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조민석
올라갈 수 있는 벽은 벽이 아니다
창살에 내리는 맑은 햇살이 발등을 찍어도
억울한 울음을 토해낼 수 없는 잡초가 있다
울음의 깊이가 묵고 묵어서 한이 되어버린,
망부석의 심장이 타들어간 이끼 낀 돌탑처럼
올려다보면 볼수록 높아지고 아득한 그곳
교회의 종탑은 붉은 가시마다 세월한숨 짊어지고
푸른 마을 동쪽 끝으로 벽과 벽을 박음질을 하고 있다
온유한 숨소리가 반딧불처럼 반짝거리면
새벽이 밝아져 오는 소실점의 빛 오름이다
*청죽*20230706
*전대병원에서 씀*
장마/조민석
그 님이 오신다고
맨발로 마중 갔더니
님은 보이지 않고
소나기한테 두들겨 맞았소
멍든 가죽으로
우산이나 만들어야겠소
그님 마음밭
젖지 않도록.
*청죽*20230712
흙으로 빛여진 연화/조민석
당신의 품은 언제나 온화하다
어둠을 등지고 홀로 남아
철없던 시절 첨벙 데며 걷던 길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의 부스러기들이
푸른 귀 펄럭이는 호수의 가장자리에 서서
스치듯 밀려오는 바람의 꽃 향기를 바라봅니다
칠흑 같은 낮과 밤을 채색하지 않아도
빚과 어둠은 화백의 붓 끝에서 살아나느니
누가 그리워하고?
누가 기다리는가?
오롯이 마음 붙잡아 메어 둘 당신
묵향 그윽하게 스며들 뿐입니다
여백의 흘김 소리는 무념으로 물드는데.
*청죽*20230710
벽 /조민석
올라갈 수 있는 벽은 벽이 아니다
창살에 내리는 맑은 햇살이 발등을 찍어도
억울한 울음을 토해낼 수 없는 잡초가 있다
울음의 깊이가 묵고 묵어서 한이 되어버린,
망부석의 심장이 타들어간 이끼 낀 돌탑처럼
올려다보면 볼수록 높아지고 아득한 그곳
교회의 종탑은 붉은 가시마다 세월한숨 짊어지고
푸른 마을 동쪽 끝으로 벽과 벽을 박음질을 하고 있다
온유한 숨소리가 반딧불처럼 반짝거리면
새벽이 밝아져 오는 소실점의 빛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