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5km 이내에 있는 식당이라면 운동삼아 걸어 다니곤 합니다. 오늘 갔었던 곳은 강구막회를 기준으로 5.3km정도 떨어져 있는 곳으로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한 길을 1시간 20분가량 걸어서 도착했습니다. 주로 네이버 지도의 길찾기(도보) 검색을 활용해서 초행지를 찾기에 간혹 길을 헤매기도 합니다만 대개는 예상소요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을 합니다.
이 식당의 메뉴는 단 하나, 왕갈비탕(7천원) 뿐인 동네 밥집입니다. 끼니 때에 맞춰서 가면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기에 일부러 애매한 시각에 들렸습니다. 혼자 먹는 밥이라 한창 붐빌 때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입니다. 수입산 쇠갈비를 쓰는 대신 푸짐함을 컨셉트로 설정한 식당이라 먹음직한 갈비가 7대나 들었습니다.
푸짐한 건더기와 구수한 국물이 어우러진 국밥을 썩 좋아하는 지라 예전에는 을지로에서 명성을 떨치던 이##에서 스테이크만한 고깃덩이를 통째로 담아주는 특설렁탕에 반주를 곁들이는 것을 꽤나 즐겼었습니다만 그 식당이 좋지 않은 일로 수 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린 후로 발길을 끊었습니다. 한 번 실수(?)도 괘씸한데 거푸 입에 오르내리니 말입니다. 그 후로 다녔던 경복궁 옆 동네의 #송도 유사한 이유로 발길을 끊었습니다. 서초동 버드나무집의 점심한정 갈비탕도 좋아합니다만 선착순으로 시간 맞춰 가서 먹는 것이 번거로워 발길을 끊은지 8년쯤 됐지 싶습니다. 요즘엔 그저 동네(걸어서 한 시간 이내의 거리)의 해장국집이나 순댓국집 등을 전전하며 아쉬움만 겨우 달래는 실정입니다.
앞서 언급한 전성기 때의 이##이나 #송의 설렁탕이나 8년전의 버드나무집 갈비탕에 비해 오늘 말씀드리는 갈빗탕집의 맛은 몇 수 아래입니다. 하기사 가격부터 곱절도 넘게 차이가 나는 음식들과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를 맞붙이는 것 마냥 무리입니다만...맛은....그냥 그렇다는게 갑판장의 솔직한 의견입니다. 갑판장이라면 몸놀림(초식)은 화려하지만 파괴력(내공)이 약한 플라이급의 경기보다는 강력한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슈퍼 헤비급의 경기를 관람하겠습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고서라도 말입니다.
갈빗뼈에서 고기만 발라서 도로 투가리에 담아 놓으니 수북한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지경입니다. 하지만 고기 자체의 맛이 희미한지라 씹는 저작감만 강조 되어 갈빗살을 먹는 것인지 마분지를 씹는 것인지 도통 헷갈릴 지경입니다. 고기맛이 희미하니 국물맛도 흐리멍텅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친창하고 싶은 점은 부족한 맛을 감추기 위해 어거지로 덕지덕지 분칠을 하여 본시 없던 맛을 새롭게 창조해 내지를 않고 있는 그대로 순박하게 투가리에 담아 손님께 제공을 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하듯 음식의 간만 세게 하였어도 착시효과 착미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러질 않았습니다. 갈빗탕의 간은 개개인의 입맛에 맞춰 식탁에 있는 소금과 후추 등으로 간을 더하든지 반찬과 함께 제공하는 부추무침을 돼지국밥 마냥 투가리에 넣어 먹으면 됩니다.
왕갈빗탕 한 그릇을 깨끗히 해치우곤 계산을 하려 바지 뒷주머니로 손을 뻗는데 지갑은 안 걸리고 반쯤 까집어진 빈주머니만 잡힙니다. 아뿔싸! 지갑이 없습니다. 몇 번을 뒤져봐도 빈주머니만 반쯤 까집어져 있을 뿐 지갑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되짚어 보니 뭔가 집히는게 있습니다. 아침 등굣길에 딸아이가 '아빠, 빵 사먹게 천원만..'이라길래 옷걸이에 걸려 있던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 만원짜리 한 장을 주었었습니다. 아마 그 때 지갑을 꺼내놓고는 안 챙겼던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식당을 빠져 나갈 일이 난감합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서 쥔장께 사정 이야기를 하니 흔쾌히 나중에 갖다 달라 하십니다. 천만다행입니다만 졸지에 무전취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ㄷㅇㅍ....
식당에 대한 세부정보는 일부러 감췄습니다. 낯선 갑판장에게 선뜻 외상을 주신 것에는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하겠지만 음식의 맛과 질이 갑판장의 기대이하였던 것 또한 사실이라 부러 딴 동네분들이 찾아 갈 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 갑판장의 의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네에 이런 식당이 있다면 갑판장 역시 그 동네주민들 처럼 솔방솔방 드나들지 싶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찾아가실 분들을 위해 본문에 충분한 실마리를 두었습니다. 검색 한 번만으로도 간단히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집 컴퓨터가 이상작동을 하는 것을 보니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싶습니다. 타자는 커녕 엔터키만 눌러도 작성된 글이 마구 깨집니다. 끙. 일단은 여기서 줄이고 치료부터....해야겠습니다. 끙
<갑판장>
첫댓글 눈이 번쩍 합니다ᆞᆢㅎㅎ 나중에 자세히 올려주실거죠? ㅋㅋ
조만간 또 다른 국밥집을 올리겠습니다. ㅎ
갑판장님의 brain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신건 아니실까요?
이번에 포멧 한번 하시지요.
Alcohol 이란 프로그램이 잘 듣는다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이참에 술도 끊을까 궁리중이구만요. ㅋ
@강구호 갑판장 그러시면 너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봅니다.
줄이시는 쪽으로 타협보시지요.
주 2회나 3회 정도로요.
그러면 술이 더 맛있어지실겁니다.
@푸른 그건 이미 2월말부터 시행중이고.. 술도 삼십년 넘게 마시니 슬슬 지치네. ㅎ
@강구호 갑판장 그래요? 술도 질리는군요.
음... 뭐든지 끝은 있나봅니다.
과메기...금단현상이 오네...
과메기 금단현상이 온다구...난
지난 주말 밤에는 지모씨네 부처가 치료를 받고 가셨다는 소문이 솔솔..
노알콜로 지내고 항생제도 먹었는데 안걸리던 감기가 걸리네요 ㅠ.ㅠ 4월부터 1주 음주 1주 금주의 기치아래 활기차게 마셔보렵니다 ^^
그러게요.
오히려 더 피폐해지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