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에 나오는 아귀도의 아귀(餓鬼)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인간 세상에 있다는 귀신과 어떻게 다른지요? 대루탄경 등에는 인간세상에 사는 귀신에 대한 말씀을 하고 있으니, 없다고 할 수 없을 것같고, 배부른 귀신은 들어보지 못했으니, 귀신도 이귀도에 속한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이 둘과 몸을 버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중음신과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셋은 다 아귀도에 속한 같은 것인가요? 아귀도의 아귀와 인간세상에 있다는 귀신, 그리고 몸을 버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중음신, 이 셋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것도 같은 이런 어설픈 앎에, 또 이렇게 교수님의 가르침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악도를 말할 때, 보통 축생 아귀 지옥이라 하여, 아귀를 축생보다 고통이 심하다는 전제아래 축생아래에 놓는 것 같은데, 아귀를 축생 위에 놓는 것은 무엇에 근거하신 것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답변입니다. 질문이 길기에 나누어 인용하면서 답하겠습니다.
질문1.
경에 나오는 아귀도의 아귀(餓鬼)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인간 세상에 있다는 귀신과 어떻게 다른지요?
답변1.
아귀와 귀신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귀의 산스끄리뜨 원어는 쁘레따(preta)인데, 쁘레따는 '앞'을 의미하는 pra와 '가다'를 의미하는 어근 '√i'의 과거수동분사인 'ita'가 결합한 단어로 단순히 '앞서서 간 자'를 의미합니다. 즉 그냥 '돌아가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동아시아의 종교 전통에서 말하는 '귀신'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데 돌아가신 분의 경우, 가장 큰 고통이 배고픔이기에 동아시아에서 쁘레따를 번역할 때, '귀신 귀(鬼)'자의 앞에 '굶주릴 아(餓)'자를 덧붙여서 아귀(餓鬼)라고 번역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질문2
대루탄경 등에는 인간세상에 사는 귀신에 대한 말씀을 하고 있으니, 없다고 할 수 없을 것같고, 배부른 귀신은 들어보지 못했으니, 귀신도 이귀도에 속한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이 둘과 몸을 버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중음신과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인지 궁금합니다. 셋은 다 아귀도에 속한 같은 것인가요? 아귀도의 아귀와 인간세상에 있다는 귀신, 그리고 몸을 버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중음신, 이 셋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답변2.
동아시아불교나 티벳불교에서는 중음신이 있다고 가르치고, 남방상좌부불교에서는 중음신을 인정하지 않기에, 죽는 순간에 곧장 다른 존재로 환생한다고 가르칩니다.
모든 중생은 '색, 수, 상, 행, 식'의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온을 오음(五陰)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오온은 현장 스님의 번역어이고, 오음은 구마라습 스님의 번역어입니다. 중음신은 '중간 단계의 오음', 즉 '중간 단계의 오온'을 의미합니다.
죽는 순간의 오온은 사음(死陰), 죽은 후 탄생하기 전까지의 오온을 중음(中陰), 새로 탄생하는 순간의 오온을 생음(生陰)이라고 부르며, 탄생 후 살아가는 동안의 오온을 본음(本陰)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순서대로 사유(死有), 중유(中有), 생유(生有), 본유(本有)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음신은 이 가운데 '죽은 후 탄생하기 전까지의 오온'으로서의 몸뚱이를 의미합니다.
티벳불교에서는 중유를 '바르도(bar do)'라고 하는데, 바르(bar)는 사이(between), 도(do)는 둘(2)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바르도는 '[사유와 생유] 둘 사이'의 존재인 중유를 가리킵니다.
동아시아 및 티벳 불교와 남방 상좌부 불교가 중음신의 유무를 두고서 서로 다른 견해를 갖는 것 같지만, 중음신을 '아귀의 일종'이라고 이해하면 양측 불교계의 이견(異見)을 회통할 수 있습니다.
남방 상좌부의 경우도 윤회의 세계 중에 '아귀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아귀 가운데 '49일 이내에 다른 존재로 환생하는 아귀'가 '중음신'이라고 해석할 경우, 이견이 해소됩니다.
사람이 죽은 후 즉각 환생하기도 하겠지만, 일단 아귀로 태어나서 떠돌다가 최대 49일 이내에 환생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중음신이고, 한이 많은 아귀의 경우 환생을 미루고 한 맺힌 곳에 그대로 아귀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에서 "이 셋은 다 아귀도에 속한 같은 것인가요? 아귀도의 아귀와 인간세상에 있다는 귀신, 그리고 몸을 버리고 아직 태어나지 못한 중음신 ...... "이라고 물으셨는데,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셋 모두를 아귀의 일종으로 볼 경우, 다양한 불교 전통 간 교학의 대립이 해소됩니다.
질문3.
그리고 삼악도를 말할 때, 보통 축생 아귀 지옥이라 하여, 아귀를 축생보다 고통이 심하다는 전제아래 축생아래에 놓는 것 같은데, 아귀를 축생 위에 놓는 것은 무엇에 근거하신 것인지도 듣고 싶습니다.
답변3.
초기불전에서 육도를 나열할 때 1.지옥, 2.축생, 3.아귀, 4.인간, 5.아수라, 6.천신의 순서로 나열합니다. <장아함경>의 경문 한 가지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장아함경>
佛告比丘:「欲界眾生有十二種。何等為十二?一者地獄,二者畜生,三者餓鬼,四者人,五者阿須倫,六者四天王,七者忉利天 ...
그리고 <중아함경>을 보면 "지옥보다 축생이 낫고(勝), 축생보다 아귀가 낫고, 아귀보다 인간이 낫고, 인간보다 사천왕이 낫다. ..."는 식으로 윤회의 세계를 비교하는 경문이 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尊者舍梨子告曰:「陀然!我今問汝,隨所解答。梵志陀然!於意云何?地獄、畜生,何者為勝?」
陀然答曰:「畜生勝也。」
復問:「陀然!畜生、餓鬼,何者為勝?」
陀然答曰:「餓鬼勝也。」
復問:「陀然!餓鬼比人,何者為勝?」
陀然答曰:「人為勝也。」
復問:「陀然!人、四王天,何者為勝?」
또, 축생과 아귀의 삶을 상상해 보아도 축생보다 아귀가 덜 고통스럽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들쥐나, 물고기나, 산토끼 같은 약자는 물론이고, 사자나 호랑이나 코끼리와 같은 강자를 포함하여 모든 들짐승에게는 두 가지 고통이 있습니다. 굶주림의 고통과 살해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공포의 고통입니다. 이들 들짐승은 그 몸이 고기로 되어 있기에, 다른 짐승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사자건, 호랑이건, 코끼리건 소위 "찢어지게" 가난합니다.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먹이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또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포식자도 늙어 죽을 때가 되면, 기력이 쇠잔하여 먹이 사냥을 하기 힘듭니다. 결국 굶다가 드러눕게 되는데, 숨이 끊어지기 전에 다른 짐승이 와서 뜯어 먹습니다. 거의 모든 들짐승은 죽을 때 살해당합니다.
이렇게 축생은 굶주림의 고통과 피살의 공포 속에 사는데, 아귀의 경우 '굶주림의 고통'은 있어도 몸이 뜯어 먹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축생보다 아귀가 덜 괴로운 곳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질문에서 "아귀를 축생 위에 놓는 것은 무엇에 근거하신 것인지"라고 물으셨는데, 위에 인용했듯이 초기불전의 가르침에 근거한 것이고, 아귀와 축생의 삶에 대해 상상해 보아도, 아귀보다 축생이 더 괴로운 생명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참으로 넓은 학식와 깊은 통찰의 명쾌하신 답변에 의문이 없어졌습니다.-()-
다만, 말씀을 듣고 다시 드는 의문이 있어 질문 올립니다.
“인간세계에 있는 귀신과 49일을 지나지 않아 태어나는 중음신은 모두 인간의 몸을 잃어버리면 바로 귀신이 됨이라, 인간의 몸을 버리고 아직 몸을 받지 않은 오온의 존재로 볼 수 있겠는데요,
아귀도는 인간만이 아니고 육도의 몸을 버리고, 다시 몸을 받기까지의 중간 상태의 존재라고만 보아야 하는 것인지요?
아니면 육도중 하나의 아귀도를 이루면서 이런 존재들을 아귀도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요?
즉, 인간만 아니라 육도의 몸을 버리고 태어나기 전의 중간상태를 아귀도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육도중 아귀도가 있고, 그 속에 이들 중간 상태의 존재들도 포함되는 것인지, 좀 더 풀어주시기를 청합니다.
늘 경탄하고 감사합니다.^^
심우 합장
위의 답글에서 제가 한 설명은, 남방상좌부의 '사망 후 즉각환생설'과 북방전통의 '사망 후 중음신을 거친 환생설'을 회통하기 위해서 불전에 근거하여 제가 추정해 본 것입니다. 중음신을 아귀도의 일종으로 볼 경우 양대 전통의 윤회관에서 이견이 해소됩니다. 위에 다시 올리신 질문에서 "인간만 아니라 육도의 몸을 버리고 태어나기 전의 중간상태를 아귀도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육도중 아귀도가 있고, 그 속에 이들 중간 상태의 존재들도 포함되는 것인지" 물으셨는데, 뒤의 추정이 옳겠습니다. 즉 "육도중 아귀도가 있고, 그 속에 이들 중간 상태의 존재들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불전의 가르침에 부합할 것 같습니다.
@관리자 예, 잘 알겠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매우 쌀쌀한 날씨입니다.
감기 유의하시고,
불법을 널리 알리시는 노고에, 불자의 한사람으로써 감사의 마음입니다.-()-
청정님의 좋은 질문과 교수님이 생전에 해주신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