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것이 바로 청춘 테니스구나”
춘천에서 열리는 대학생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청춘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느끼게 해 준다는 고려대학교 이진우 테니스 동아리 대표. 먹거리는 물론이고 즐길 거리가 많아서 매년 오고 싶단다. 대회를 진행하는 부분에서도 온라인에서 바로 확인 가능해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경기하고 있는 친구들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고려대는 총 90명의 동아리 부원들이 참석했다.
10월 5~6일에 열린 2024 춘천소양강배대학생대회 현장을 방문했다. 첫날은 단체전, 둘쨋날은 개인전으로 이어졌다. 소양강배 춘천대학생대회가 대학생들 사이에 메이저급 대회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한광호 준비위원장의 거침없는 기부와 청춘에 대한 사랑을 빼놓을 수가 없다.
건강상의 이유로 소양강배 다른 부서의 대회는 다 내려놓았으나 대학생 대회만큼은 그대로 유지하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왜 이 대학생 대회는 계속하는 것일까?
한광호 준비위원장은 “70년 가까이 인생을 살아보니 대학생 시절이 삶의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입시 공부하느라 여유가 없었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테니스를 시작하면 일생에 그만한 유산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특별히 젊은 대학생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고 했다. 또 “오랜 세월 테니스와 인연을 맺었고 굳이 어떤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대회를 여는 것이 아니라 젊은 청춘들이 평생 즐길 수 있는 ‘테니스’라는 멋진 취미를 갖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전부다”고 했다.
한광호 준비위원장은 이번 대회에도 다양한 간식과 상품들을 준비했다.
닭고기 230kg. 소고기 40kg 목살과 삼겹살 50kg, 맥주 14통 40만cc, 춘천 감자빵 1500개. 마니커 닭등 행운 상품 300여점과 그 외 다수 협찬을 했다. 일부는 개인 비용으로 쏟았고 일부는 그간 인연을 맺어 온 지인들로부터 협찬받은 물품으로 내놓았다. 10년 넘게 꾸준히 주변으로부터 협찬을 받는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것 만큼 답례의 인사를 해 오고 있다는 것이 아닐지, 덕분에 학생들과 갤러리들은 입이 즐거웠다.
여자부 개인전 대회가 열리고 있는 호반 테니스장에서 만난 서울대 장원경은 “춘천 대회는 졸업생과 선수 출신이 출전 가능해서 실력 월등한 다양한 구질의 볼을 받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하지만 재학생 선수 출신이 없는 학교에는 상당히 불리한 요강이기도 하다”고 했다. 서울대는 전날 남자 은배 단체전에서 우승, 여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졸업생 자격으로 출전한 고은아는 온 가족이 테니스마니아다. 아버지는 오픈부, 어머니는 개나리부 선수다. 고은아는 “라켓 잡은지 얼마 안 되지만 어머니와 한 팀이 되어 개나리부 우승을 하겠다는 로망이 있다”며 “평소 테린이 대회를 출전해 보지만 대학생들만 모인 대회장이 훨씬 활기차고 재미있고 박진감이 있다”고 했다.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총 24명 출전해 단체전 금배부에서 준우승을 했다. 경북대 동아리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많은 인원이 왔는데 합동 단결하여 결승까지 올라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며 “대회에 나와보니 정말 잘하는 사람이 많아 앞으로는 지역불문 대학생 대회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농담처럼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린다. 맛있는 것을 많이 제공해 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며 삼겹살 파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고기 굽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연신 고기를 구워내는 일손들은 땀을 흘리며 뜨거운 불 앞에서 봉사하고 있었다.
상명대 테슬라 회장 백승찬은 “코트 면수가 70면 확보된 것은 그만큼 춘천의 테니스 인프라가 좋은 것이고 진행도 일사불란하게 잘 해 기다리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중간에 닭갈비와 삼겹살 그리고 생맥주를 제공해 주어 복지 부분에서는 다른 대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압도적이었다”고 전했다.
경희대는 여자 금배 단체전에서 3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개인전 금배에서도 준우승을 한 김이주“올해는 과기대에 졌고 지난해에는 숭실대에 졌는데 나름 분석을 해 보면 오더 전에서 밀렸던 것 같다”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여대생들이 전국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 25세 이하도 뛸 수 있는 대회에 참석해서 두 번이나 준우승한 서울시립대 안나현은 이번 대회 금배부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안나현은 “사실 아마추어가 선수 볼을 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동호인은 주로 바이스 쪽을 공격하는데 선수들은 빈공간을 찾아 그쪽으로 치고 템포도 다르다”며 “문 볼을 쳐도 키를 넘기기 때문에 상당히 애로 사항이 많았지만 지난해 입상에 이어 올해 우승을 하게 된 것은 파트너 정아라 덕분이다”고 했다.
실내코트에서 진행된 남자 금배부 경기는 볼이 빠르고 현란한 기술로 바라보는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남자 금배 4강에 두 형제가 올랐다. 연세대 김규혁과 성균관대 김규남네는 국화부 엄마에 온 가족이 테니스 마니아다. 아버지 김명환은 “두 아들이 테니스장에서 흙 장난하면서 컸다”며 “춘천에 3년째 아들이 뛰는 대회 현장에 응원을 왔는데 주최 측에서 먹거리 제공하는 것과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들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감동스러울 만큼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남자 금배부 우승을 가리는 전성민과 황진현의 경기는 오픈부 결승 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전날 단체전 우승을 한 전북대 황진현은 “단체전에서 많이 뛰어 온몸이 아팠으나 파트너 성민이 형 덕분에 끝까지 마무리 할 수 있었다”며 “단체전과 금배 개인전 우승 두 개를 동시에 하게 되어 매우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황진현은 구력이 2년으로 축구선수를 해 발이 빠르고 발리의 타점이 좋았다. 파트너 전성민은 춘천 대학생대회에서 금배부 개인전을 3연패 했다. 이미 전국대회에서 우승해 오픈부에서 뛰고 있는 전성민은 “대학원 재학중인데 어린시절 부모님께서 테니스와 인연을 맺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짧은 우승 소감을 남겼다.
이번 대학생 대회는 그동안 통합해서 운영하던 은배 대회를 남,녀 구분하여 진행했다.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다 합하여 8개 부서의 대회는 모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젊은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떠나는 대학생들은 입상 여부와 상관없이 매우 충만한 표정이었다. 고요한 어둠이 내리는 춘천송암테니스장에는 뜸뿍 쏟고도 남은 정이 흐르고 있었다.
글사진송선순, 사진일부대회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