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좋아해서 내 시를 들고 포즈를 잡고 있는 여성 시인과 오른쪽 불교문협 회장님. 성품이 반듯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극락조
ㅡ 하늘새 하현옥
극락으로 오르고 싶었던 새가 있었네
이승에서 천 가지 아름다운 선행을 쌓아야만
열리는 육중한 하늘 석문
긴 세월 수많은 시험들 통과한 뒤
무거운 바위문 비로소 열렸지만
병들고 지친 가엾은 새 뒤따라와서
함께 가게 해달라 애원했네
눈물로 뒤돌아보다가
광폭한 해일 속에 꿈을 빠트렸지
잃어버린 꿈을 두고 병든 새 버려두고
차마 홀로 극락문 들어설 수 없어
고통으로 눈물짓던 새
바위문 앞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네,
날개를 접은 채로
세월이 흘러 어느 봄날
우아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한 새 극락조여
부처님 발 아래서 천상의 향기 뿜네.
*** 자승 스님 열반을 보면서 지장보살 모습을 그린 이 시가 생각났다.
2010년 4월 서울에서 행사한 <영운 모윤숙 시낭송회>에 참가했을 때. 인도여인으로 분장한 하늘새
렌의 애가
모윤숙 시 / 낭송 하현옥
나는 가리라 이 눈물 씻어줄
그대의 마음속 눈으로 가리라
그 눈은 영원히 젊어 있어
내 혼 탄식의 생에서 구원하리
나는 살리라 그대 맘에 숨어서
바람 구름 어둠 없는 밝은 하늘 아래
그대의 눈동자 속에서 생을 노래하리라
그대 눈은 희망의 창
흐림도 번뇌도 없는 행복의 침묵
다려가 주 이 혼을
그대 맘속 아늑한 곳에
남몰래 가만히 다려가 주.
*** 이 시도 부처님 계신 피안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신밧드로 분장한 하늘새
행위예술을 할 때는 모자부터 엑세서리 등 필요한 의상들을 직접 만들고 구제 가게에서 구해서 입었다. 우렁각시처럼.
보살의 선량한 미소. 긴 세월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남기고 싶었다. 분장을 하면서 행복했다. ^^
수많은 고통들을 지나왔지만... 얼굴 표정이 삭지 않았다. 해탈한 얼굴... 어느 종교인이 관조의 얼굴이라고 했다.
광정한 피부와 무염, 무취, 무욕의 전생 아난의 후생. 내가 좋아하는 제갈공명도 이런 표정이었지 싶다.
세속의 악이 침투하지 못하는 사람. 악과의 타협을 평생 불허하는 여자. 천상 보살이라 한다.
온화하고 평화로운 미소 속에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마음속 슬픔도 언뜻 보인다.
영감탈을 쓰고 도인 분장으로 행위예술 하는 하늘새.
예술은 영원한 내 정신적 탈출구이자 피안의 언덕이었다.
눈빛이 맑고 선량해 보이는 여자. 그런 나를 내가 사랑했다.
꿈꾸는 여자
하루에 한번씩 꿈꾼다
삶이 권태로울 때
슬픔이 목 안 가득 차오를 때
잘못한 일도 없이 사람 사이에서 상처 받았을 때
손을 뻗어도 곁에 아무도 없이
외로움만 덩그러니 공간을 채울 때
가만히 눈을 감고 꿈을 청한다
아득한 중국대륙 들판을 달리는 말발굽소리
워~ 워워~~~~
싱그러운 젊음이 넘쳐나고
폐르시아 여왕이 화사하게 웃고 있다
............. 후략............................
12월이 되었다.
이 계절이 되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올해는 병으로 참 힘들게 지낸 해였다.
이 시기가 되면 문득 생각나는 중국 노래 <스잔나>
스잔나
해~는~ 서산에 지~고 / 쌀쌀한~ 바~람 부~네
날~리는 오동~잎 / 가~~을~은 깊~었네
꿈은~ 사라~지고 / 바람에 날리~는 낙~엽
내 생~명 오동~잎 닮았네~ / 모진~ 바~람을 어이~ 견디리
지는 해~ 잡을 수 없으니 / 인생은 허~무한 나그네~
봄이 오~면 꽃 피는데~ / 영원~히~ 나는~ 가네~~
2023년 12월 5일 / 하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