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는 한국고추일까요?
뭐 이런 당연한 질문을 하느냐고 의문을 갖겠지만 답은 ‘아닙니다’입니다.
청양고추의 종묘는 미국의 거대 농업회사 몬산토가 가지고 있습니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느냐고요? 그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참으로 뼈아픈 역사였던 IMF 때 당시 최대 종묘업체였던 흥농종묘를 외국업체가 사가지고 갔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고유의 수많은 식물품종들이 대부분 미국업체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작년에 동부그룹의 자회사인 동부팜한농이 몬산토로부터 흥농종묘를 다시 인수하면서 종자주권을 되찾았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 당시 팔려나갔던 종자를 전부 인수하지는 못하고 아직까지 고추, 토마토, 시금치, 파프리카 등의 종자는 몬산토가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적합한 청양고추 종자를 미국회사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찝찝하기만 합니다.
근데 뜬금없이 왜 이런 글을 쓰는가 하면 하마터면 흥농종묘 같은 일이 IMF도 아닌데 똑같은 일이 벌어질뻔한 일이 농협이 뛰어들어 막을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 종묘업체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농우바이오가 상속권자들이 지분매각을 하겠다고 공매시장에 내놓자 역시 외국인 투자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다행히 농협이 농우바이오의 매각지분을 모두 사들이게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흥농종묘 매각때 농협이 왜 저런 업체를 인수하지 못하고 외국에 매각시켰는지 통탄해마지 않았는데 이제 비로소 농협이 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을 보고 참으로 기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농협의 역할입니다. 사업분리후 은행쪽은 우투금융을 인수하며 모양을 갖추고 경제쪽은 농우바이오를 인수하며 종자주권을 지켰으니 오래만에 농협사업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기업은행이 대한씨름협회에 3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다는 뉴스를 보며 좀 씁쓸했습니다. 씨름이야말로 한국 고유의 스포츠이자 농민의 정신과도 같은 체육인데 이런 스포츠에 농협 대신 기업은행이 동ㅈ,d하는 것은 어째 자꾸 명분을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농협사업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어쩌면 농토를 없애는 적과도 같은 골프선수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짓은 하면서 씨름같은 명분있는 후원은 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치 않습니다.
은행 중 가장 많은 돈을 사회각계에 후원하는 농협이 이왕이면 명분있고 당위성 있는 곳에 후원금을 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소문에 의하면 노조가 운영하고 있는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기금이 담당 직원의 횡령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금을 가지고 명분있는 사업을 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운영권을 내놓던지 관리직원을 엄히 문책하고 전면 물갈이를 해야 할 것입니다.
농협 경영진이든 노조 집행부든 어려운 시기에 정신 바짝차리고 사업에 임하기를 부탁하는 바입니다.
새벽정보 제604호.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