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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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섭 기자
소수의 영화가 국내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는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영화는 단순히 창작자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촬영한 것 외에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예술과 돈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화산업에서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는 최근 급격한 성장을 이루어내며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다루었고, 독특한 감성과 표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노력과 열정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만든 주역들이다.
영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상영작의 질과 다양성이다. 뛰어난 예술적 성취와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함께 상영 될때 한국 영화산업이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영화가 국내는 물론, 해외의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이제는 한국 영화의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의 국제적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바로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2019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해 전 세계 영화인들로 부터 큰 주목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힘을 보여주었고, 위상을 높였다.
한국 영화가 다양한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네마 경험을 제공하고, 세계 시네마의 다양성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명제(命題)에도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 관객의 영화 선택 권리 빼앗는 스크린 독점사례가 대형 배급사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없다는 관람객들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듯 영화인들도 이제는 ‘스크린상한제’를 도입해야 하고, '와이드릴리즈(Wide Release)'배급 방식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종 커뮤니티(community)와 SNS에 올라 오자 언론이 ‘스크린상한제’ 도입에 불을 붙이고 있다.
관객의 영화 선택 권리 빼앗는 스크린 독점 사례의 중심에는 한국 영화판에서 소위 4대 배급사라 불리우는 CJ 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 넥스트 엔터테인먼트 월드(NEW), 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관객 점유율은 무려 절반이 넘는 75.5%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니(Mini)한 에이스메이커, 키다리, 소니 등 소규모 배급사들은 대형 배급사들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반격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렇듯 대형 배급사와 소규모 배급사 간의 양극화가 심하다 보니 대형 배급사가 점찍어 논 영화는 대박을 칠 수 밖에 없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지난달 4월 24일에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 4'다.
'범죄도시 4'는 개봉 22일 만인 지난 5월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3월 24일에 개봉한 영화 '파묘'가 32일 만에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10일 앞선 기록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영화의 흥행 기준에 1000이라는 숫자가 대박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1000이라는 숫자는 1000만 명을 이야기 한다.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는 개봉관의 숫자는 대형 배급사가 쥐고 있다.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이라 할 지라도 배급사가 작정하고 덤벼들면 쪽박 차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다 보니 배급사들은 예술성이나 작품성 보다 오락성이 흥행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영화 선택 권리를 예술성으로 부터 빼앗아 버리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은 흥행을 담보해야 하는 소수의 영화에 배급사가 투자-제작-배급-상영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막대한 투자 비용과 이익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에서 배급하는 영화에 스크린을 더 많이 배정하는 '와이드릴리즈(Wide Release)'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초기에 많은 관객 수를 확보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영화 '범죄도시'는 4편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1편은 688만546명을 동원했지만 2편은 1269만3415명, 3편은 1068만2813명을 동원해 1.2.3.4편을 모두 합치면 4000만명이 넘는다. ‘한국의 15세 이상’(4627만 명)인구가 최소한 범죄도시 한 편을 보았다는 이야기다.
범죄도시가 전국 대부분의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 한국 상업영화는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다. 이는 인터넷 언론사들이 특정 보도에 순번을 정하고 포털에 기사를 어뷰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언론사에게 기사를 몰아줌으로서 많은 광고효과를 보게 하는 담합과도 같은 것이다. 상업 영화도 범죄도시의 아성에 구태여 도전장을 내밀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선택권이 없는 관객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업무계획서를 발표했다. 6개관 이상을 보유한 극장을 대상으로 관객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같은 영화의 상영 횟수가 5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골자를 명기했다. 하지만 결국 추진만 됐을 뿐 스크린 상한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스크린상한제란, 특정 영화가 극장 전체 상영 수의 일정한 기준을 넘지 못하게끔 규제하는 제도로 과거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장악 하려던 것과 다르지 않다. 과거 삼성그룹 등은 제빵 등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논란이 일자 해당 사업을 철수하거나 지분을 정리한 바 있다.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보다 막강한 자금력과 그룹의 후광으로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는 행태에 대한 비난을 ‘사업 철수’로 대응하며 조기에 논란을 잠재웠다. 영화 역시 대형 배급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크린상한제가 ‘스크린 쿼터제’의 대상인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와 장점도 많다는 의견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 전적으로 무시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스크린상한제가 영화산업에 독이 될지, 이익이 될지는 좀 더 면밀하게 검토 되어야 한다. 다만 한국 영화산업이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 대접을 받고 있는 만큼, 예술성과 작품성이 포함된 영화 다운 영화가 관객의 숫자보다 더 대접받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돈에 취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성 하나를 보고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이시대의 수많은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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