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성국이 패스 좋았어!!”
“기현이 형 쇄도가 좋았어요. 두 명이 붙는데 이번엔 못 제칠 뻔 했는데...”
“다음번엔 수비 뒤로 빠져라. 내가 찔러줄게.”
“네.”
한편 대구 월드컵 경기장 안의 응원소리는 갈수록 높아져 갔다. 그리고 그에 반비례하여 베트남 선수들의 정신력은 해이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 23분. 쉴 새 없이 베트남을 몰아치던 한국은 다시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 오른쪽에서 이천수! 베트남의 왼쪽 진영을 휩씁니다! 오른쪽으로 줄 듯 하며 바로 돌파해 들어가죠! 그리고 마중 나온 최성국과 2대1패스!! 수비가 뚫리며…….골대 왼쪽으로 치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각이 없죠! 가운데로 올려야죠, 이천수! ]
이천수.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비록 부상을 당하며 몇 경기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의 실력은 분명히 성장해 있었다.
“이천수!! 가운데로 줘!”
“이천수!”
이천수는 가운데를 흘깃 본다. 그리고 베트남의 골키퍼도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베트남의 골키퍼가 몸을 가운데로 옮기는 사이, 이천수는 오른발로 각이 없는 상태에서 슛.
[ 이천수, 그대로 슛!! 아~골대!! 골대를 맞고 튀어나온 볼!! 볼을 향해 쇄도하는 박지성!! 각 없이 터닝 슛! 합니다만…….골대를 벗어나죠. 아쉽습니다! 아, 이천수 선수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요! ]
이천수는 아쉬운 듯 머리를 긁으며 관중석을 쳐다본다. 비록 베트남전이지만 그곳에는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야, 이천수! 뭐하는 거냐! 상대가 베트남이라고, 무시하고 그러지 마! 가운데 나나 기현이형한테 줬으면 완벽하게 골이잖아!”
“어…….어? 어…….그래. 어. 미안.”
“뭐하는 거야! 시합 중엔 딴 데 신경 쓰지 말라고!”
“박지성.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휴……. 그래. 다음엔 안 놓친다.”
박지성은 훈련 기간 내내 불안한 얼굴이었고 또 지금도 경기하면서 자꾸 관중석을 훑는 이천수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으로서는 더욱 걱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박지성은 앞으로 이천수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전반 10분 이전에 두 골을 낸 한국팀, 그 뒤로도 단 한 개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은 채 계속 몰아부쳐 봅니다만, 글쎄요.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군요. ]
[ 그렇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네요. 아직도 골 결정력이라는 큰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지 않은 듯 합니다. 지금 보시듯이 분명히 미드필더 진영에서의 패스 워크는 분명히 예전보다 좋아졌는데요. ]
벤치에서도 슬슬 불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두현이! 앞으로 더 나가서 받아줘! 지성이 더 내려 오고! 천수가 돌파하면 중앙에서 만들어 주란 말이야!”
“기현이, 성국이! 좌우로 더 벌려줘! 가운데에서 지성이가 쉽게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게!”
포마스키와 차범근은 크게 소리를 질러가며 부족한 부분을 질책한다.
이윽고 전반 41분. 대기심이 인저리 타임이 1분 남았다고 알리는 순간, 송종국이 볼을 치고 들어간다. 송종국은 슬슬 공을 몰고 올라가더니 앞쪽의 이천수에게 쭉 밀어준다.
“천수야! 잡으면 바로 가운데로! 가운데 사람 빈다!”
이천수는 볼을 잡고 바로 가운데로 찔러준다. 가운데 노마크, 김정우. 김정우는 볼을 잡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그의 주특기인 캐넌 슈팅을 날린다.
[ 김정우!! 이천수에게서 받은 볼 여지없이 바로 캐넌 슈팅!! 수비 맞고 굴절된 볼!! 이천수 앞에 떨어집니다! 이천수, 저거 못 넣으면 안 되죠! ]
김정우가 발등으로 때린 캐넌 슈팅은 몸을 날린 베트남 수비수를 맞고 이천수의 발 밑으로 떨어진다. 이천수는 볼을 잡고 골대를 보았다. 이미 골키퍼도 중거리슛의 방향으로 몸을 날렸고, 노마크 찬스. 그러나 앞에는 두 명의 수비가 있었다. 그대로 슛한다면, 수비에게 맞을 수도 있다.
[ 이천수, 그대로 슛!! 골~~~~! 골!!!! 이천수!! 오래간만에 대표팀에서 골을 신고!! ]
이천수는 골을 넣더니 모자를 쓴 사람들이 앉아 있는 관중석 앞으로 가 환호한다.
“이천수!! 이천수!! 이천수!!”
관중석에서는 당찬 아이돌, 이천수의 이름을 연호한다. 이천수는 아까의 실수를 만회했다는 듯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경기를 재개할 수 있었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니 자연스럽게 플레이도 좋아진다. 박지성은 이천수가 다시 좋아지는 모습을 보자 한층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박지성 자신도 슬슬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심의 긴 호각 소리가 울리며 3-0으로 전반이 끝났다. 선수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간다. 관중들도 릴레이 골에 힘이 났는지 끊임없이 대한민국을 연호한다. 모든 분위기가 좋다. 첫 단추를 잘 꿰매는, 그런 기분이다.
“좋아. 만족할 만한 경기내용이었다. 상대가 약체라고 할지라도 절대 방심하지 마라. 수비진영에게 특히나 꼭 당부하고 싶다. 절대 방심하지 말고 경기를 침착하게. 음. 또 뭐 지적해 볼 만한 건, 천수. 패스 빈도를 높여라. 기록을 보자면, 네가 패스가 제일 적어.”
“예.”
“뭐, 따로 걱정 있는 건 아니고?”
“네? 뭐 그런 게 있겠어요. 없습니다.”
“그래. 좋아. 오늘은 약체와의 경기이기 때문에 너희들, 체력안배가 중요하다. 다음 경기는 이라크와의 경기야. 이라크도 무시할 팀은 아니다. 체력 안배를 잘 해라. 지치는 놈부터 교체시킬 테니까.”
“예엣!!”
선수들은 우렁차게 대답한다. 박지성은 이천수를 흘깃 쳐다본다. 경기 전보다도 훨씬 더 좋아진 듯한 표정이다.
“태욱아.”
박지성은 최태욱을 불러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했다. 최태욱은 흔쾌히 동의하고 화장실로 따라갔다. 박지성은 라커룸과 어느 정도 떨어지자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너, 천수랑 친하잖아. 쟤 요즘 왜 저러냐?”
“글쎄. 대충 보니까…….스카우터가 온 것 같더라.”
“응? 스카우터?”
“그래. 소시에다드에서 주전으로 못 뛰느니 다른 빅리그 클럽 중 하나로 옮길 것 같아.”
“스카우터는, 어느 팀에서 온 건데?”
“글쎄. 그거까지 내가 알 수는 없는 거지.”
“그래…….니가 천수 좀 어떻게 해봐라. 스카우터한테 잘 보이려고 너무 독단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어.”
“확실히, 그런 면은 요즘 들어…….”
“그래. 부탁한다.”
“뭘…….어쩌라고.”
“글쎄. 감독님께 얘기해 보는 건 어때?”
최태욱은 박지성의 물음이 떨어지자 한참 동안이나 발 밑을 내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건 아니야. 천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다. 니가 경기 중에 은근히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주는 게 최선일 것 같아.”
“후…….그래.”
“음. 자, 돌아가자. 슬슬 나가서 몸 풀어야지.”
“응.”
결국 박지성과 최태욱은 뚜렷한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다시 후반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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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천수 어느 팀에 갈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