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쎌마테라퓨틱스(구 메디파트너생명공학)가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개발 여부가 각광을 받던 시절, 러시아의 세번째 백신 '코비박'을 위탁생산(CMO)하겠다고 나서 주목을 받았던 그 회사다.
그러나 코비박 위탁생산도, 첨단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개발과 의료기기 제조 등으로 바꿨던 신성장 전략도 모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10일 쎌마테라퓨틱스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하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정리매매는 오는 16일부터 24일까지 이뤄지고, 3월 27일 상장폐지된다.
쎌마테라퓨틱스의 상장폐지 사유는 2년 연속 감사 의견 거절이다. 코스피 종목의 경우, 감사 의견으로 '부적정' 또는 '의견 거절'을 받거나 2년 연속 '한정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쎌마테라퓨틱스는 2020·2021년 사업연도 감사인 감사보고서상 감사 '의견 거절'을 받음에 따라 상장폐지 대상이 됐다. 이후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2022년 11월 개선계획 이행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제출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1981년 설립된 쎌마테라퓨틱스는 상품권 및 치과재료 판매 업체로 2019년 사명을 '메디파트너생명공학'에서 '쎌마테라퓨틱스'로 변경하며 의약품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게 러시아 '코비박' 백신의 위탁생산이었다.
러시아 추마코프 센터에서 '코비박' 백신이 생산되는 모습/현지 언론 '스푸트니크' 동영상 캡처
모스크바 파트너스 코포레이션(Moscow Partners Corporation: MPC)으로 불리는 특수 목적 법인(SPC)이 '코비박'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추마코프 센터'와 '코비박' 국내 위탁 생산 및 아세안 국가 총판에 대한 독점 지위를 확보했다며 협력 업체를 찾았고, 그 중의 주축이 쎌마테라퓨틱스였다. 그러나 2021년 3월 감사 의견 거절로 코스피 상장폐지 위기에 빠졌고, 또다른 코스피 상장사 웰바이오텍이 쎌마테라퓨틱스를 대신해 코스닥 상장사 휴먼엔과 함께 MPC의 파트너로 등장했다.
MPC(엠피코)는 당초 협력업체였던 휴먼엔을 인수해 '코비박'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으나, 2021년 9월 이에 반대하는 기존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에 휩쓸렸다. 동시에 넥스턴바이오, 웰바이오텍과의 백신 업무 협약 관계는 종료됐다.
시간이 흘러 MPC는 파마바이오테크글로벌(이하 PBTG)로 법인명을 바꿨고, 지난해 7월에는 국내에서 생산될 '코비박' 백신의 이름을 ‘코비힐’로 정한 뒤, 정식 출시를 위한 상표권 등록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 두달 후에는 시험생산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방한한 추마코프 센터의 연구진과의 회의 장면/사진출처:PBTG
지난해 12월에는 '코비박' 백신을 개발한 '추마코프 센터'(연구소) 연구진이 두 차례 방한해 ‘코비힐’ 백신의 기술 이전 관련 절차를 진행했다고 PBTG는 밝혔다. 또 '추마코프 센터'의 백신 기술 전문인력이 경북 안동의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에서 양국 실험 기자재 등의 차이를 비교하는 ‘갭 분석’을 완료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가 코로나 '엔더믹' 시대로 들어가면서, 백신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코비박' 백신을 생산해온 추마코프 센터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코비박' 백신 소식을 더 이상 전하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도 '코비박' 소식을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첫번째 백신 '스푸트니크V'외에 두번째 백신 '에피박코로나', 세번째 백신 '코비박'의 주문이 끊겨 생산이 거의 이뤄지지않기 때문이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이제 '스푸트니크V' 백신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