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괴(槐)자를 사용하는 괴산은 느티나무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신라 때는 괴양군으로 불리다가 고려 때는 괴주군, 조선조 태종 때(1413년)부터 오늘까지 괴산(槐山)으로 불려지고 있다.
느티나무와 관련하여 몇 마디 더 하고 가자.
옛날 과거시험 보러가든 영남지역 선비들이 한양에 가는 길은 두 개가 있었다.
추풍령으로 가는 길은 추풍낙엽으로 떨어진다하여 문경새재 길을 선호하였다고 한다.
문경새재의 제1~3관문을 지나면 괴산땅으로 진입하게 되고,문경새재를 넘어 괴산땅 느티나무 잎을 밟고 온 선비들은 과거에 장원 급제했다는 것.
오늘날에도 느티나무 잎을 밟는 답괴(踏槐)행사가 괴산 땅에서 치러지고 있다고 한다.
주월산(舟越山 503m)과 박달산(朴達山 825m)은 느릅재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느릅재(약 300m)는 옛날 느릅나무가 많아 붙여진 이름.
서로 가까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지만 두 산의 성격은 서로 판이하다.
주월산은 바위산(骨山)인데 비해 박달산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산의 이름에 관한 유래는 여러설이 있지만 옛날 천지가 개벽(開闢)할 때 이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는데, 이 산꼭대기만 바가지를 엎어놓은 것만큼 잠기지
않았다고 하여 박달산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배가 넘어갔다는 뜻의 주월산(舟越山)과 의미가 서로 겹치지 않은가?
한국판 노아의 방주쯤 보면 되겠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IC가 가까워 접근이 수월하고 인근에 수안보 온천이 있어 온천을 즐길 수도 있을 것.
산행코스: A) 간곡마을-주월산-매바위-월봉-느릅재-봉수대터-745봉(헬기장)-박달산-동골재-임도-간곡마을 (원점회귀 4시간 10분)
B) 느릅재-봉수대터 박달산-동골재-간곡마을 (3시간 30분)
C) 간곡마을-주월산-매바위-월봉-느릅재 (2시간 30분)
산행궤적
GPX의 거리와 시간. 8.78km를 약 4시간 20ㅂㅜㄴ이 걸렸다.
고도표
삼거리에서 불과 300m의 거리인 도로표지판이 있는 지점(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산68-2)을 차가 조금 지나쳐서 멈추었다. 사진은 돌아본 모습.
도로표지판이 있는 이 지점이 들머리. 표지판 300m뒤 우측으로 느릅재로 올라가는 도로가 보인다.
우리 버스는 드러리를 조금 지나 멈추었고, 버스 뒤로 조금 내려오니 산길입구에는 엊저녁 내린 눈이 등로에 깔려있다.
산길 진입
산방기간에 통제된다는 안내판과...
날개 떨어진 주월산 등산로 안내판.
처음엔 제법 된비알을 지그재그로 오르며...
숨을 고르지만...
이내 시야가 트이며 좌측으로 우리가 진행할 박달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 아래엔 삼거리와 간곡마을회관(빨간 동그라미)이 보인다.
이제 유순한 능선길
간밤에 내린 눈은 아직 땅에 젖지도 않은 상태
돌탑이 있는 주월산 정상
해발 470m이니 박달산(825m)이 꼭대기만 남았다면 배가 넘어 갔을 것.
좌측 열린 공간으로 박달산의 꼭대기
진행할 능선 저쪽 너머에 보이는 건 성불산인 듯.
산은 나즈막하지만 산세는 대단하여 곳곳에서 기운찬 모습을 보여준다.
건너 박달산과 아래엔 느릅재로 향하는 도로
건너 보이는 돌탑이 선 도드라진 봉우리는...
매바위.
그리 위험하진 않지만 골산이 가져다 주는 산세와 암괴가 사뭇 위엄을 갖췄다.
산꾼들의 마음은 다들 다를 게 없어서 산정에서 한참이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돌아보니 온 산하는 한 폭의 수묵화.
서래야님의 매바위 코팅지와 돌아본 주월산
우측으로 열린 조망
돌아본 주월산
진행방향을 살피니 느릅재에 우리 버스가 주차해 있다.
산불초소를 지나...
느릅재에 내려선다.(괴산군 감물면 백양리 산18-6)
좌측으로 조금 아래의 우리 차가 대있는 지점이 박달산 진입로.
장연면과 감물면의 면계(面界)인 느릅재 위로 매바위가 보이고...
안내판이 서 있다.
배낭에서 무거운 물건들을 차에 내려놓고 박달산으로 향한다.
박달산으로 오르면서 도로 건너 주월산 진입로를 쳐다본다.
쭉쭉빵빵 낙엽송들이 도열한 산길을 오르면...
임도를 만나 크로스하여...
임도의 안내판
다시 궁궁지지(弓弓之之) 가파른 오름짓을 하여야 한다.
등로는 계속 가파른 지그재그 길.
작은 봉에 올라서니 안내판엔 '박달산 제1지점'
헬기장 아래의 전망 678m지점이다.
송림으로 둘러싸인 제법 널따란 공터에 벤치가 설치된 전망대엔 불이 난 듯 나무 한 그루가 불에 그을려 있고...
이 지점의 안내판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그 전망바위가 있는 곳을 서래야님은 봉화봉(봉수대)라는 코팅지를 붙여놨다.
무너진 성곽인 듯 돌무더기들이 널버러져 있는 게 봉수대였던가? 자료가 없으니 확인할 수는 없지만 봉수대 흔적은 아닌 듯한데...
다시 오름짓을 반복하여...
헬기장인 744봉을 올라선다.
낯익은 준`희님의 신선지맥 표식이 달려 있다.
신선지맥(神仙枝脈)이란 백두대간 마패봉(927m)에서 서쪽으로 분기하여 충주시 상모면과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따라 가면서 신선봉(神仙峰 950),
소조령(370m), 마등봉(699m), 송치재(310m), 박달산(△825.4m), 城佛산(530m)을 지나 괴산군 감물면 오성리 구무정마을 달천변에서 끝나는 36km의 산줄기이다.
다시 산길을 이어서...
제법 하얗게 눈이 쌓인 길을 따라...
시설물이 있는 박달산 고스락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특이하게도 국기가 계양되어 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박달산에서 기념촬영을하고...
국기 계양대 밑을 살펴보니 18년 전에 세운 것으로 '단군ㅇㅇ왕국의 진산'이라고 적혔는데,각 단체장들의 이름을 알 수 없게 전부 뭉게 놨다.
B팀으로 올라온 일행들을 여기에서 조우를 하였다.
내림길을 내려서서...
암봉을 좌로 우회하며...
동골재에서 좌로 휘어 내려선다.
동골재의 이정표
하얀 설원에 지렁이가 기어가듯 꾸불꾸불 내림길의 흔적
전날 내린 눈에도 불구하고 그리 미끄럽지는 않아.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 우측으론 경찰초소가 있는 방곡마을로 가는 길. 우리는 임도를 가로질러...
동골로 내려선다.
동골계곡엔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들이 남아 있다.
나무가 수양버들 휘어지듯 휘어진 동골에는...
곳곳에 돌담을 쌓은 모습과...
이끼낀 계곡과...
집을 짓고,전답을 개관하여 살았을 것이다.
이 땅의 소작민들은 지주에게 소작료를 지불하면 남는 게 없었고, 그럴바에야 아예 한 뼘이라도 내 손을 일꾼 땅을 갖고 싶었을 것이다.
동골에는 계곡물이 좋으니 논농사도 가능했으리라. 그리고 자식 낳고 알콩달콩 살지 않았을까?
나는 계곡을 만나 계곡을 거슬러 과수원으로 내려섰다. 올바른 길은 노란 안내판 뒤로 난 길.
동골은 산사태취약지역이라는 말
마을 농로를 만나...
아직 따지 않아 얼어버린 사과를 쳐다본다. 무슨 이유일까?
밭에는 한가득 출하하지 않은 배추가 얼어있으니 그또한 알길이 없고...
마을길을 내려오니 우리 버스가 그 삼거리(빨간 동그라미)에 대 있다. 우리가 진입한 들머리는 하얀 화살표.
간곡마을회관에 주차할 공간과 맞은 편에 간이화장실이 있다. 우리 차를 무전으로 불렀다.(이동거리는 불과 100여m)
간곡리마을회관과 경로당.
우리가 산행을 마감하는 지점이 이곳.
한겨울의 붉은 태양은 주월산 뒤로 넘어가 그림자를 길게 늘이고, 뒷풀이를 바삐 끝낸 우리는 바로 차량 탑승.
A,B,C로 나누어 능력에 맞춘 산행이 안전하게 마무리되는 시간이다.
-겨울산 <송연우>-
적막하다
한때
산새와 바람과 나무와 풀꽃 다 품은
산 한 채
구름과 하늘을 이고
우뚝 서있다
모진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동안거에 든
그의 입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