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명 생태 기행
팔월 셋째 월요일은 광복절에 이어진 대체공휴일이다. 이틀째 오랜 가뭄을 해갈시킬 비가 흡족히 내린다. 새벽잠을 깨 ‘상사화’를 한 수 남겼다. “이른 봄 움이 싹 터 소복이 자란 가닥 / 싱그런 잎줄기가 어느새 시들해져 / 오뉴월 휴면기 맞아 흔적조차 없어라 // 한여름 폭염 속에 가뭄이 심한데도 / 꽃대가 뾰족 솟아 연분홍 꽃잎 펼쳐 / 사라진 잎을 그리며 몸 둘 바를 몰라라”
전날 빗속 북면 강가로 나가 귀로에 창원수목원까지 둘러 가뭄을 견뎌 비를 맞는 상사화와 옥잠화를 봤다. 연못에는 수련도 예쁘게 피었다. 월요일 자연학교는 열차로 이동 낙동강 하류 유역으로 향할 참이다. 이른 아침 우산을 받쳐 쓰고 퇴촌교 삼거리를 거쳐 도청 뒷길에서 창원중앙역으로 갔다. 이른 아침 순천에서 출발해 온 무궁화호를 타고 삼랑진에서 물길 따라 미끄러졌다.
차창 밖은 가는 빗줄기에 강물은 유장하게 흘렀다. 원동과 물금을 지나면서 어제 창원수목원 연못에서 본 ‘연지 수련꽃’으로 시조를 한 수 남겼다. “올여름 극한 폭염 비마저 적게 내려 / 가뭄에 물 부족해 식생이 시드는데 / 연못은 수위 낮아져 수초 겨우 버틴다 // 수련은 고온에도 잎사귀 넓게 펼쳐 / 뙤약볕 아래서도 꽃망울 밀어 올려 / 한여름 청량감 더해 시원함을 안겨라”
화명역에 내려 역사를 빠져나가 철길 굴다리에서 화명 생태공원으로 들어섰다. 축구장과 파크골프장을 비롯한 체육 여가 시설이 잘 갖춰진 강변이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은 평일에도 운동하는 이들이 붐비는데 우중이라 텅 비었다. 메타스퀘이어가 줄지은 자전거길은 도보 산책로와 나란했다. 비가 와 라이딩을 나선 이는 아무도 없고 우산을 받쳐 쓰고 산책 나온 이는 드물게 보였다.
강가에는 김해 대동에서 북구 화명으로 놓인 화명대교가 주탑에 쇠줄이 상판을 당겨 건너도록 했다. 화명 생태공원은 가로수 그늘이 좋아 여름 한낮에도 산책이 좋은데 비가 오니 운치가 더 있었다. 낙동강 중류 북면과 본포 일대 물억새는 혹심한 가뭄에 말라 시들어도 하류 둔치 갈대는 싱싱함을 유지했다. 저지대 습지여서 갈대가 자라기 좋은 곳이라 가뭄과 무관한 식생이었다.
가장자리 갯버들과 수양버들이 운치를 더했다. 수생식물원으로 꾸며둔 습지는 왜가리와 중대백로가 먹잇감을 겨누느라 목을 길게 뺐다. 노랑어리연이 한창 꽃을 피운 때고 가시연은 둥근 잎을 방패처럼 넓혀 나갔다. 가시연은 가을이 되어야 꽃을 피워 아직 철이 일러 볼 수 없었다. 습지에 이어진 넓은 공간 폭염과 가뭄에도 댑싸리를 가득 키워 가을 색이 물들면 장관일 듯했다.
수상 레저를 즐기는 계류장은 비가 와 휴장이었다. 생태 탐방로는 남해고속도로 교량이 거쳐진 구포까지 이어졌다. 호수에는 연꽃이 아직 남았고 강 건너편 김해 대동 신어산은 운무에 가려져 있었다. 금빛노을 전망대로 오르려니 엘리베이터가 점검 정비 중이라 운행을 중단해 우회로를 택했다. 하류에는 ‘감동나룻길 리버 워크’가 있었다. ‘감동’은 나루터였던 구포 옛 지명이다.
승강기로 강변에 걸쳐진 수상 교량을 걸어 다다른 곳은 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이었다. 구포역에서 덕천역으로 이동했다. 부산에서 전통 시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구포 시장을 찾아갔다. 선거 때면 주목받는 장소다. 오일 장날은 더 붐비나 평일도 활기 넘쳤다. 여러 품목 가게가 즐비한 골목 끝에 자활센터가 눈길을 끌었다. 생계가 어려운 소상인들의 자립 자활을 돕는 시설인 듯했다.
장터가 워낙 넓어 못다 두르고 재첩국을 사 박스에 들고 국밥집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식당에서 나와 상어 내장을 삶아 파는 두치가 보여 한 팩 샀다. 생선 골목에서 신선도가 좋아 보인 갈치와 돔과 함께 오징어도 샀다. 반나절 생태 기행에서 화명 습지 가시연을 봤고 구포 장터에서 생선을 마련했으니 일과는 마쳐도 되었다. 구포역으로 가 예매해 둔 열차를 탔다. 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