 군인따라 줄다름도 치며 관음사에 오니 오후 5시.
여기서도 관리인이 쓰레기 버리고 가라 계속 소리 친다.
한라산과 제주도를 깨끗이 하는 이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30분 기다려 네사람 모두 내려와 아홉시간여의 한라산 종주를 마쳤다.
나는 하산시 자주 발목이 겹질러 고생했는데,오늘은 무사히 내려 와 큰 다행이었다.
주차장에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어서, 만오천원에 다시 성판악으로가니,
그 많던 차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우리차가 썰렁하게 기다리고 있다.
제주시내로 들어가며.
"먹거리가 풍부한 제주에서 과연 어디로가 무엇을 먹을것 인가" 의견이 분분 했지만
다행히 숙소인 그랜드호텔 바로 옆에 칼치 고등어 전문 음식점이있어서
칼치회, 고등어회, 오분작이 해물뚝배기. 칼치조림. 제주소주로 한라산 등산을 자축 했다.
첫댓글 선배님 좋은데 다녀오셨습니다,,,,근디,,, 흑흑흑흑 저도 이제 노안이 왔나 봐요 글이 잘 안보여서 사진만 봤습니다
나는 약국에서 짬짬이 글을 쓰고 집에서 처가 그림을 넣어 주는데 집 컴의 글자가 크더라나요 그래서 적당히 줄였다는데 무시기님 노안 걱정 까지 하게 했나봅니다.노안 아니니 전혀 울 일 아니니 웃으십시오.
겨울의 한라산만 생각했었는데 가을의 한라산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오누이 같은 처제와 함께 하시는 산행 길이 좋게 보여지네요. 저도 10월에 가려고 했다가 친구의 사정으로 가을 한라산 산행을 내년으로 미루었는데 오늘 대선배님의 산행기로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고 아름다운 산길이어 가시길 빕니다.
wonho님 격려글 고맙습니다. 눈덮힌 한라도 좋을 것 같으니 겨울에 가시면 좋겠습니다.건강 하게 잘 다니겠습니다.
원래 형수님께서 형님이상으로 준족이신 것으로 아는데 오늘은 두 자매께서 등산이 아닌 진정한 산행을 하시느라 쉬엄쉬엄 오르신 것 같습니다. ^^ 코스는 몇 년 전 저희가 갔던 성판악관음사 코스라 눈에 선합니다. 그땐 용진각 대피소가 있었는데 수해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니 대자연의 힘이 얼마가 가공할 위력인지 실감케 하는 군요. 오늘도 동서분께서는 딱 한 컷만 사진을 찍으셨군요. 한번 산행했던 팀들이라 그날의 상황이 텔레파시로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산행 감축드립니다. ^^
자연의 힘 무섭지요. 물방울 하나하나 모여 용진각 대피소를 쓸어 버리다니.언제고 가까운 시일에 겨울 눈 왔을때 한라산 같이 가십시다. 눈왔을때 다녀 오셨는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