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88회 등산 황석산(1192m) 2020-36
(경상남도 함양군 서하면)
2020년 10월 25일(일) 맑음 원성연 단독산행
68년의 인생을 돌아본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특히 아내에 대한 미안함으로 내 마음은 한없이 구슬프다. 이제 여생은 아내의 마음을 기쁘게 하자! 그리고 나의 유일한 樂인 등산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자. 나의 애마는 남대전IC로 진입하여 진주고속도로를 달린다. 금산과 무주를 지나 서상IC서 빠져나와 산행들머리에 이르니 딱 98Km를 운행했다.
황석산을 등산하는 코스는 몇 군데가 되지만 하나 같이 험준한 코스이다.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빨리 황석산을 오르는 함양군 서하면 우전마을 사방댐 코스를 선택한다. 우전마을의 독립가옥을 지나 사방댐 위 공터에 주차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다음 등산이 시작된다.(9:20)
주차한 왼쪽엔 맑은 물이 흐르고 있고 정상 2.6Km란 푯말이 서있다. 콘크리트 도로로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산길이 보이며 정상 2.6Km, 우전마을 1.9km란 안내판이 반긴다.(9:21) 산길은 고요로 충만하다. 다람쥐가 뛰어놀고 단풍으로 물들어 진한 가을분위기를 연출한다.
황석산 골짜기의 완만한 산길로 6분쯤 오르니 계곡의 물이 우전마을 식수이니 오염시키지 말라는 글이 쓰여 있다.(9:27) 산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거친 너덜길이 나타난다.(9:32) 곧이어 4분쯤 더 올라가니 정상 2.1Km란 푯말이 서있다.(9:36) 계속하여 험한 너덜 길로 피바위에 이른다.(9:42) 피 바위는 100m도 넘는 널찍한 암반이 산 위로 길게 펼쳐져 있다.
선조 30년 정유년(1597년)에 조선을 다시 침범한 왜군 14만 명중 우군 2만 7천명이 음력 8월 16일 황석산성을 공격한다. 산성에 있던 500명의 관군과 의병, 백성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결사항전을 다짐하였지만 김해부사 백사림이 겁을 먹고 북문을 열고 달아나는 바람에 왜군은 북문으로 쳐들어와 성은 8월 18일에 함락되고 만다. 이에 부녀자들이 정조를 지키기 위해 서쪽 성벽으로 달려가 벼랑에서 몸을 던지니 벼랑 아래 바위가 붉은 피로 물들어 이 바위를 피바위로 부른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어 콧등이 시큰거린다. 슬픈 역사를 뒤로하고 길을 재촉한다.
산길은 계곡을 건너 오른쪽으로 휘며 이어진다. 더욱 가팔라진 급경사 산길을 밧줄을 타고 올라 작은 능선에 닿는다.(9:52) 시야가 트여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피 바위 암반이 길게 뻗어 있고 거망산서 뻗어 내린 남쪽 능선이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백운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산줄기가 나무사이로 보이고 금남호남정맥의 종산 장안산이 조망된다.
산자락은 단풍으로 치장돼 세련되고 화려함이 돋보이고 광풍이 휘몰아친다. 정상 1.6Km, 거연정휴게소 3.5Km, 우전마을 2.9Km란 푯말이 거리를 알려준다. 곧이어 널찍한 바위에 시설된 밧줄을 타고 오른 다음 급경사 오르막길로 산을 올라간다. 잠시 내리막이 된 길로 내려서니(10:03) 벤치가 놓여있고 정상 1.3Km, 우전 마을 3.2Km 란 푯말이 반긴다. 이곳이 오늘등산의 중간지점인 셈이다.
이어서 급경사 오르막길로 남문 성벽에 닿는다.(10:10) 사적 322호인 황석산성은 삼국시대의 산성으로 황석산 정상에서 좌우로 뻗은 능선을 따라 축성되었다. 성벽의 전체길이는 2750m, 높이는 3m 정도이다. 조선시대 중기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극여지승람에는 산성의 둘레가 약 8.9Km이며 성안에는 창고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하며 성문은 동, 서, 남, 동북쪽의 4곳에 있고 산성 안의 계곡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건물터가 확인되었다.
남쪽 성벽에선 멋진 전망이 터진다. 백운산이 우뚝하고 장안산이 뚜렷하다. 금남정맥의 맹주 운장산도 조망되고 가까이 있는 괘관산(일명 대봉산)은 정상부의 두 봉우리가 옹골차다.
이제 완만해진 성벽 길을 따라 성안을 걸으며 진행한다. 정상 1Km, 우전마을 3.5Km란 푯말이 서있는 곳을 지나(10:16) 완만한 산길로 조금 더 나아가니 건물지 안내판이 나타난다.(10:25) 정상 0.6Km, 거북바위 0.6Km라고 쓰여 있다.
정상인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는다. 조금 후 아주 험한 급경사 길로 산을 올라가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선다.(10:46)
유동마을 가는 길이 보이고 남쪽으로 뻗은 성벽 길이 장관이다. 황석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위압적이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바위 위에 시설된 데크 계단을 타고 정상을 밟는다.(10:50)
정상은 백척간두 같고 환상적인 전망이 열린다. 먼저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부터 반야봉을 경유하여 노고단까지 길게 뻗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왕봉 왼쪽으로도 중봉을 경유하여 웅석봉까지 산줄기가 길게 뻗어나간다. 황석산의 모산인 남덕유산이 뚜렷하고 금원산과 기백산이 가깝다.
국립공원 가야산이 수석처럼 솟아있고 가야산 왼쪽으로 수도산이, 오른쪽으로 비계산, 두무산, 철탑이 뚜렷한 오도산이 펼쳐진다. 깃대봉, 영취산, 백운산의 백두대간 산줄기가 시원하고 영취산 뒤에 장안산이 솟아 있다. 가까이 보이는 괘관산의 모습이 보기 좋고 황석산 산줄기서 가장 높은 1245봉이 멋지다.
정상을 뒤로하고(11:15) 올라온 길을 역으로 데크 계단을 내려서니 거망산 가는 길이 보이며 4.2Km라고 쓰여 있다. 내리막 능선 길로 안부에 이른 다음 성벽 길로 황석산의 명소인 거북바위에 이른다.(11:30) 거북바위의 조망도 정상과 똑 같아 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간식을 먹으며 다시 한 번 지리산과 가야산 등을 조망한다.
거북바위를 뒤로하고(11:55) 금방 북봉 바위 밑에 이른다. 북봉은 암봉이라 오를 수 없어 왼쪽 사면 길로 내려가 황석산성 건물지로 가는 길을 찾아보지만 산길은 없었다. 뒤돌아 거북바위로 돌아와 올라온 길을 역으로 성벽을 따라 안부로 내려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희미한 길로 산을 내려간다. 낙엽에 무릎까지 푹푹 빠지고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길을 내가며 산을 내려가 건물지 삼거리로 돌아온다.(12:23)
이제 진행한 길을 역으로 산을 내려가 피바위로 돌아온다.(13:03) 5분쯤 쉬면서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뜻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피바위를 뒤로하고(13:08) 진행한 길을 역으로 산을 내려가 등산을 마치고(13:25) 만보기를 보니 16025보를 걸었다.
◈ 4시간 5분소요(55분 휴식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