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옮긴이 주 :
존경하는 지교헌 박사님의 본 수필 옥고는 경기수필문학 카페에서 옮겼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나 연세 드신 어르신이나 모두에게 유익한 지혜와
건강 상식을 담고 있은 귀한 옥고이기에 더 많은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큰 제목>은 옮긴이가 임의로 달았습니다.
옮긴이가 월권하여 마치 신문사 편집국의 핵심 주제 뽑기 전문 기자처럼
<독자 시선 모으기 형 큰 제목>을 필자의 양해없이 붙인 것을 용서바랍니다.
본래 제목은 <식생활습성(食生活習性)에 대하여>입니다.
이는 수필문학 작품의 제목이라기 보다 왠지 보건 분야 또는 건강 관련 논문이나
기사 등 주로 실용문에서 쓰이는 글 제목 같은 뉘앙스를 주기에
<부제>로 살짝 내리고, <큰 제목>을 본문에서 뽑아 임의 배치했습니다.
옮긴이가 달아 본 <큰 제목>은 옥고 본문 하단에 나오는 구절인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주체(대상)이기도 합니다.
※ 본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파사대(怕死隊)>라는 용어(신조어)는
새롭게 배웠습니다.
어디서 좋은 글을 발견하면 더 많은 독자와 나누고 싶은 욕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옥고에 대한 지적 재산권 주인이신 지 박사님의 양해를 구합니다.
가정교육 교재로서 온 가족이 공유하고 싶은 유익한 가르침입니다.
감사합니다. [옮긴이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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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장수의 욕망에 얽매여 쩔쩔 매는 노인들에게
- 식생활습성(食生活習性)에 대하여 -
지교헌
사람마다 식성(食性:食生活習性)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서로 다른 점에 무게를 두고 하는 말로 이해된다.
사람들은 매운 맛(辛), 단 맛(甘), 짠 맛(鹹), 신 맛(酸), 쓴 맛(苦)과 같은 여러 가지 맛을 나타내는 음식을 알맞게 먹고 마시면서 성장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음식이 자기의 건강에 얼마나 필요하고 유익한지 그 질(質)과 양(量)을 충분히 인식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대체로 어려서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판단에 따라 공급 되는대로, 성장한 후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대로 음식을 섭취하고 특별히 기호식품도 즐기게 된다.
나는 유소년 시절에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먹으며 성장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일상적인 음식 외에 술을 즐기면서 살아 왔다. 친구들과 술자리에 어울리면 가정에서 자주 먹지 못하는 별식(別食)도 먹게 되고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긴장)도 풀고 토론도 하고 친교도 증진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음식에 체하기도 하고 술에 취하기도 하였으며 이빨도 많이 부서지고 장기(臟器)도 많이 약하게 되었다. 나의 과음과식은 일일이 토로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련하고 낯 뜨거운 것이었다. 나의 추태(醜態)를 목격하고 기억하는 사람은 아직도 많을 것이다.
나는 수없이 많은 실수를 겪고 나서야 뒤늦게 음식을 조심하게 되었다. 술이나 커피는 말할 것도 없고 과일이나 음료수나 사소한 간식마저도 경계하게 되었다. 그 중요한 이유는 만성적인 ‘역류성식도염’환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가까웠던 술친구들도 완전히 멀어지게 되었다.
도대체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들은 어떻게 건전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도 있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들은 합리적인 식생활습성을 가지고 철저히 실천하는 것으로 짐작되기도 한다.
나는 <<논어>>학이편(學而篇)과 향당편(鄕黨篇)에 소개된 성현(聖賢;孔子)의 식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 내용을 간추리면 대략 다음과 같다.
“군자는 밥을 먹어 배부르기를 구하지 아니한다. 재계(齋戒)할 때는 음주하지 않고 신채(辛菜;매운 채소)를 먹지 아니하고, 곱게 찧은 곡식 밥을 싫어하지 아니하고, 회(膾)는 잘게 썬 것을 싫어하지 아니하고, 밥은 맛이 변하였거나 쉬었거나 냄새나 빛깔이 나쁘면 먹지 아니하고, 음식이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을 먹지 아니하고, 제철이 아닌 채소나 과일을 먹지 아니하고, 반듯하게 썰지 않은 고기를 먹지 아니하고, 알맞은 간장이 없으면 먹지 아니하고, 고기는 많이 먹더라도 밥기운(곡기)을 넘지 않게 하고, 술은 일정한 한도를 정하진 않지만 뜻(志)이나 혈기(血氣)를 어지럽히는 데 이르지 않게 하고, 저자에서 사온 술이나 육포(肉脯)를 먹지 아니하고, 생강은 늘 먹지만 많이 먹지 아니하고, 식사할 때는 말하지 아니하고,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반드시 선대(先代)의 은혜를 표시하기 위하여 제사(고시래)를 올렸으며,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약을 주어도 감사히 받긴 하지만 함부로 먹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성현의 식생활은 오늘날의 과학적 위생학의 기준에도 상당히 부합하는 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음주(飮酒)는 타인과의 협흡(浹洽;화합)을 위한 것이어서 취하지 않는 절도를 지키고, 검증되지 않은 약물(藥物)은 함부로 먹지 않으며, 또한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나타낸 것이 눈길을 끈다. 원전(原典)의 주석(註釋)에 따르면 곡기(穀氣)는 사람의 원기(元氣)를 생성하고, 육기(肉氣)는 원기를 양성함으로써 원기가 강해지면 사람이 장수하게 되는데 육기는 곡기를 능가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것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곡식을 포함하는 채식(菜食)과 육식(肉食)의 적절한 조화를 중시하는 것과 상통한다.
공자의 식생활과 나의 식생활을 비교해 볼 때 매우 비슷한 점도 있으나 매우 다른 점도 발견된다. -공자가 ‘배부르기를 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군자는 소인처럼 호의호식이나 안일무사를 탐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는 불포식(不飽食; 無求飽)을 어기고 과식을 범한 일이 자주 있었고 음주에 절도가 부족하였다. 그 결과는 육체적 병고를 얻게 되어 소화기내과를 여기저기 찾아다니게 되고 식탁 위에는 내복약이 수북이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약물의 부작용에 대하여 심각한 경고를 받기도 하였다.
나는 오늘 아침에 쓰린 가슴을 달래기 위하여, 마음으로는 먹고 싶지 않은 약을 먹고야 말았다. -약으로 안 되면 냉수를 마시거나 배(梨)를 한 첨 먹어보기도 한다.- 저녁에는 <수필문학>을 뒤적이다보니 취침시간이 다가왔다. 이제 또 가슴이 쓰려올 시간이 된 것이다. 가슴이 쓰리면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런데 아직은 괜찮다. 책을 읽던지 글을 쓰던지 일을 하던지 운동을 할 때면 그래도 견딜만하지만 편히 쉬려고만 하면 고통이 찾아온다. 의사는 나에게 ‘신경 쓸 일을 멀리하라.’고 몇 번이나 충고하였지만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는 고령화사회(高齡化社會)를 걱정하고 한국은 초고령화(超高齡化)를 걱정할 단계에 있다고 한다. 노인들은 직업전선에서 물러나 무력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온갖 노인성질환과 우울증에 사로잡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오직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하여 말끝마다 ‘건강’을 말하고 온갖 보양식을 찾기도 하고 운동에 열중하기도 한다.
이리하여 건강과 장수의 욕망에 얽매여 쩔쩔 매는 노인들을 가리켜 ‘파사대’(怕死隊)라고 부르는 신조어도 나타난 모양이고 그 말 속에는 ‘죽기를 겁내는 무리들! 남 다 가는 저승인데 무얼 그리 겁내느냐’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야 어떻게 변하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살아있는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려면 우선 식생활습성을 잘 기르고 체득하고 간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2015. 3. 7) 《수필문학》 2015.4월호
첫댓글 변변치 못한 글을 "올사모"카페에 소개해주시니 영광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글의 제목을 적절히 새로 고쳐주시니 또한 감사합니다. 고쳐진 제목이 바로 글의 핵심이기도 한데
글의 핵심이 나타나도록 제목을 붙이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너무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탓인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식생활을 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고 무절제하고 우매한 식생활을 오래도록 계속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쓴 모든 잡문(수필과 소설)들 속에는 나의 모든 치부가 들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것이 문학이기 이전에 나의 치부를 스스로 폭로하는 참회록이나 전말서나 시말서나 반성문과 같은 것입니다.
졸고를 읽으시는 모든 분들은 모쪼록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식생활로 항상 건강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1. 09.05(지교헌)
지 박사님의 옥고를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연륜이 느껴지는 옥고에서 어떤 신비로운 氣가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런 느낌은 온화한 인품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높고 깊은 학문과 문학적 향기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종이책자보다 인터넷 글은 쌍방향 소통이라 좋습니다.
일방통행이 아니라 필자와 독자간의 의사 소통이 자유로우니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치부를 드러내는 참회록이나 반성문 같다고 겸허하게 말씀하셨는데
수필문학의 진수는 그런 인간적인 진솔함에서
진가가 발휘되고 감동을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식생활로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듯이
글을 쓰는 일도 일상의 보석을 캐듯 보람을 느낀다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귀한 가르침 감사합니다.
좋은 글 읽었습니다. 노인에게 보다도 젊은이에게 교훈을 주는 글이 더 좋지 않을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방금 어느 티브이에서 채소 위주로 생활해서도, 건강을 위해 운동만 주로 하는 것도 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선은 육류와 채소를 균형 있게 해야만 건강을 유지한다고 하군요. '과유불급'이라 하듯이, 모든 것이 지나침이 없이 조화로운 식생활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過猶不及'이라는 성인의 말씀으로 조화로운 식생활을 강조해주시니 매우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이나 식생활이나 모두 균형을 이루어야 바람직한 것이고
식생활에서도 채식과 육식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문가들의 연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도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고 때로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기에게 가장 적합하고 합리적인 식생활은 좀처럼 파악하기가 어려운 듯도 합니다.
認知적으로나 情意적으로나 實踐적으로나 모두가 어렵기만 한 것 같습니다.
엊그제 티브이에서 식생활에서 특히 채식이나 운동을 주로 하는 태도가 아주 좋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특히 채식주의자의 복부대동맥의 혈관의 벽이 굵어져서 여러 병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저의 무지를 깨우쳐 주셨습니다. 채식 위주와 육류, 생선 위주로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합니다. 힘들드라도 노력해야 겠지요. 댓글에 답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