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금식기도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에게 이끌리어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러 광야로 가사 사십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마태복음 4:1-2)
예수님께서 공(公)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40일 동안 밤낮으로 금식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40일을 금식하신 것을 본 받아 우리 주변에 특히 목사들 가운데 40일 금식 기도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사람이 40일을 금식한다는 것은 생명을 걸고 하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지극히 위험한 도전입니다. 성령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인간의 힘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영국 BBC 방송은 아프리카 짐바브에의 한 목사가 40일 금식 기도를 하던 중, 3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짐바브웨의 모잠비크 복음주의교회 설립자인 프란시스 바라하는 25일간 음식은 전혀 먹지 않고, 물만 마시면서 기도하다 생명을 잃었습니다.
바라하가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체중이 줄어들자, 가족들과 신도들의 권유에 따라 병원으로 옮겨져 진찰을 받았습니다. 그는 급성 빈혈과 소화기관이 망가졌다는 진단을 받고 혈청으로 체내 수분을 보충하고, 액채 영양분을 공급 받는 등 응급 진료를 받았으나, 2023년 2월 15일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유족측은 “고인은 평소 저혈압을 앓고 있었다.”고 말하면서 무리하게 금식을 하다 변을 당했다고 슬퍼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한국의 유명한 목사가 필자가 출석하던 교회에 와서 부흥사경회를 인도하였습니다. 설교 도중 자기 부친이 늦으막에 목사가 되어 개척교회를 하던 중, 40일 금식 기도를 하러 기도원에 올라갔습니다. 부친이 기도하던 17일 째 되던 날 하늘나라로 가셨다면서, “왜 하나님은 기도하는 목사를 불러 가셨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40일 금식 기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은사를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성령님의 도우심을 받아야 마칠 수 있는 생명을 거는 투쟁입니다.
성 프란시스가 40일 금식 기도를 시작해서 마쳐갈 무렵인 39일이 되던 날, 갑자기 금식을 끝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제자들이 하루만 더 하시면 40일을 채우실 텐데, 왜 하루 일찍 기도를 끝내려 하시냐고 물었습니다.
그 때, 프란시스는 “주님께서 40일을 금식하셨는데, 내가 어찌 주님과 같이 40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하루 일찍 금식을 끝내려하네.”라고 대답했습니다. 프란시스의 겸손함을 엿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의 많은 목사들이 40일 금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40일 금식을 결행하려 하는 분들에게 권면하고 싶은 것은, 프란시스의 겸손을 배워, 39일에 끝내고, 40일 금식 했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좋을 듯합니다.
로마에서 전도하던 베드로는 박해가 심해지자, 잠시 피신해 있다가 박해가 잠잠해 지면 다시 와서 전도하는 게 좋겠다는 제자들과 신도들의 권면을 받고, 로마를 떠나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베드로가 로마 시외에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 맞은편에서 걸어 오셨습니다. 이 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보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라고 여쭙자, 예수님께서는 “네가 지지 않고 버려두고 간 그 십자가를 내가 대신 지려고 로마로 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크게 깨달은 베드로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발길을 돌려 로마로 돌아가서 군병들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로마 군병들이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으려할 때, 나를 거꾸로 매 달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주님께서 똑 바로 십자가에 달리셨는데, 나 같은 죄인이 어찌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못 박힐 수 있겠느냐”며 거꾸로 십자가를 지고 순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19세기 폴란드의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1846-1916)의 작품, Quo Vadis Domine(1896)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문학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베드로가 거꾸로 십자가를 진 것은 주님과 같은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리는 것을 거부하고, 거꾸로 달리게 해 달라는 모습에서 그의 겸손의 진면목(眞面目: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상태)을 보여 주는 일화(逸話)입니다.
40일 금식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항상 겸손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약 4:6)는 말씀을 명심해야 합니다. 40일 금식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반 신자들은 더더욱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