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친 기도 그리고 미얀마에서 온 편지
부활절에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정교회 성당의 부활절 예배에 잠깐 참석하였습니다.
돔 형식의 건물이어서 천장이 하늘처럼 높았습니다. 그 높고 넓은 공간에 부활의 빛이 가득하여 눈이 부셨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들의 찬미가 성당 안에 충만하여 절로 옷깃이 여며지고 두 손이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예배를 집전하는 사제도 성가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넓은 홀 안에 의자가 없었습니다. 모두들 서서 찬미를 들으며 경외감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기둥 옆이나 제대 앞 그리고 성화상 앞 여러 곳에 촛대들이 놓여 있는 커다란 원반들이 서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조용히 불을 밝혀 촛대에 꽂으며 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거룩하게 보였습니다. 그들의 경건한 모습에 옛 기억, 예루살렘 무덤교회에서 초를 꽂으며 기도를 바쳤던 감격의 시간이 새삼 떠올라서 초를 여러 개 샀습니다.
원형 촛대 앞에 서서 타오르는 불빛을 바라보며 부활의 기쁨을 맛보며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였습니다. 전쟁의 폭력이 일상화 된 21세기 하나님 없는 문명과 문화에 대한 중보 기도를 바쳤습니다. 발전과 진보의 신화에 사로잡힌 80억 인류의 탐욕과 폭력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간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민들을 기만하며 피바람의 전쟁을 일으키는 자기 권력 중독자들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친히 터치해주시기를 간구하였습니다.
첫째 초를 꽂으면서 러시아의 평화를 기원하였습니다.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의 죄악과 과오와 허물을 용서해주시길 빌었습니다. 그리고 ‘우•러전쟁’이 속히 끝나고 평화가 오길 구하였습니다. 러시아 국민들과 정교회가 연합하여 반전운동을 벌이며 평화를 위한 행보에 나서길 간구하였습니다.
둘째 초를 꽂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의 죄악과 과오와 허물을 용서해주시길 빌었습니다. 그리고 ‘러•우전쟁’이 속히 끝나고 평화가 오길 빌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정교회가 함께 노력하여 평화의 물꼬를 터가길 간절히 빌었습니다.
셋째 초를 꽂으며 팔레스틴의 평화를 기원하였습니다. 팔레스타인의 죄악과 과오와 허물을 용서해주시길 빌었습니다. 그리고 ‘팔•이전쟁’이 속히 끝나고 평화로운 팔레스타인이 되길 간구하였습니다. 팔레스타인 형제들이 더 이상 떠돌 지 않고 자기 조상들의 땅에서 평화롭게 살기를 빌었습니다.
넷째 초를 꽂으며 이스라엘의 죄악과 과오와 허물을 용서해주길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팔’전쟁이 속히 끝나고 평화로운 이스라엘이 되길 구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형제들이 참회하며 그릇된 역사전쟁을 종식하길 빌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회개하고 분리 장벽을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자녀로 함께 살길 축원하였습니다.
다섯째 초를 꽂으며 미얀마 내전 종식을 빌었습니다. 주 종족과 소수민족들이 화해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기원하였습니다. 그리고 국내외로 피난 나간 난민들의 일용 할 양식이 끊임없이 공급되길 빌었습니다. 난민들의 건강, 특별히 아동들의 건강과 조속한 귀향을 축원하며 불을 밝혔습니다.
여섯째 초를 꽂으며 인도 마니푸르 폭동의 종식을 기원하였습니다. 이웃 주로 피난을 떠난 소수 부족민들의 일용 할 양식과 고향 복귀를 위해 불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불에 탄 교회와 가옥들의 복구가 잘 이루어지길 기도하였습니다.
일곱째 초를 꽂으면서 남북한의 죄악과 과오와 허물을 용서해주시고 하나님 백성의 나라, 제사장의 나라 그리고 증언자의 나라로 세워주시길 축원하였습니다. 그리고 남북한이 동시에 전쟁 폭력을 포기하기를 간구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손만대의 번영과 영원한 평화를 빌었습니다. 특별히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지혜와 경험이 충만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청년들이 많이 나오길 기원하였습니다.
여덟째 초를 꽂으면서 치우침이 없이 일하는 평화의 일꾼들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분쟁지역과 억압당하는 소수민족들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국가 간의, 종족 간의 화해를 위해 수고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리고 부모형제 자매들과 사랑하는 친구들과 신실한 후원자들과 교회들, 믿음의 기업인들을 위해 부활 승리와 기쁨, 평화와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길 빌었습니다.
종려주간과 수난일에 러시아의 옛 고려인 마을들을 찾아다니면서도 미얀마 난민들에게 보낸 부활절 계란과 사랑의 쌀을 위해 계속 기도를 바쳤습니다. 비록 전쟁 중에 있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이 부활절 계란을 받고 부활의 기쁨과 평화를 맛보기를 빌었습니다. 사랑의 쌀이 그들에게 주님의 식탁이 되길 간구하였습니다. 함께 오병이어의 기쁨을 맛보길 축원하였습니다.
두 주 사이에 하나님의 은혜로 5천5백여 개의 계란이 전달되었습니다. 7개의 난민캠프에 사랑의 쌀이 소리 소문 없이 전달되었습니다. 미얀마의 ‘미’자도 몰랐던 저를 사용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지난 2년 4개월 동안 30개의 난민캠프에 61회에 걸쳐 쌀을 보낸 기적과 그 쌀을 먹으며 전쟁의 고난을 견디며 사는 외로운 난민들을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마침 사진과 함께 미얀마 난민 지도자가 보낸 편지가 들어왔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지난 두 주간 동안 우리 난민들의 찬송이 하늘에 메아리쳤습니다.
선생님과 한국 교회를 통해서 주시는 ‘생명의 쌀’에 무한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내전이 계속 되고 양식을 구하며 나누는 수고를 계속하게 될 줄 몰랐지만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배웠습니다. 십자가가 부활의 시작임을 깨달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며칠 전에 뜻밖에도 제게 수차례 양식을 호소하였던 파트랑교회의 목사님께서
그 교회 장로들과 함께 씨아하에 있는 저의 거처를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미얀마 내에 있는 난민들이 일용할 양식을 호소하는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편지에는 굶주림에 직면한 국내 난민들의 고통과 불안이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사실은 작년 말에 구호하기로 하였던 마을들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미얀마 국경을 넘었지만 콜로디강의 물이 범람하여 안타깝게도 강을 건너지 못하고 돌아왔었습니다.
선생님!
금번에는 그들의 호소를 따라 강을 건너겠습니다.
응가파이피 본 마을, 응가파이피 새 마을, 쿠아필루 마을, 파트랑 마을의 140여 세대와 양식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 난민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선생님과 한국 교회를 통해서 공급해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응답이 되면 다음 주 월요일에 국경을 넘어 국내 난민들에게로 가고자 합니다. 사실 지난 며칠 동안 파트랑교회 목사님께서 구호 양식 없이는 돌아갈 수 없다며 날마다 저를 찾아 와서 졸라댔습니다. 만약에 월요일에 우리가 쌀을 가지고 떠날 수 있다면 그 분이 우리 일행이 안전하게 콜로디강을 건널 수 있도록 안내할 것입니다.
선생님!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일들에 대하여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한국 교우님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소식을 기다립니다.
2024년 4월 6일 묘시
우담초라하니
*부활절 :
러시아에 계신 분에 의하면 러시아정교회의 부활절은 5월 5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우리의 부활절을 생각하며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환한 빛과 하늘에서 들려오는 찬미 소리에 압도되었습니다. 러시아에 계신 한국 분이 러시아 정교회와 우리의 부활절 날짜 계산법이 다르다고 알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