㉑ 퇴계 이황의 인생 말년
매일 자연 거닐며 사색하고 공부했다
바람직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욕망과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노년, 삶 자체가 즐거운 노년, 나눔과 베품이 있는 노년, 지혜로운 노년, 더불어 함께 사는 노년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년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첫 번째 실천전략은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나이 들면 대부분 눈이 침침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면, 독서와 학습을 멈추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것은 단지 독서만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뇌 활동을 멈추는 것이고 더 이상의 생명 진화가 끝나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곧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 배움에는 생물학적인 나이는 무의미하다. 존재 그 자체가 앎이요 생명의 꽃피움이다. 죽음마저 사랑하고 배워야 하는 대상이다.
바람직하게 나이 들어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배움’이라고 한 것은 아주 오래 된 미래 가치이다. 공자가 15살에 학문에 뜻을 둔 이후 70살에 대자유인의 경지인 종심에 이른 것도 끊임없는 배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논어를 보면, 공자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배울 학(學)’이었다.실제 공자는 몸이 늙어가는 것도 모르고 날마다 열심히 공부하다 죽은 것으로 그의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다.
유학이 지식기반이었던 조선의 지식인들 역시 배움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았다. 그들은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노환을 오히려 배움의 기회로 삼았으며, 나이 들어 깨우치는 진리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퇴계 이황(1501~1570)이다. 이황은 죽기 4년 전인 66세에 오랜 지병과 노환으로 몸이 불편하였을지라도 매일 자연을 거닐며 사색하거나, 책이 가득 한 방에서 책상 앞에 앉아 고요히 명상을 하거나 서책을 보면서 이치를 터득하는 일상을 즐겼다. 때로는 배움의 즐거움에 밥 먹는 것을 잊을 정도였다고 한다.
“항상 새벽처럼 깨어 있어라.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을 즐겨라. 자기의 마음을 지켜라.”
법구경의 이 말 역시 나이 들어가는 모든 이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명언이다. 항상 깨어 있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을 즐기다 보면, 자신의 본성을 지킬 수 있고 깨어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실천전략은 자기 상태를 끊임없이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나이 들면 다른 어느 시기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노화에 따른 위협요소가 많은 실정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 및 정신 상태를 주의 집중해서 알아차리고 조절‧통제해야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상을 지혜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명상을 통해 수시로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쉬어주고, 새롭고 의미있게 마음을 디자인하면서 나이듦을 즐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하게 나이 들기 위하 실천전략은 앞서 살펴본 자아실현, 건강, 사회관계, 활동 넷 영역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주변에서 보면, 뛰어난 사회 활동가인데 건강 이상으로 어느 날 사회 무대에서 내려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또는 나이 들면서 지나친 건강 염려증으로 육체적 건강에만 신경 쓰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다행히 나이 들면 젊었을 때보다 더 지혜롭고 포용력이 높아지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나이듦의 지혜를 살려 조화로운 삶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