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이 더위의 끝을 간절히 기다리게 하는 여름의 한 복판에 있는 8월의 첫째 주일, 전례력으로 연중 제 18 주일인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할 살아있는 생명의 빵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제 1 독서의 탈출기의 말씀은 이집트 종살이로부터 탈출하여 모세의 인도에 따라 하느님께로부터 약속 받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가던 이스라엘 백성이 그 땅으로의 여정이 점점 길어지자 자신을 이끌어 온 모세와 아론에게 불평하는 모습을 전합니다. 메마르고 삭막한 광야의 여정 중에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와 아론에게 다음의 말로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이집트 땅에서 주님의 손에 죽었더라면! 그런데 당신들은 이 무리를 모조리 굶겨 죽이려고, 우리를 광야로 끌고 왔소?”(탈출 16,3)
노예살이하던 그들을 자유롭게 해방시켜주고 약속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의 땅으로 가던 여정 중에 있던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의 여정이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자 자유로운 삶의 기쁨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옛 종살이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모세와 아론에게 왜 자신들을 이리로 데리고 왔냐며 차라리 노예살이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막말을 내뱉습니다. 이 같은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은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얄팍한 속내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더 이상 노예가 아닌 자유인의 삶을 누릴 때에는 더 없이 기뻐하며 그 모든 것을 이루어준 모세와 아론을 찬양하였지만 광야에서의 힘들고 배고픈 여정이 계속되자 이제는 왜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냐며 모세와 아론을 비난하고 원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런 이스라엘 백성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나약한 모습을 꾸짖지 않으시고 그들이 바라는 육신의 허기짐을 채워줄 양식, 곧 메추라기와 만나를 내려주십니다. 하느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제 내가 하늘에서 너희에게 양식을 비처럼 내려 줄 터이니, 백성은 날마다 나가서 그 날 먹을 만큼 모아들이게 하여라. [...] 너희가 저녁 어스름에는 고기를 먹고, 아침에는 양식을 배불리 먹을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내가 주 너희 하느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탈출 16,4.12)
이로써 오늘 제 1 독서의 탈출기의 말씀은 하늘에서 내려온 메추리와 만나라는 양식을 통해 육신의 허기짐을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한편, 오늘 복음은 지난주 복음의 내용에 이어지는 부분으로서 빵의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이 자신을 찾아온 군중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전합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행하신 예수님은 자신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그들의 움직임에 그들이 자신을 따르는 것은 하늘나라의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허기짐을 채워 준 기적의 사건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다음의 말로 날카롭게 지적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요한 6,26)
그러면서 동시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썩어 없어질 양식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라고 권고하십니다. 이와 더불어 그를 위해서 하느님의 일, 곧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을 믿어야 함을 강하게 이야기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 같은 말씀에 대한 군중들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그래서 이를 위해 하느님이 보내신 분 예수님을 믿으라는 이 말씀에 군중들은 또 다른 표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그러면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그분께서는 하늘에서 그들에게 빵을 내리시어 먹게 하셨다’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요한 6,30-31)
군중들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이야기하시는 예수님께 그러면 당신이 하는 그 말을 우리가 믿을 수 있도록 또 다른 표징을 보여 달라고 너무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요구합니다. 이 같은 군중의 모습은 오늘 제 1 독서의 모세와 아론을 향해 불평과 불만을 퍼붓는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만 들으며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의 또 다른 표현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더불어 군중들의 이 같은 반응은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생명의 빵을 그저 육신의 허기짐을 채워주는 양식으로만 이해한 군중의 무지의 소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오늘 제 1 독서의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러하셨던 것처럼 그들이 무지함을 탓하지 않으시고 그들이 바라는 바 그대로 그리고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그들에게 깨우침을 주십니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늘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이처럼 오늘 제 1 독서와 복음의 말씀은 육신의 허기짐으로 몸부림치는 인간의 고통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그들의 배고픔을 채워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공통적으로 전합니다. 그러면서 복음의 말씀은 육신의 허기짐을 채워주는 독서의 말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육신의 허기짐을 넘어 영혼의 목마름 그리고 영원히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생명의 빵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살아있는 생명의 빵, 곧 그 빵을 먹으면 영원히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그 빵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런 빵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그 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을 오늘 제 2 독서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 2 독서의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의 말씀에서 바오로 사도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 다시 태어난 사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예수님 안에 있는 진리대로, 그분에 관하여 듣고 또 가르침을 받았을 줄 압니다. 곧 지난날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에페 4,21-24)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의 모습을 마치 새 옷을 갈아입듯 욕망이라는 옛 인간의 옷을 벗어버리고 예수님이 보여주신 삶의 진리에 따라 영과 마음이 새롭게 되어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이라는 새 옷을 입어 하느님의 모습에 따른 새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이 보여주신 삶의 방식, 곧 사랑의 나눔을 통해 하느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얻게 된다는 믿음의 진리를 바오로 사도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오늘 복음환호송은 한 줄의 다음의 말로 잘 요약해줍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처럼 우리는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그 분의 말씀은 우리의 육신적 허기짐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혼의 목마름마저도 모두 채워주는 생명의 양식, 그 양식을 먹으면 결코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을 생명의 양식이 되어줍니다. 그 양식을 찾으려 노력하십시오. 그 양식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양식이 되기 위해 우리와 같은 모습을 세상에 오시고 십자가에서 자신의 살과 피를 내어놓으신 예수님, 그 분이 보여주신 사랑을 통한 나눔의 삶.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삶으로 보여주신 하느님 사랑의 진리이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빵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 말씀의 참 뜻은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가 우리 삶 안에서 작은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게 될 때, 우리 역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되는 생명의 빵, 곧 영원히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는 생명의 빵을 얻게 된다는 사실,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오늘 말씀이 전하는 이 진리, 곧 사랑의 나눔을 통해 여러분 모두가 하느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통해 언제나 풍요로움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 충만한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을 인정하셨기 때문이다.”
(요한 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