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세계적으로 ‘창업 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 철학이 생겨났다. 혁신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요즘, ‘혁신을 통한 발전’은 국가의 중대한 전략 차원으로까지 승격되면서 창업 교육이 점차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각 대학과 기관을 중심으로 창업 교육과 창업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창업을 또 하나의 ‘활로’로 삼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초 춘제(春節, 음력 설)를 전후해 대학생들은 고향을 찾아 캠퍼스를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베이징대학교 캠퍼스 동남쪽에 위치한 왕커전(王克楨)동의 한 교실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이 남아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모바일 앱(APP) ‘유구필응(有球必應)’의 최종버전을 춘제 전에 출시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었다. ‘유구필응’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으로, 마켓 최초의 시도였다. 9명의 팀원은 대부분 베이징대학교 피구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다. 이들은 취미를 매개로 서로 가까워졌고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팀장인 베이징대 지구공간과학대학 지질학과 박사과정 구샤오빈(顧曉濱) 씨는 오는 2016년 졸업 예정이다. 구 씨의 전공과 모바일 인터넷은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프로젝트는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꿈의 온도를 가늠하는 일이었다.
창업은 제대로 된 교육에서부터
20평방미터 남짓한 교실은 베이징대 산업기술연구원(산연원)에서 제공한다. 산연원은 베이징대 창업교육의 주요 담당부서로, 지난 2012년 베이징대에 첫 창업강좌 시리즈를 개설했다. 이어 2013년에는 교양선택과목인 ‘창업기초’와 소규모 실습과목인 ‘모의창업’을 정식 개설했다. “우리가 개설한 ‘창업기초’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200명 규모의 선택과목입니다. 인기가 좋아 그냥 선 채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있어요. 한번 듣기 시작하면 몇 시간을 그 자리에 서있죠.” 산연원 교학사무실 책임자이자 창업기초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 중 한 명인 장란(江嵐) 씨의 설명이다. 장 씨는 창업과정에서 재무회계, 관리, 법무, 기술 등을 모두 다룰 줄 아는 ‘복합형 인재’가 가장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창업기초’는 학생들이 창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의 체계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혁신형 인재 양성은 대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빈틈없는 창업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장 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산연원의 ‘모의창업’ 과목은 소규모 수업형태다.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의 자체적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창업 경력이 있는 투자자나 기업가들을 멘토로 초빙해 사업 전 과정을 지도한다. 학기말이 되면 산연원은 교양선택과목인 ‘모의창업’의 성과공유 밎 점검 차원에서 ‘모의창업대회’를 열고 창업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동시에 학생들 간 노하우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예전의 커리큘럼이 이론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면 모의창업은 실제 창업에 더 가까워진 수업입니다. 창업 멘토나 창업지원기금에서 투자자까지, 모두 창업에 훌륭한 원천을 제공합니다.” 구샤오빈은 ‘모의창업’이 자신의 팀에 창업기회를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한다.
수학과학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후화지(胡化吉) 씨는 ‘모의창업’의 1기 수강생이다. 비록 당시 연습삼아 추진한 ‘애완동물 목밴드’ 프로젝트는 끝까지 지속할 수 없었지만 종강 후 수업에서 팀을 이뤘던 톈여우화(田幼華) 씨와 함께 ‘실전에 대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시험 하나를 치르자마자 후 씨는 급히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庄)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인 공장으로 달려갔다. 이들의 제품인 ‘고효율 이산화탄소 열펌프 유닛’이 첫 시범운행을 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환경학부 학생인 톈여우화 씨가 박사과정 방문학자 기간에 수행한 연구과제로 현재 국가 특허출원 중이다. 연구성과는 향후 도축업계에 우선적으로 응용된 후 인터넷 빅데이터, 홈 퍼니처, 생태환경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될 예정이다. 후 씨는 “지난 번 ‘모의창업’을 수강한 덕분에 실전 창업을 앞두고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이 제 인생의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매우 중요한 경험인 것만은 확실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상 창업 시간에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온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창업의 ‘전국민 운동’
베이징대학의 창업교육은 2년 넘게 운영되며 기초적인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산연원의 궈레이(郭蕾) 부원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공익성 창업교육사업인 ‘베이징대학 창업대강당’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또는 창업을 준비중에 있거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체계적인 창업교육과 실질적인 창업 인큐베이팅을 무료로 제공해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기 사업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판위(番禺)구와 제휴를 맺고 판위구의 대학가에 창업대강당을 개설했다.
‘창업대강당’에 참여하기 전 광저우 중의약대학교의 90년대생 학생인 왕루이쉬(王銳旭)는 이미 ‘주웨이(九尾)테크놀러지’라는 회사를 창업한 바 있다. ‘알바캣(兼職貓)’이라는 앱을 통해 대학 재학생들에게 믿을 만한 아르바이트업체를 소개하는 것이 주요 사업모델이다. 그는 창업대강당에 참여한 후 창업에 대해 전혀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했지만 창업대강당을 통해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됐습니다.”
‘알바캣’은 중국에서 최초로 모바일 고객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아르바이트와 관련해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중국내 1000여 곳이 넘는 대학의 100만명 넘는 대학생들을 끌어들였다. 이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벤처투자를 받아 평가가치만도 몇 억 위안에 이른다. 특히 2015년 2월 왕 씨는 대표 자격으로 교육·과학·문화·보건·스포츠계 인사들과 일반인 대표가 참여하는 좌담회에 참석해 국무원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나기까지 했다.
2014년 6월에서 2015년 1월에 이르는 6개월 동안 매달 이틀 간 이어지는 창업대강당이 열렸다. 강의 내용은 창업 과정과 관련한 모든 것으로 창업 멘토가 각 창업팀에게 1대1로 지도를 해 준다. ‘알바캣’ 외에도 창업대강당은 11개의 우수 팀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구직을 돕는 ‘포켓알바(口袋兼職)’, 환경보호와 관련된 ‘녹색이삭환경보호(綠穗環保)’, 캠퍼스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오공캠퍼스(悟空校園)’ 등이 장기간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대강당의 담당자 중 한 명인 청지(程吉) 씨는 “지난 몇 년간 각종 규제 때문에 전국적으로 소수의 학생만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창업교육이 거의 ‘전국민 운동’처럼 되면서 창업교육의 맹점도 명확해지고 우리에게 상담을 요청해 오는 지방정부까지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베이징대에는 훌륭한 전통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교내에서 이뤄지는 수업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대외활동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산연원의 천둥민(陳東敏) 원장은 창업교육이 사회와 모든 학생들을 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중국에서 창업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말로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사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그저 트렌드를 좇아가는 창업으로 자원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것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하나의 성장통이지만 ‘수업료’를 치르고 난 뒤에는 이런 창업열풍이 점점 지속가능한 선순환의 형태, 경제발전의 장기적인 원동력의 형태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천 원장은 대학생들의 창업에 대해 “기술혁신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기술적 성과를 생산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학은 기술혁신의 발원지이자 성장엔진의 역할을 합니다. 청년들의 패기와 열정에 막대한 연구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기술혁신은 자연스레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고 그는 말했다.
2013년 9월 창업교육 커리큘럼에 기반한 ‘베이징대학교 혁신창업지원계획’이 정식 출범했다. 베이징대의 교육자원, 연구자원, 동문들을 활용하고 창업교육, 창업연구, 창업인큐베이팅과 창업기금이란 ‘사위일체(四位一體)’ 창업지원을 핵심철학으로 삼아 기술성과의 상용화와 청년창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이보다 앞선 2012년에는 베이징대 동문과 손잡고 사회 전체에 개방된 공익사업인 ‘베이징대 창업훈련캠프’도 출범했다. 1억 위안(약 178억원) 미만의 기업 창업자와 주요 주주 또는 특허기술보유자들이 청년 창업자에게 무상으로 조언과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중국 대학 중에선 최초의 시도다.

베이징대학교 재학생 후화지와 톈여우화 등이 허베이에 공장을 설립했다.
그들의 제품은 이산화탄소를 냉매로 한 열펌프 유닛으로 전기 에너지 구동에 이용된다. 안전하고 스마트하며 오염이 없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사상최대의 창업열풍
2014년 12월 중국 교육부는 ‘2015년 전국 일반 대학졸업생의 취업·창업 업무에 관한 교육부 통지’를 발표하며 대학에 탄력적 학제 도입을 요구했다. 창업에 성공한 인물이나 전문가, 학자, 투자자 등을 겸임교수로 초빙하고 혁신적 창업교육 전문과정을 개발·개설하며 학생들이 각종 혁신이나 창업공모전에 지원하도록 하는 등을 골자로 한다. 모두 베이징대학교의 ‘혁신창업지원계획’과 일맥상통하는 조치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베이징대뿐만이 아니다. 2014년 11월 21일 리커창 총리는 저장(浙江)대학교를 방문하면서 저장대의 창업률이 전국 대학교 가운데 1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알리바바로 대표되는 ‘창업부자’ 열풍이 불 때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항저우의 저장대학교 역시 창업에서 발군의 성적을 나타냈다. 데이터에 따르면 저장대 학부생들의 창업률은 4.16%에 달해 2위와는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저장대학교는 앞으로 창업을 이 대학의 ‘간판’으로 내세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학 내 국가과학기술원(國家科技園), 혁신창업관리강화반, 시정부·대학 전략협력 플랫폼 외에도 저장대는 여러 개의 창업교육과목을 개설했고 교내잡지 ‘창업저장대(創業浙大)’를 발간하고 창업대회를 개최하는 등 창업지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15년 2월 4일 톈진(天津)대학교 쉬안화이(宣懷)대학(중과창업대학)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톈진대학교 리자쥔(李家俊) 총장은 창업에 대해 “창업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회사나 식당을 차리게 하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기르고 마음 속에 혁신과 창업에 대한 씨앗을 심고, 기르고, 양분을 섭취케 해 어느날 스스로 땅을 뚫고 나오도록 교육하는 일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장란 씨 역시 이러한 생각에 동의한다. 2년 넘게 창업교육을 하는 동안 베이징대에서는 50개가 넘는 사업이 인큐베이팅을 통해 탄생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전부 기업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이 창업한 회사는 연쇄적으로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창업의 씨앗은 학생들의 마음 속에 굳건히 박혀서 적절한 기회를 만나기만 하면 언제든 다시 싹이 트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사람들이 창업가의 정신으로 일을 하고 삶을 살도록 격려하는 것입니다.”
“대학이 학생들의 재학 중 창업을 과도하게 격려해서는 안되지만 창업을 하고자 하거나 아이디어가 있는 학생들, 또 자신의 연구분야와 이런 것들을 서로 결합하려는 학생들에게는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탄력적 학제 같은 것들을 도입해서 말이죠.” 천 원장은 베이징대학교에서 현재 새로운 교육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창업학위’를 신설해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이 1~2년 정도 실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창업교육을 가장 성공적으로 실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1990년대 말부터 창업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오늘날 창업교육은 미국 대학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미국 대학생들의 창업은 미국경제의 직접적인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체계적인 창업교육은 스탠포드대학교를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창업역군으로 만들었다. 스탠포드대학과 실리콘밸리 간 협력모델은 전세계 대학과 첨단 과학기술단지의 성공적인 상호 협력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베이징대학교와 ‘중국의 실리콘밸리’ 인 중관춘(中關村)과의 협력도 곧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2014년 한해동안 중관춘에서 신규 설립된 기술형 기업은 1만 3천 곳이 넘는다. 일일 평균 35개의 기업이 탄생한 셈이다. 2014년 6월에는 ‘베이징대학 창업훈련캠프’ 1기가 새롭게 조성된 중관춘창업거리에 들어섰다. 2015년 2월 4일 과학기술부 횃불센터(火炬中心)와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단지관리위원회가 출범시킨 ‘창업 중국 중관춘 가이드공정(創業中國中關村引領工程)’은 중관춘이 ‘창업중국 운동’의 선도기지로 거듭날 것임을 상징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스탠포드대학은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실리콘밸리가 미국에서 탄생한 것처럼 말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한 경험이 있는 천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중국 곳곳에서 최적의 창업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창업 분위기도 1990년대 말의 미국과 매우 유사합니다. 어쩌면 중국의 창업자에게는 지금이 최고의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글/양윈첸(楊雲倩) (본 기사 사진은 베이징대학 산업기술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