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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마레스트 하덴버그* 에 들어서면 고향의 옛 정취가 스며든 어린 시절의 영감이 아련히 떠오른다.
정글 같은 빽빽한 공원 숲을 뚫고 흐르는 잔잔한 물결이 모아져 미니 호수를 이룬 곳. 수면에 떠있는 온갖 새무리들이 얽혀 장관을 이루다가 날아오른 후 어김없이 푸른 하늘위로 떼를 지어 장엄한 열병식을 펼치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서 있는 거목의 능수버들가지가 호수를 향하여 머리를 풀고, 옆으로 비켜 끝없이 뻗어나가는 옛 철로와 오랜 풍상을 이겨온 측백나무가 데마레스트역과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자태가 정겹기만 하다.
옛날 160여 년 전, 이 부근은 랄프.데마레스트(Ralph S.Demarest) 가족이 농작물을 재배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였던 유서 깊은 농장이었다. 현재 신혼부부들이 스냅사진의 배경이 되고 있는 다각형 구조의 아름다운 휴식처는 그들이 살았던 농가의 옛 터전이다.
당시 유명한 건축가 크레버렌드 캐디에 의해 설계된 데마레스트역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는 시니어 센터로 바뀌었지만, 지금도 빈 화물열차가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듯, 뚜- 슬픈 기적 소리로 서서히 지나가곤 한다.
당시 데마레스트씨는 그의 농장을 기증한 공헌으로 최초의 역장이 되었고, 그 후 뉴져지 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행운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1903년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타운 명칭을 데마레스트로 붙인 이곳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상류지역으로 발전하여 왔다.
시냇물을 따라 가르는 크로스터와 데마레스트 주변으로 우리가족은 아이들이 성장하여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미국생활의 대부분을 이곳에 살아왔다. 내가 귀국 발령 후 이산가족으로 헤어져 지내는 동안, 어려운 생활여건 가운데서도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고려하여 이곳에 머물러 있었고 어느덧 강산이 변할 정도로 많은 세월이 흘러 버린 것이다.
마음껏 뛰놀던 집 앞 공원과 운동장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숲속생활을 통해 더 가까워진 이웃들, 언덕위의 교회, 도서관과 자연 속에서 더 수련되고 다듬어지면서 오랜 생활 터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고향둥지가 되었다.
▲ 서핑모습. (사진=양상훈 제공) © 울산광역매일 |
이곳에서의 생활이 나의 어린 꿈나무를 잘 자란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준 귀중한 제2의 고향이 된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태어난 집이 있고, 그립고 설레는 고향이 있다. 객지의 낮선 거리에서 심신이 고달파도 반가이 맞아줄 가정과 고향이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한다. 고향이란 선조의 피가 흐르고 끈끈한 혈통의 인맥과 사랑이 맺혀 어머니의 품속과 같은 따뜻한 동경의 세계이다.
동물의 세계도 그 회귀본능(回歸本能)은 인간과 마찬가지다. 둥지를 떠난 새가 오래 지나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사슴도 늙어 죽음에 가까워지면 태어난 언덕으로 돌아온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미국 서부 시아틀 앞바다에는 수많은 어린 연어가 서식하다가 바다 멀리 떠난 후 큰 연어가 되어 무리를 지어 다시 돌아온다. 사람의 마음은 이보다 더하다. 어느 곳 어떤 상황에 놓여있어도 자신이 태어난 자란 곳은 잊는 법이 없어 고향은 늘 아름다운 곳, 죽어서도 돌아가고픈 영원의 안식처로 떠오른다.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 세대들은 고향의 개념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태평양 건너 고향 길은 아득히 멀어도 그립고 사무치는 심정은 더욱 간 절 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민세대에는 고향의 회로정신(回路精神)은 마음에 담고 있지만, 타국에서 새로운 고향을 찾겠다는 각오와 의지로 떠나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누구보다 더 열심히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며 나갈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고향에 깃들어 있는 선조의 정신과 가족 문화와 유산을 밑거름으로 이곳에서 더 좋은 옥토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며, 이 땅의 주인공이 되어 후손들에게 제2의 고향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유태인 민족은 세계도처에서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그들의 정신과 문화와 종교를 사는 곳 마다 뿌리를 내려 고향으로 삼고 떳떳한 역사의 주인이 되고 있다
이민세대는 모국에서 담아온 한민족의 토양문화와 미풍양속(美風良俗)이 담긴 고귀한 고향의식과 함께 이곳 원주민과 잘 융합하고 어울리면서 닻을 내린 거주 지역에 주인 의식을 갖고 자신들과 후세대들을 위한 영원한 고향을 튼튼히 다져 나가야 할 것이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고향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을 위하여 이민 세대가 일궈나가는 이 곳에서의 고향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엄마 품속 같이 포근하고 따스한 마음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들의 부모들이 떠나온 고향과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타국에서의 새로운 고향으로 형성될 것이다.
*데마레스트. 미국뉴져지주 북부에 위치한 상류타운으로 뉴욕멘허탄과 허드슨강사이로 마주보고 있다.
약력- 일본 오사카출생. 대구고향. 뉴욕 29년 거주후 현재 하와이거주
고려대학교 대학원(경영석사) 금융기관 뉴욕 주재원. 뉴욕평통자문위원4선.
수필가 시인 한국산문 수필 등단. 미주문학 시부문. 제미수필 신인상. 미주문인협회이사.
한미문학 아카데미(KALA).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미연합회(AKUS)하와이 회장.
저서-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사라진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