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헌혈을 기피한다. 인구 밀집지역과 주요 기차역마다 캠프를 차려놓고 헌혈을 독려하고 있지만, 수요량의 50%도 자급하지 못하여 해마다 외국에서 다량의 피를 수입하고 있다. 이래저래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純血主義)의 허구가 깨지고 있는 셈이다. 오랜 세월 공동체의식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없어 국민성이 이기적으로 변질된 탓이다. 유치원시절부터 헌혈의 필요성과 함께, 헌혈을 하면 본인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교육을 실시하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헌혈을 하고 나면 2주일 이내에 같은 양의 새 피가 생성되기 때문에 실제로 그만큼 건강해지는 것이다.
수혈의 가장 큰 목적은 적혈구 보충이다. 적혈구의 主기능은 산소 공급인데, 부상으로 출혈이 심하거나 질병으로 장기간 혈액이 감소하면 적혈구가 부족하게 되어 산소 공급량이 떨어진다. 산소는 각 세포의 생명작용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적정량의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을 잃는다. 우리나라는 산업재해와 교통사고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수혈의 수요는 많은 대신 헌혈량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 국가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가 상당히 많다.
수혈을 할 때는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혈액형이 일치해야 한다. 혈액형이 다른 피끼리 섞이면 응고를 일으켜 혈관이 막히기 때문에 수혈을 받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혈액형 구분에는 1901년 오스트리아의 한 의사가 개발한 ABO방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ABO방식이란 혈액형을 A B AB O형의 네 가지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O형은 적혈구 속에 응집원이 없어서 어느 혈액형과 만나도 혈액이 응고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수혈해도 된다. 그러나 수혈은 어디까지나 최소량을 원칙으로 한다. 다른 사람의 피를 많이 수혈하면 여러 가지 의학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ABO식 혈액형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른다. 자식이 부모의 혈액형 스펙트럼에 따른 혈액형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뜻이다. 즉 O형의 부모끼리 만나면 O형을 가진 자식만 태어나지만, O형을 가진 아버지와 AB형을 가진 어머니가 만나면 자식은 A B AB O형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멘델의 법칙을 적용하여 친자감별을 하기도 하는데, 요즘은 유전자 감식기술이 발달하여 100% 정확하게 감별이 가능해졌다. 혼외자 기사를 모함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유전자 감식을 들이대자 선선히 항서를 쓰기도 했다.
배우 유인영이 jTBC의 《아는 형님》이란 프로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탓에 그녀의 연기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처음 봤는데, 배역 탓인지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아는 형님》에서는 솔직담백한 심성이 잘 드러나 새삼 마음이 끌렸다. 그러나 그도 잠시, 그녀는 느닷없이 ‘지금부터는 AB형처럼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어릴 때 혈액형 검사에서 A형으로 밝혀져 33년 동안 그런 줄 알고 살아왔는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AB형으로 밝혀졌으니 지금부터는 AB형처럼 살아가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은 어쩌다 모조리 혈액형 미신에 빠져버렸는지 넌더리가 나면서, 배우 유인영에 대한 호감도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거듭 말하지만 혈액형과 성격은 전혀 무관하다.
Rh식도 ABO식과 함께 혈액형 분류방식으로 사용된다. 붉은털원숭이의 피를 토끼에게 주사하여 일정기간이 지난 뒤, 그 토끼의 피를 사람의 피와 섞어 응고 형태에 따라 분류하는 방식이다. 피가 엉기는 사람을 Rh+, 엉기지 않는 사람을 Rh-로 구분한다. Rh+든 Rh-든 수혈할 때는 ABO식 혈액형부터 일치해야 한다. Rh- 혈액형의 경우 백인들은 15%에 이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5%에 불과하다. 가끔 TV에 ‘Rh- O형 혈액을 구합니다’ 하는 긴급속보가 뜨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Rh- 혈액형이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이다.
피의 자연 응고도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상처로 인해 피가 나면 핏속의 혈소판이 공기와 접촉하여 파괴되면서 트롬보플라스틴이라는 효소가 나와 피를 응고시킨다. 트롬보플라스틴이 없다면 작은 상처에도 출혈이 계속되어 생명을 잃게 된다. 이 효소를 만드는 데는 비타민K가 필수적인데, 비타민K는 다른 비타민처럼 외부에서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대장(大腸)에 기생하고 있는 대장균만이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몸속에 있는 각종 미생물 가운데는 우리에게 유익한 종류도 많으므로 약의 오‧남용을 삼가야 한다. 선천적으로 트롬보플라스틴 생성기능이 떨어지면 피가 잘 멈추지 않는 혈우병에 걸린다.
논에서 모심기나 제초작업을 하다가 거머리에게 물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통증은 대단찮지만 출혈이 계속되어 꽤 성가시다. 거머리가 피를 쉽게 빨아먹기 위해 히루딘이라는 성분을 주입하여 트롬보플라스틴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피가 응고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오는 현상이다. 외과에서는 이 점을 이용하여 미세혈관 수술을 할 때 히루딘을 말초에 주입하는 요법을 쓴다. 그러면 8~12시간 동안 피가 응고되지 않아 새 혈관이 생성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옛날부터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거머리 요법을 써왔다.
첫댓글 어느날,
큰 용기를 내서 헌혈차에 올랐었지.
"혹시 혈압 있지 않으세요?"
"있어요."
"그러면 안 돼요."
"하이고, 미안합니다."
그렇게 내 헌혈 시도는 한방에 불발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