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최고의 청소년 소설’
커커스 리뷰 선정 ‘십대를 위한 최고의 책’
마이클 프린츠 상 수상!
어느 날, 내 단짝 친구가 죽었습니다.
죽은 아이를 미워해도 될까요?
한 소년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진실 찾기!
간략한 소개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추천하는 책!
《제발 모른 척해 줘》는 2010년에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자마자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노스캐롤라이나·플로리다 주(州)를 비롯한 수많은 주의 크고 작은 도서관과 중·고등학교의 추천 도서로 선정되면서 단시간에 주목받는 책으로 떠올랐다.
그뿐 아니라 이듬해에 마이클 프린츠 아너 상을 수상하고,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청소년 소설’과 커커스 리뷰 ‘십대를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작품성까지 크게 인정받았다. 심지어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추천하는 책’으로도 뽑히면서, 누구나 재미와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작품으로 탄탄히 자리 매김하였다.
이렇듯 수상 내역과 추천 내역을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곳에서 찬사를 받으며 독자들의 사랑을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는 《제발 모른 척해 줘》는, 사춘기의 꼭대기에 이른 열여덟 살짜리 소녀와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와 어른의 주변인으로서 십대 청소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과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시시때때로 돌변하는 감정 변화의 추이를 정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어른이 되기 직전의 시기에 놓여 있는 만큼 이성 간에 있어서 우정과 사랑의 미묘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감정의 늪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구질구질한 운명을 걷어 내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어쩌면 조금 더 멀쩡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힘겹지만 꾸준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는 안간힘을 보여 주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불안한 심리가 빚어낸 슬픔에 관한 이야기
이 작품은 ‘찰리’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찰리는 이 작품의 화자이며 주인공인 베라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이다. 어느 날 찰리가 자기 집 마당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고, 사인은 토사물에 의한 질식사로 판명이 난다. 사람들은 찰리가 문제아 그룹인 제니 패거리와 어울려 다녔다는 이유로, 같은 날에 일어난 동물 병원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다. 우연히 화재 현장을 목격한 베라는 찰리의 죽음에 의문을 품지만 짐짓 입을 다물어 버린다.
시간이 흐르면서 베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피자 가게로 가서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죽은 찰리를 쉽사리 떨쳐 내지 못한다. 제니가 이간질하려고 지어낸 거짓말에 속아 자신을 배신하고 우정을 산산조각 내 버린 찰리가 자꾸만 원망스러워지곤 한다. 죽은 아이를 미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죄책감에 시달릴 때면 어김없이 찰리의 영혼이 모습을 드러낸다. 종잇장처럼 납작한 모습의 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베라의 숨통을 조이며 압박을 가한다.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 달라는 것!
한편, 제니는 베라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그날의 기억을 칼로 도려내기라도 한 듯 제멋대로 군다. 제니 때문에 몇 차례나 곤경에 처하게 된 베라는 결국 찰리와의 추억이 서려 있는 떡갈나무 속을 뒤져 상자 하나를 찾아낸다. 맥도날드 냅킨에 자신의 마음을 빼꼭히 써 내려간 찰리의 편지를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베라는 처음으로 찰리의 부재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동물 병원 화재 사건의 진실을 밝혀서 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기로 결심하는데…….
이렇듯 《제발 모른 척해 줘》는 한 소년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진실 찾기를 다루고 있다. 언뜻 청소년들의 이성 문제가 뒤엉킨 삼각관계로 비칠 수 있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채로 전개되고 있다.
문제아 그룹의 제니가 찰리를 좋아하게 되면서 베라를 목표물로 삼은 뒤 학교에서 고립시켜 가는 과정이나, 제니가 무엇 때문에 자신을 궁지로 모는지 뻔히 알면서도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혼자서 굴욕감을 감내해야 하는 베라의 서글픈 처지, 그리고 둘 사이를 이간질해 찰리를 곁에 두었지만 마음을 얻지 못하자 끝내 죽음으로 내모는 제니의 극단적인 선택 등에서 청소년기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가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운명의 대물림을 거부하는 열여덟 살 흙수저 소녀의 비망록
베라는 한마디로 억척 소녀이다.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이 평점 A를 받을 만큼 성적이 우수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피자 가게로 달려가 여덟 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다. 잠시도 딴생각을 할 새가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고작 열여덟 살짜리 여고생인 베라가 이렇게 숨 가쁜 생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라의 엄마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인 열일곱 살에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에 지루함을 느끼고 학교를 뛰쳐나가 나이트클럽에서 무용수로 일하다 베라 아빠를 만나 임신을 하게 된다. 결국 어린 나이에 아이 엄마가 되면서 인생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정에 안주하지 못하고 먼 산만 바라보다가 자신을 치료하던 주치의와 눈이 맞아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달아나 버린다.
그로 인해 깊은 상실감에 빠진 아빠는 베라만큼은 자신들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지나치게 간섭을 하며 엄격하게 키운다.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하기 위해 중학생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혹시라도 엄마처럼 이성 문제로 인생을 그르칠까 봐 남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다.
베라는 무책임한 엄마에 대한 반항심과 아빠의 독단적인 양육 방식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혹시라도 엄마의 운명이 대물림될까 봐 두려워하며 바짝 진장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간다. 집에서는 아빠의 말을 얌전히 듣는 착하고 성실한 딸로, 학교에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모범적인 학생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옥죄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틀에 꽉 짜인 채 살아가던 베라의 삶은 제니의 이간질에 속은 찰리의 배신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만다. 꼭꼭 숨겨 두고 싶었던 엄마의 비밀이 찰리의 입을 통해 퍼져 나나가 버린 것. 그 뒤로 소문이 거짓말로 부풀려지고 부풀려져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모범생의 가면 뒤에 숨어 있던 베라의 맨얼굴이 사방에 까발려지는 수모를 겪는다.
이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학 진학 후 학자금 대출로 빚에 허덕이지 않기 위해 일찍부터 돈을 모으는 베라의 모습이나, 대학을 졸업한 뒤에 취직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는 취업 준비생, 정부 예산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않고 전시 행정으로 쏠리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나날이 팍팍해져 가는 것 등,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일들이 신기하리만치 닮은꼴로 그려지고 있다.
제발 모른 척해 달라고? _ 자가 소외 중독의 또 다른 이름
이 작품에서 ‘모른 척’하는 일은 중의적으로 쓰인다.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비밀로 부치고 싶은 나머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않는 베라의 ‘제발 (자신을) 모른 척해 달라’는 항변이기도 하고, 이웃에 사는 찰리네 집에서 일어나는 가정 폭력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베라 부모님으로 대표되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빗대어 꼬집는 말이기도 하다.
베라는 엄마가 전직 나이트클럽 무용수였다는 사실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스스로를 왕따시키는 ‘자가 소외 중독’에 빠진다. 그래서 학교 친구들이 자신을 모른 척해 주기를 바라며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고는 어릴 적부터 이웃에 살아서 서로의 집안 내력을 속속들이 아는 찰리뿐이다. 그렇기에 훗날 찰리의 배신은 베라에게 청천벽력 이상의 끔찍하고 무서운 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진짜로 ‘혼자’가 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모른 척’은 베라의 부모님으로 대변되는 어른들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심이다. 찰리 아빠가 허구한 날 폭력을 휘두른다는 걸 빤히 알면서도 베라의 부모님은 남의 집 일이라는 이유로 짐짓 모른 척한다. 찰리 아빠가 찰리 엄마를 때리거나 밀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베라는 엄마 아빠에게 달려가 도와주기를 요청하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똑같이 ‘모른 척’하라고 주문한다.
그 ‘모른 척’은 결국 찰리를 불량소년으로 만들어 버린다. 엄마를 지켜 주고 싶지만 한없이 나약한 자신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게 되자, 아빠에게는 순한 양처럼 행동하면서 집 밖에 나와서는 문제아들과 어울리거나 변태 아저씨에게 속옷을 팔아 돈을 모으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인생을 놓아 버리며 위기를 향해 치닫게 된다.
찰리가 죽은 뒤에야 그 아이의 외로움을 깨닫게 된 베라는 그동안의 ‘모른 척’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삶 앞에 당당해지기로 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경찰서로 찾아가 찰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수사를 의뢰하고, 아빠와 1박 2일 동안의 여행을 떠나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그동안의 앙금을 씻어 내고 화해를 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은 각기 다른 가정환경 속에서 부모의 운명을 대물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저마다의 해법을 찾아가는 십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모의 역할이나 이웃에 대한 관심, 제도적인 책임 등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준엄하게 일깨운다.
저자 : A. S. 킹
저자 A. S. 킹 (A. S. King)은 1970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레딩에서 태어났으며, 펜실베이니아 미술 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고, 종종 옷장에 들어가 책을 읽곤 했는데, 한 번 들어가면 꼭두새벽에 나올 정도로 책벌레였다고 한다. 살만 루슈디의 소설 《악마의 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0년에 발표한 처녀작 《100번이나 개로 환생한 소녀》가 미국도서관협회 청소년 소설로 뽑히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제발 모른 척해 줘》가 마이클 프린츠 상을 받으면서 필력을 인정받았다. 그 외에도 2012년에 《승객들에게 물어봐》로 LA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상을 섭렵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나를 돌려줘》가 있다.
역자 : 전경화
역자 전경화는 전남대학교에서 영어 영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에 관심이 많고 책읽기를 즐긴다. 현재 ‘한겨레 어린이·청소년 책 번역가 그룹’ 소속으로 꾸준히 공부하면서 좋은 원서를 찾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용감한 대머리 언니》 《거꾸로 가족》 《지구를 지키는 쓰레기 전사》 《인디고의 별》 《새피의 천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