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5,토요漫筆/ 코리언 폴리틱스 /김용원
집안에 쥐가 들어왔다면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타입이 있다. 한쪽은 쥐를 잡으려고 농속을 뒤지고 구석구석을 찾다가 찾지 못하면 일단 중단한다. 그러고 나서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그때 잡으면 되지 뭐, 하는 식으로 느긋하다.
그러나 다른 한 집은 사흘이고 나흘이고 온 가족이 쥐 한 마리로 아수라장이 된다. 장롱 속에 있는 옷이며 이불들을 모두 꺼내놓고, 밤에는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잠을 설친다. 버스럭 소리만 나도 귀를 쫑긋 세우며 긴장하고, 마침내 분노로 치를 떤다. 그러다 가족 모두가 신경질적이 되고, 불화가 생긴다. 당신이 현관문을 열어놓고 다니니까 그렇잖아! 당신이 담배 피우느라 쓸데없이 들락날락하다가 그렇게 됐잖아요! 길동이 너도 책임이 있어! 아빠는 괜히 나한테 신경질이야! 마침내 가정불화는 물론 홧병까지 얻을 수가 있다. 어느 부부는 들어온 쥐 때문에 감정이 악화돼 이혼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어차피 쥐는 들어왔다. 물론 쥐로 인해 신경도 쓰이고 옷을 쏠거나 주방을 더럽히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쥐새끼 한 마리로 집안이 망하는 건 아니다. 또 쥐는 영악한 짐승이라서 잡으려고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교묘하게 숨어 비웃음을 머금고 이쪽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언젠가는 배가 고파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때 잡든지 쫓아내면 된다. 아무리 영악한 쥐라도 사흘 이상 쑤셔박혀 숨어있지는 못한다. 배가 고파니까. 그렇다면 쥐의 먹거리 될만한 것만 철저히 감추고 2, 3일 기다리면 나 좀 쫓아내 주세요, 아니면 차라리 날 잡아죽이세요,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사정하기 마련이다.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예를 들어서 되나 싶지만, 가령 집안에 불치병 또는 난치병환자나 장애인이 있다고 치자. 어떤 집에서는 일단 그 환자나 장애인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더 나아가 어느 가정은 그 불행한 사건을 가정 화합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가정에서는 그 사건을 계기로 매일 울근불근 다투거나 우울함에 빠지고, 결국 가정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 가정을 괴롭히는 일이 일어나면 일단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이 불가능하다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되레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거나 환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팬데믹사태를 겪어내자마자 이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나라 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고 국방이며 외교 또한 실패의 연속이다. 말 그대로 집안에 쥐가 들어왔다. 이런 때일수록 IMF 직후 금모으기 캠페인을 성공시켜 세계의 모범사례를 보였듯이 국민들의 단합된 타결책을 실행시켜야 한다. 하여 코리안 팝에서 드라마, 코리언 푸드를 세계에 알렸듯이 코리안스타일 팔러틱스(Korean-style politics)도 보여주는 계기로 만들어 내자.
/어슬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