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하느님 감사합니다
발행일2019-08-18
[제3158호, 22면]
나는 고등학생 때 세례를 받고 오랫동안 하느님을 잊고 살고 있었다. 사십 중반 즈음에 개신교에 다니는 지인의 끈질긴 구애로 결국은 개신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과의 약속으로 마지못해 다녔기에 찬양할 때도 입을 다물고 있었고 목사님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꾸벅거리며 조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느 날은 다른 지인의 손에 이끌려 타 교회 부흥회에 갔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주제로 강의를 들었고 뜨거워진 부흥집회의 분위기 때문인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습니다!”를 되뇌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민망하고 얼떨떨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했었던 기억이 있다.
부흥회를 연 곳은 알고 보니 이단으로 지목된 교회였다. 내가 다니던 교회도 재정문제로 분열되어 목사님과 성도들이 격렬하게 싸움이 났고 그걸 핑계로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됐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던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습니다”라는 눈물의 고백을 한 뒤부터 하느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졌고 스스로 주일을 지키게 되었던 것이다. 개신교의 예배에 조금 적응이 되긴 했지만 미사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다. 그래서 격주로 한 주는 천주교회에, 한 주는 개신교회에 다녔다. 서너 달을 천주교와 개신교를 오가던 어느 날 무신론자였던 남편이 갑자기 천주교 신앙을 갖겠다고 선언했고 나와 다른 개신교회를 다니시던 어머님이 아들 따라 세례를 받겠다고 나서셨다. 나는 자연스럽게 남편을 따라 성당에 가게 되었다. 주님께서 방황하는 나를 딱하게 여기시고 남편을 통하여 불러주신 것이다.
성전에 들어서면 주님께서 두 팔 벌려 반겨주셨고 미사 중에는 위로를 해주셨고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가슴 벅차고 행복했다. 날씨, 계절과 상관없이 매일 새벽미사를 기쁘게 다녔다. 남편은 아침잠이 많은 내가 새벽미사에 빠지지 않고 참례하는 모습을 보고 ‘신앙의 신비’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후 하느님께서 말씀 쪽으로 이끄신 것인지 독서단에 입단하게 됐다. 독서자들 모두가 그렇듯이 성령께서 내 입을 통해 말씀을 선포하는 사명을 주셨으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자세로 임하고 있다. 나의 또 다른 선택은 성서백주간이다. 말씀 선포를 하면서 내가 믿는 하느님을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서백주간은 진도표대로 읽고 묵상하여 일주일에 한 번 반원들과 모여 나눔을 하는 것이다. 성경 말씀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눔을 하는 시간이 항상 기다려지고 즐거웠다. 나는 이제 성서백주간 봉사자가 되어 말씀 안에서 사랑을 나누며 신나게 살고 있다.
하느님께서 탕자인 나를 이끄신 과정은 참으로 놀랍고 신비롭다.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나를 품어주신 것이다. 주님의 말씀은 내 발걸음마다 비추시는 등불이고 삶의 이정표이다. 내 오른손을 잡고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면서 친구라고 불러주신다. 이런 주님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으니 온 힘과 온 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사도로 살아가려 한다.
홍수화(스콜라스티카·서울 장위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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