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고기> 보라매점, 6시
점심 약속은 더러 있지만
저녁 약속은 얼마만의 일인지 모릅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제 일과 상
저녁 약속은 무조건 노땡큐인데
어쩌다 보니 저녁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다음 주에 친구가 시무하는 교회에 임직식 설교를 맡았는데
그 날에는 자기가 바빠서 경황이 없을 것 같다며
강사 접대를 미리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호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며 내비를 찍고 찾아가니
식당 규모가 엄청난 것에 일단 한 번 놀랐습니다.
친구 부부도 막 도착한 듯 주차장에서 만났습니다.
식당으로 들어가며 물었습니다.
“오늘 목요일인데 웬 월화고기야?”
“지난 월요일, 화요일에 뭐 했나 생각하며 먹으라고 월화고기지.”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니
매장 규모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밖에서 건물 규모에 한 번 놀랐는데 그것으로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종업원이 예약해둔 자리로 안내했습니다.
자리에 앉자, 친구가 말합니다.
“강사 접대를 잘해야 하는데 겨우 삼겹살이라 좀 미안하네.”
“행사 끝난 다음에 다시 접대해도 괜찮으니까 모자라다 싶으면 한 번 더 사.”
“형,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는지 알아?”
“뭐라고 하는데?”
“‘불러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라고 해.”
“불러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접대를 두 번 하면 얼마나 더 감사하겠어?”
그런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고기가 세팅되었습니다.
큼지막한 목살이 먹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목살 4인분과 삼겹살 2인분, 그리고 냉면을 먹었습니다.
고기는 으레 쌈장과 함께 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고추냉이가 있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고추냉이가 고기와 참 잘 어울렸습니다.
쌈장은 마늘 먹을 때만 찍어 먹었고
고기는 계속 고추냉이와 먹었습니다.
한창 먹다가 말했습니다.
“살다 보니 저녁 약속을 다 하네. 저녁에 약속 있는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영광인 줄 알아. 난 저녁 약속 안 하는 사람이야.”
친구가 답합니다.
“난 안 그런 줄 알아? 나도 저녁에 약속 안 잡는데 형이라서 특별 대접한 거야. 영광인 줄 알아.”
접대를 받는 사람은 접대를 받는 대로
접대를 하는 사람은 접대를 하는 대로
서로에게 영광으로 알라고 하니
이런 경우에는 대체 누가 영광으로 알아야 할까요?
또 있습니다.
누군가 제 책을 읽고 고맙다고 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는 저자가 독자한테 하는 것이 맞다고 대답하곤 합니다.
괜히 겸손 떠는 것이 아닙니다.
독자가 없으면 저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말을 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저자가 없으면 독자는 존재하느냐는 것입니다.
글쎄요,
누가 누구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어쨌든 그런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P/S
혹시 <성경책>을 읽었는데
고맙다는 인사가 안 나오는 분께는 기꺼이 책값을 환불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