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10. 13. 일요일. 맑고 잔잔하다.
금요일 밤중에 친정으로 외아들(유치원생)과 함께 온 작은딸이 이틀 밤을 지내고는 오늘 아침에 처자식을 데리러 온 남편(나한테는 둘째사위)과 함께 떠났다. 교회에 간다며....
둘째사위의 아버지는 충남 태안군의 교회목사이며, 그의 어머니는 오인숙 시인.시집을 낸 작가이다.
2.
국보문학카페에는 김병환 시인의 '비움'이란 시가 올랐다.
제목과 본문이 주는 이미지가 무척이나 강렬하다.
비워야
겸손해진다는 것
나무는
교육받은 것 같다
충남 보령군 웅천면 구룡리 화망마을에서 태어났고, 자랐던 나한테는 '비움'이라는 위 시의 낱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또한편으로는 고개를 가로세로로 내저었다.
해발 200m가 고작인 마을 뒷산에 오르면 서해바다(남쪽으로는 춘장대해수욕장, 중앙에는 무창포해수욕장, 북쪽으로는 대천해수욕장 등)가 멀리서 내려다보인다.
사방이 산골인 작은 마을에서는 땅은 대부분 경사진 산이고, 밭과 논이라야 아주 비좁다. 밀짚모자로 덮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이나 작은 텃밭과 다랑이논이 고작이었다. 다소 너른 들판인 구렛논은 전체 면적이 얼마 안 되었다.
* 훗날 농공단지, 산업단지로 토지수용되어서 지금은 아주 작게 쪼글라들었음
산골이라도 일년내내 농사를 지었다.
내가 기억하는 1950 ~ 60년대의 이른 봄철에는 일꾼사랑방 방바닥에 흙을 퍼서 붓고는 볍씨를 골고루 펴서 묻었다.
* 당시에는 비닐이 없기에 그냥 방바닥 위에 밭흙을 부었다.
일꾼사랑방 부엌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방바닥을 은근히 덥히고, 바가지로 물을 조금씩 퍼담아서 사랑방에 들어갔고, 방바닥에 찔끔거리며 부어서 벼의 싹을 틔워서 키웠다.
이른 봄철 바깥날씨가 조금이라도 포근해지면 머슴(일꾼아저씨)은 싹이 튀운 볍씨를 조심스럽게 거둬서 삼태미로 담았고, 지게로 져서 논으로 가져가서 무논에 뿌려서 모를 더욱 크게 키웠다. 6월 초부터 동네 일꾼들이 와서 모를 쪄서 모내기를 했다. 논을 세 번 김을 매고, 피사리를 했고, 가을철에는 일꾼들이 벼논에 들어가서 낫으로 벼 밑줄기를 베어냈다.
벼를 다 베어낸 뒤 논물기를 모두 빼냈다. 소가 끄는 쟁기로 논흙을 갈아엎고 쇠스랑으로 흙덩어리를 잘게 부셨다.
여기에 보리 밀 귀리 등의 잡곡 씨앗을 뿌려서 싹을 틔워서 긴긴 겨울을 나도록 했다.
늦가을, 겨울을 지난 뒤 동네 아주머들은 일렬로 서서 보리싹이 튼 밭에 들어가 보리싹을 잘근잘근 촘촘하게 밟아주었다.
보리싹을 밟는 이유는 있따. 초겨울철에 서릿발이 서리면 보리의 뿌리가 서릿발과 흙의 중간에 들떠서 제대로 성장이 되지 않고 말라죽는다. 살얼음으로 들뜬 밭흙을 신발로 잘근잘근 촘촘히 밟아서 보리싹 뿌리가 흙과 밀착하도록 밟아야 했다.
또한 수확이 끝난 밭에는 후속으로 육쪽마늘을 쪼개서 낱개씩 심어서 싹을 틔워서 늦가을, 겨우내, 이른봄철에도 길렀다.
우리 집에서는 해마다 보리를 걷어낸 뒤 여름 끝날 무렵에는 텃밭에 100접의 마늘을 까서 낱개로 하나씩 심었고, 다음해 6월에는 400 ~ 500접의 마늘을 캤다. 마늘장수가 트럭을 마을 안까지 몰고와서는 몽땅 사 갔다.
즉 씨종자 마늘은 늦가을에 하나 하나씩 낱개로 심고, 겨울, 봄을 지난 초여름철에서야 수확하는 작물이다.
이처럼 산골마을의 논과 밭은 일년내내 곡식과 채소로 가득 채웠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탓으로 논바닥에서 샘물이 솟아나는 수렁논, 구렛논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만을 지었다
산비탈 아래의 두렁논에서는 보리(밀, 귀리 등)와 벼를 일년내내 순환재배했다.
바슴을 하면 곡식창고(볏광)에 가득히 채웠다.
* 곳간(庫間) : 식량이나 물건 따위를 간직해 보관하는 곳
* 곡간(穀間) : 곡식을 넣어 보관해 두는 곳간
4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철에는 풀과 나무 잎사귀가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풀잎은 말라서 죽고, 나뭇잎은 누렇거나 붉게 물들어서 땅에 떨어진다. 침엽수인 소나무 잣나무와 사철나무 동백나무 등의 푸른 잎사귀는 일년내내 매달려서 싱싱하지만 참나무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 등의 활엽수는 가을이 되면 잎사귀가 떨어져서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는다. 잎사귀를 떨궈낸 활엽수는 앙상한 가지로 춥고도 긴 겨울철을 이겨낸다.
시인은 낙엽 지는 것을 '비움'으로 보았다.
하지만 나는 대자연의 현상을 '비움과 채움의 순환'이라고 해석한다. 반복적으로 거듭되는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다.
......
나는 '비움'보다는 '채움'을 더 선호한다.
.....
나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 공직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지가 만16년도 더 되었다.
내 연금통장은 아내가 지녔기에 나는 연금통장에서는 단 1원도 꺼내서 쓰지도 못한다. 내 주머니는 늘 가볍게 비워져 있다.
주머니(지갑)이 두껍게 채워지면 얼마나 좋으랴 싶다. 돈 쓸 일이 어디 한두군데랴?
나한테는 '비움'보다는 '채움'이 훨씬 낫다. 채움이 많아야만이 남한테 '나눔'하는 기회와 나눔하는 양이 많을 것이다.
주머니(지갑)가 텅 비어있거나 가벼우면 심성이 아주 고약하게 변할 것이다.
없으니까 굶주려서 최소한으로 먹고, 살려고 몸부림을 치며, 심지어는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서 빼앗고, 훔치고, 강도질하고 속임수를 쓴다.
나는 '비움과 채움의 순환' 고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확산되기를 바란다.
비가 내려서 시냇물이 되고, 시냇물이 흘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은 더 많이 깊게 흘러 가서 결국에는 바닷물이 된다.
바닷물은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구름은 비가 되어서 땅에 떨어지며 물이 된다.
이처럼 대자연은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순환하게 된다.
비우고, 채우기를 끊임없이거듭 거듭 반복한다.
위 시에서는 '비워야 겸손해진다는 것'이라고 표현했으나 나는 이를 반대로 해석하고 싶다.
'넉넉하게 채워져야 겸손해진다'라고 고치고 싶다.
나는 날마다 인터넷 뉴스를 읽는다. 사회면에는 왜그리 훔치고,도둑질하고, 빼앗고, 강도짓하고, 속임수의 범죄가 많은지.
큰 범죄가 아닌 꾀죄죄한 범죄가 대분분이다. 가난하기에 배 고파서 훔쳐먹고, 밥 시켜먹고는 식당주인이 한눈 파는 사이에 밥값을 내지 않고는 몰래 도망치는 절도사건이 무척이나 많다.
대체로 주머니가 가벼워서 저지르는 빈곤형 범죄들이다. 지갑이 두툼하고 주머니가 고액권 현금으로 두둑히 가득 찬 사람은 먹을거리를 구태어, 애를 써서 훔쳐먹지는 않을 게다.
주머니가 넉넉해야만 가난한 사람한테 돈(먹을거리)을 나눠주는 자선(慈善)이 더욱 늘어난다.
2024. 10. 13. 월요일.
.... 나중에 더 보탠다.
잠시라도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