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처녀 교통경찰을 영웅 만든 이유 알고 보니
by 주성하기자 2013-08-06 8:38 am
예전에 평양보안원 이경심이 공화국 영웅을 받은 사연을 두고 이러저런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어떤 일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분명 김정은이 지나가는 행렬에 무슨 일이 벌어졌고, 이때 이경심이 공을 세웠다는 것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물론 신문이란 어느 정도 제목을 뽑아야 하고 눈길도 끌어야 하기 때문에 혹시 테러 시도 같은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 추정도 붙였습니다.
어디서는 이경심이 우상화 선전판에 난 화재를 막았기 때문에 영웅이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그걸 가져다가 전문성이 없느니 있느니 하면서 저를 공격한 사람도 있고요.
그때 명백하게 불을 끈 것은 아닌 상황이다고 반박하려다 저도 정확하게 사실 관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글을 쓰진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불을 껐다고 이경심이 떴다는 주장은 말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보도한 것은 북한의 선전 방식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북한에선 화재가 발생한 상황에서 공을 세웠다면 “그냥 화재 속에 뛰어들었다”고 쓰는 경우가 많고 또는 아주 잘 가공해 멋지게 표현한다고 해도 “혁명의 수뇌부의 권위를 지켰다”는 정도로 보도합니다.
우상화 선전물을 화재에서 구한 상황에 대해 절대로 이경심에 대해 묘사하듯이 “혁명의 수뇌부의 안전을 결사 보위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우상화 선전물을 화재에서 구한 경우 “혁명의 수뇌부의 안전을 결사 보위했다”고 보도하면 결국 구호판이나 우상화물이 곧 “혁명의 수뇌부”가 되는 논리적 허점에 빠지게 됩니다. 그건 오히려 혁명의 수뇌부를 무시하는 반당행위가 됩니다.
북한 선전당국도 부끄러운 줄을 알기 때문에 우상화 선전물 따위에 혁명의 수뇌부의 안전이란 식의 표현을 절대 붙이지 않습니다. 만일 이런 사례를 북한 선전물에서 발견하면 제가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이경심의 일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문이 흘러나오는 시간이있을 거니까요.
그런데 자유아시아방송에서 근무하는 탈북자 출신 기자가 이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소문이 나오는데 2~3달 정도 걸렸네요. 테러나 화재설보다는 이 설명이 가장 정확한 듯 합니다. 또 이경심이 근무하는 초소는 김정은의 차량이 오가는 주요 사거리입니다. 아래는 관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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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심 ‘영웅’ 만든 김정은에 비아냥
앵커: 지난 5월 평양시 교통보안원 이경심 씨가 공화국 영웅칭호를 받으면서 북한에서 일약 스타가 되었지요. 하지만, 나중에 그가 영웅이 된 사연을 알게 된 평양 주민들 속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만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하하는 듯한 말들이 많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북한은 평양시 여성 교통보안원(교통순경) 이경심 씨에게 “불의의 정황 속에서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 옹위했다”며 공화국영웅 칭호를 수여했습니다.
교통보안원 이경심: 교통보안원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응당한 일을 한 저에게 어제는 화선입당을 시켜주시고…
이경심 씨는 이어 후보기간을 거치지 않고 노동당에 즉각 입당하는 등 최고의 영광을 얻었고, 그의 가족들은 중구역 창전거리 아파트로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전광석화처럼 영웅이 된 그의 전후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 속에서는 “떡 함지에 엎어졌다”고 부러워하는가 하면 “내 앞에 무궤도가 좀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하하는 듯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경심 씨가 영웅이 된 사연에 대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당시 십자길에서 교통지휘를 하던 이경심 씨는 김정은 제1비서가 탄 1호 행사 차량들이 나타나자 곤봉을 들어 전방향 차량을 멈춰 세우고 1호 행사 보장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행사차량과 반대 방향에서 내려오는 무궤도 전차를 발견하고 그것을 달려가 막았는데, 이를 차창너머로 목격한 김 제1비서가 “시대의 전형으로 내세우라”고 지시하면서 일약 영웅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영웅 소식에 가뜩이나 의문을 가졌던 주민들은 이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퍼지자, “이경심이 떡 함지에 넘어졌다”고 부러워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고 사실 그 말 속에는 그게 어떻게 공화국 영웅감이냐는 비난이 내포되어 있다”며 요즘 공화국 영웅메달 가치가 없어졌다고 허탈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 평양 주민은 “이경심이 무궤도 한번 막고 완전히 팔자를 고쳤다”고 말하는 주민들의 말 속에는 영웅 칭호를 남발하는 김 제1비서에 대한 비아냥도 섞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원래 이경심의 집은 원래 만경대구역에 있었는데, 부모들이 고지식해서 아주 가난하게 살았다”면서 “하지만, 딸이 공화국 영웅이 된 다음 창전거리 아파트로 이사하고 5장 6기(TV, 이불장 등 가전제품)를 모두 배려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평양일각에서는 이경심을 ‘무궤도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며, 어린아이들까지도 “내 앞에 무궤도가 좀 나타나봐라, 나도 막았으면 좋겠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생겼다고 그는 최근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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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버스 앞에 한번 달려가 세운 것이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옹위한 영웅”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저런 것을 비웃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평양사람들이 이경심을 놓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내가 모여 강을 이루 듯이 저런 소문 하나하나가 김정은의 이미지를 깎아먹게 되고, 결국 저런 소문들이 모이다가 어느 순간 역사가 결정되는 것이겠죠.
그래서 통치자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결정을 쉽게 하면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정은이 즉흥적인 어처구니 없는 지시를 많이 내리면 내릴 수록 그의 체제는 우습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이경심과 같은 사례가 한 10건 정도만 나오면 북한에선 “김정은이 정신이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 1년 사이에 어처구니없는 지시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이렇게 생각합니다. 요즘 김정은이 권력이란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내 말이 법이고, 내가 한 아무리 말도 안되는 말에 누구도 거역 못하고 설설 기고, 내가 방귀를 뀌어도 향기가 삼천리 강토에 진동한다고 아첨하는 놈들이 늘어서니 완전히 기고만장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처음엔 말도 좀 조심하고, 눈치도 봤던 것이 지금은 생각 나는 대로 말하고, 그 말도 안되는 일들이 실행에 옮겨지고, 김정은 찬양의 소재로 선전되니 이것이 곧 권력이요, 정치인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는 낯선 일이 아닙니다. 권력을 세습받은 뒤 지키지 못하고 망한 왕조들에서 우리는 수없이 본 사례일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