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있어지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나 자신이 좋아지고 가장 나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 함께 거주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물질적 세계만을 창조해 내는 일이 아니라,
집과 가정이라는 곳의 본디 목적인
세상에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나 ㅡ 자신이 사랑을 담뿍 받는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일까요?
본래의 뜻을 잘 지키며
아이들이 잘 쉬고 보호받고 사랑받는 쉼터인가요?
아님 교환가치나 재산 증식의 수단인가요?
*
1학기 정원만들기에 이어
2학기에는 분리수거장 만들기를 계획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거주할, 쉴 수 있는 집 ㅡ 아쉬람을 원했었어요.
심지어 다른 학년들은 못 들어오고
오직 3학년들만 들어올 수 있는
그런 집이요. . .
형, 누나, 언니, 동생들을 못들어오게 텃세하고 싶었던게지요.
아. . .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이 거칠어진 것은 아닐텐데
아이들의 말과 뜻을 통해 보여지는 학교의 문화가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 모두를 위한 일을 하자.
모두가 쓸 수 있고,
모두가 그 댓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일을 하자.
그것이 이번 집짓기의 목적이었습니다.
뭐 일을 하며 자기 손발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고
집을 다지며 내 영혼을 다지는 일은
당연히 생기겠지요.
우리 학교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집의 편안함, 안락함과
학교의 기능적 성격을 같이 갖추었다는 점입니다.
그곳을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배움의 장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식탁매트도 깔고. . .
물론 그 결과가
식탁보 위에서 더 따뜻하게 놀 지라도. . .
1학년때부터 저 이야기 의자를 가져다 놓았던
그 뜻을 아실랑가요?
미래의 어느 날,
아이들이 기억할 의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
일을 하면서 새긴 문장입니다.
영혼을 쏟아넣는 일이란 무얼까요?
도대체 어떻게 하는 일일까요?
제 답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몰두하는 일.
그러자면 모든 일에
마치 내 것, 내 집을 짓듯 일을 하는 것.
내 사랑하는 가족이 살(먹을, 입을) 집을 만들 듯 일하는 것.
그거라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일했다면 순살자이나
광주 저 어딘가에 짓던 아파트가 무너지는 일은 없었겠지요.
새로운 길을 만든다는 것은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많은 발도르프 학교의 탄생처럼
그냥 뚝딱 만들자 해서 되는 일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금방 만들었다가 금새 사라지는 일이 근래에 많이 일어나지요)
함께 공부한다는 일은
삿된(私的. 邪惡) 마음을 돌아보고 털어버리는 일일 겁니다.
단지 사악한 걸 넘어
내 자신의 이익, 욕망을 추구하고 있진 않은지
성찰하는 일.
우리가 공부를 한다는 것은
머리에 무언갈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삿된 것을 걸러내고
같은 마음, 같은 뜻(의지)으로 일 할 준비를 갖추는 것.
그것이 저 위글에서 슈타이너가 말한
정신세계에서 나를 찾는다는 것은
인간들과 연결된다는 것일 겁니다.
그렇게 인간을 바라보며
그런 마음들이 모여 새로운 물질세계(문명)를 만든다면
모두가 기뻐할 거에요.
물질세계의 구성원도, 정신세계의 구성원들도.
당장 정신과 더 가까운 물질 존재인
아이들부터 기뻐 좋아하지 않을까요?
가끔 사람들은 묻습니다.
개인적이고 가끔은 이기적인 시대 속에서
그런 마음을 갖고 일을 한다는 것이
외롭고 힘든 일이 아닌가 하고. . .
맞아요. 가끔은
아니 꽤 많이 외롭기도 하죠.
당장은 가까운 이와 얼굴 붉히기도 하고
소원해지기도 하죠. . . 쩝.
그리고 오늘처럼
군에 다시 자원해서 훈련받는,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는 꿈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좀 외로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면
세계 모두가 저절로(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보내옵니다.
물론 그 순간에는 잘 모르다가도
지나고 보면 많은 천사들이 도와줬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물론 제가 아는 천사와
선생님, 부모님들이 아는 천사가 같진 않을 지라도. .
1학기에 미리 터를 다지는 일에는
9학년 형아, 누나들이 도움을 주었어요.
아직 몰탈을 들고 섞는 일에는
아이들 손발이 덜 여물어서요.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좀 작은 흙들을 가지고 놀며
손발이 여물기를 기다렸습니다.
1학기 끝물에 들어서자 정원에 예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함께 누리는 기쁨들. . .
정원을 손질하는, 아벨의 일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지요.
모두 자기 집
혹은 짐 하나
어깨에 울러메고 떠나는 이들.
다들 햇님을 향해 돌아가고 있네요.
들살이를 기획하면서도
자기의 집을 짓는 것을 너머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같이 만들어보도록 했어요.
그러는동안 제 차도 수명을 다 하고...
수업시간에는 저 옛날 구석기 시대의 동굴 집부터
다루었어요.
또 아이들에게 들려준 구약 성서 이야기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실수에 대해
잘 말해주더군요.
이 시간들이 지금까지도 주욱 이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현대의 집까지는 다루지 못했지만요.
(내년쯤이면 마무리 될려나요?)
아이들이 훌쩍 커서 상급까지 간다면,
건축사를 다시 훑으며 대단위의 막을 내리겠지요.
또 안 간다 하더라도
아이들 안에 이 빛나는보석을 잘 간직한다면
언젠가 스스로 잘 꺼내보지 않을까요?
(그러기에 시기에 아이들의 자루에
훗날 꺼내 볼 보석하나 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동굴집을 흙으로 만들고. . .
2학기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집짓기의 흐름을 따라가 봅니다.
우리는 언제 벽돌 만드냐며 노래~노래~ 🎵 부르던 아이들.
만들어 줍니다.
곧 그 벽돌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됩니다.
왜 00 오빠가 시크하게 "잘 만들어~"했는지
바로 깨달았지요.
그래도 이날의 기억으로
요즘 출애굽기(이집트 탈출기) 이야기를 듣는데,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에서 벽돌 만들고 건물 만드는 데
엄청 고생했다고 하자
스스로 감각해서 형성한 표상이
아이들이 이야기 들으며 이해하는데
엄청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답니다.
인지학이 이런 거였다니. . .하하하
힘들어 죽겠다며,
뜨꾸가 우리를 고생시켜 죽이려 한다며,
그러니 아이스크림을 사 줘야 한다는 억지를 부리다가도
교실에 들어오면
언제도 그랬냐는 듯이 하하 호호 합니다.
그 후부턴 일에 속도가 좀 붙습니다.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1학기때보다 크고 힘도 세진 것은 생각치 못하고
이 일이 화단 만드는 일보다 쉽고 재밌다고 합니다.
몰탈(아이들이 붙힌 이름:똥가리)도 만들고. . .
잘 섞고
함께 벽돌도 나르고, , ,
으싸으쌰
3학년의 평소 분위기가 보이는 영상...ㅎ ㅎ
영상 시청 필수!
일 이후의 보상보다는
일 그 자체를 사랑하는 아이들.
그렇게 일해본 경험을,
일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발돌 교육 아닐까요?
그러는 동안 이도 빠지고...
이젠 각자가 살 집들도 야무지게 만들고...
각자의 집마다 고스란히 아이의 모습이 담겨있네요.
그러는동안 분리수거장도 거의 다 만들어갑니다.
(라고 말하기엔 사진은 없지만 참으로 많은 일이...)
곧 완성하면 고사 한 번 지내고 잔치 한 번 할까요?
첫댓글 멋진 분리수거장이 완성되겠어요!! 기대됩니다요~~~~
도현 아버님의 분리수거장을 뼈대로 삼으려했는데...
한 팔년 넘게 잘 썼습니다.
무등 사람들의 사진 속에, 기억속에 남겠네요.
감사합니다.
시니컬한 우리집 9학년이 말하길, 3학년이 달라진 거 보면 선생님은 그랜절 받으셔야 된답니다.
그랜절이 뭐냐 했더니 그랜드파더 그랜드머더처럼 큰절 위가 그랜드절 줄여서 그랜절이라나요. 요즘 한자부수 외워서인지 병부절 받으셔야 한다고도 덧붙였어요. 9학년 눈에도 3학년 아이들의 변화가 보이나 봅니다.ㅎㅎ
늙어가며 귀찮은 일들이 늘어가는데 뭐든 즐겁게 일하는 아이들보며 부럽고 아이들이 만든 동굴집 보며 저도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오늘 점심시간, 잠시 리코더 연습하러 들어왔다가, 극한직업 초3담임 모습을 봐서 그럴수도요.
그래도 유단이 눈에서도 3학년들에 대한 애정과 , 저를 불쌍히 여김이 눈에 보이던걸요?
근데 유단이도 지난 시간, 학교서 그리 커왔답니다.
그랜절도 좋지만, 유단이도 더 무거워지기 전에 ㅎㅎ 한 번 업어줘야 겠습니다요.
오늘 가을음악회 무대의상 들으셨죠? ㅂㅋㄴ ㅎㅎ
부탁드려요~
@장승규 컥! 부탁받자옵고 무대의상 백방으로 구해보겠습니다만, 선생님 감당되시겄어요?😁
영상이 안 보이는 게 있다하여
다시 업로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