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여름은 매일 최고기온을 경신하며 혹독한 폭염과 열대야로 잠못드는 밤을 보내야 했다.
39도까지 치솟는 불볕더위는 밖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오듯하는 땀방울로 하루에도 두 세 번씩 속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일주일 꿀같은 여름휴가를 맞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이번은 나를 위해 쓰기보다는 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 8일부터 10일까지
아내의 권유로 꼭두내 기도원 말씀집회에 참석했다. 매주 둘째 주마다 진행하는 이춘식목사님의 깊고도 세미한 말씀에 큰 은혜를 받았다.
* 11일
동탄에 거주하는 교인이며 지인인 김기수 권사님의 융숭한 점심 대접을 받았다. 소갈비, 돼지갈비를 배 두드려가며 먹어보기는 처음이다. 아쉬운 작별과 함께 오후엔 애들과 처재 집사람과 서울 나들일 다녀왔다.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집사람과 처재에게 머풀러 한 장씩을 선물 하였다. 인사동은 자주 왔던 곳이라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애들을 위해 더위도 잊은체 즐거운 동행을 하였다.
* 12일에서 13일까지
비로소 자유, 혼자 이우재에 머물며 지냈다. 마당에 돋아난 잡초 뽑고, 토끼장 토굴을 만들어 주었다. 워낙 더운 날씨에 토끼가 발톱이 닳도록 바닥을 긁어댔다. 토끼장 바닥에 엘보형의 피이관을 설치하고 그 위에 흙을 덮어주었다. 시작과 끝부분에 구멍을 내어 자유롭게 드나들게 해주었다. 완성된 토굴 속에 들어가더니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더웠을까 말못하는 짐승이지만 그 괴로움이 어땠을까, 지금이라도 이렇게 시원한 굴을 만들어 주었으니 참 다행이지 싶다. 13일 오후 3시에 부동산 중계소를 찾아가 부모님 집터 매매(구입) 계약서를 작성했다. 오래전부터 부모님 집터를 사려고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내 이름으로 매입을 하게되어 너무도 기쁘다 비록 빚더미에 올라서긴 했지만 미래를 내다보기에 그래서 꿈을 꿀 수 있기에 행복한 오후를 보냈다.
이렇게 여름휴가는 끝이 났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 첫 날, 오전엔 평택 현장엘 다녀오고 오후 두시부터 40평 외5포 내7포 팔짝 건물 도면 작도를 하였다. 끝나서 홀가분하지만 잠을 못잤더니 몹시 피곤하다.
지금 시간이 새벽 5시 15분이네, 아침에 주간회의를 주제하려면 두어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직장 일이 힘들어도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다. 나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이 내가 해야할 일 아니겠는가. 다시 출발하는 직장 힘내고 열심히 살자.
이우재로 가는 차 안에서
쥔장 허락도 없이 무수히 자라나는 잡초, 잡초들, 며칠을 두고 바라만 보다가 손가락이 굼실거려 결국 뿌리체 뽑아내니 속이 다 후련하다.
초정에서 떨어지는 낙숫물로 바닥이 패여 관리가 어려웠는데 오랜만에 짬을 내어 박석을 깔아주었다. 더워서 죽는줄 알았다.
내친김에 정원사 아저씨 불러와 나무 전지도 하고 약도 치고, 에고 에고 돈 들어가는 소리...
몇 개 안 되는 화분인데 고양이들이 걸핏하면 올라 앉는 통에 화초에 바람 잘날이 없네
대나무는 찬 성질이 있어 더위에도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느낌이 시원하다. 이 평상에 앉아 차도 마시고 과일도 까 먹었다. 고양이 털도 빗어주고...
이빨 없으면 잇몸이다. 마당에 플장을 마련했다. 지하수로 가득 채우고 풍덩 들어가 있으면 꽁지뼈와 불알이 얼얼하니 아흐 그 시원함이란...
폭염 속에도 붉게 익어가는 해당화 열매
연지의 수원, 매일 이렇게 졸졸졸 물을 흘려보내야 연지가 썩지않고 고기들이 건강해진다.
연지를 향해 가는 도중에 만들어 놓은 옹달샘에 개구리, 도롱룡, 물방개, 잠자리유충들이 한가롭게 지낸다. 불볕 더위에도 먹이사냥을 위해 그저 하염없이 먹이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개구리의 인내심이란 대단하다 못해 위대하단 생각이 들정도다.
이우재에 혼자 머물다가 인기척이 나서 바라보면 대개는 휘적휘적 걷는 노인이거나 고양이, 애들 하나 없는 마을은 생기 없다. 그래서 홀로 있는 시간이 더 한가롭고 쓸쓸하다. 그래도 난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남들은 혼자서 뭐하냐고 묻지만 그저 이렇게 멍 때리는 시간이 너무 좋은걸 어쩌나....
올해 아버지는 작심하고 복숭아 나무에 치성을 들였다. 진딧물, 해충, 바이러스 등 종류에 맞는 방제약을 하였다. 결과는 대박이다.
다닥다닥 맺은 아이 주먹만한 복숭아가 참 달고 얼마나 향기로운지...
야무지게 익은 개복숭아, 맛은 정승이다.
요놈들 뒷바라지에 돈푼 들어가는데 다 커서도 여전히 어미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독립할 생각을 않네, 캥거루 고양이쉬키 같으니라고...
덥지유, 저는 이렇게 놀다 왔슈~^^
주말에 또 가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