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123)/ 이란
타흐트 술레이만(Takht-e Soleyman; 2003)
이란 북서부에 있는 타흐트 술레이만의 고고학 유적은 테헤란에서 750㎞ 떨어진 서아제르바이잔 주(Western Azerbaijan Province)의 화산 지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다. 타흐트 술레이만 유적에는 13세기 일한국(Ilkhanid; 몽골) 시대에 재건된 조로아스터 교(Zoroaster)의 주요 성소만이 아니라 사산 시대(Sasan; 6세기~7세기)에 아나히타(Anahita)에 봉헌된 사원도 있다. 타흐트 술레이만 유적은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배화신전(拜火神殿; fire temple)의 설계, 궁전, 전체적인 배치는 이슬람 건축 발달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타흐트 술레이만은 자연적 상황에서 영감을 얻은 조화로운 구성을 바탕으로 사산 왕조가 창조한 주요 건축 요소와 결합된 궁정 건축의 대표적 유적이다. 사산 왕조가 창안한 구성과 건축 요소는 이슬람 시대의 종교 건축 발달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타흐트 술레이만은 원형으로 남은 사산 왕조의 건축 구성과 결합된 조로아스터 교 성소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약 2,500년 동안 행해진 불과 물에 대한 숭배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뛰어난 예이다. 유적의 고고학적 유산은 사산 왕조의 도시 덕분에 더 풍부해졌는데, 발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타흐트 술레이만은 서아제르바이잔 주의 산악으로 둘러싸인 평야에 건설되었으며 유적의 핵심 요소는 화산과 자분호(自噴湖; artesian lake)이다. 유적은 가로 350m, 세로 550m의 원형 받침돌이 주위를 둘러싼 60m 높이의 계곡에 세워져 있다. 또 수심 120m의 호수에 작은 석회석 자분정(自噴井; artesian well)이 있다. 여기서부터 작은 냇물이 흘러 주위의 땅에 물을 공급한다. 사산인은 5세기부터 이곳을 차지해 받침돌 위에 왕실의 성소를 건설하였다. 성소는 13m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였으며, 탑 38개와 문 두 개(남문과 북문)가 있다. 호수 북쪽에 있는 주 건물은 중앙에 조로아스터교의 배화신전(Azargoshnasb)이 있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구내(한 변의 길이는 180m 정도)를 이룬다. 이 사원은 불에 구운 벽돌로 지었으며 정사각형으로 설계된 것이다. 배화신전 동쪽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을 위해 마련한 또 다른 정사각형 홀이 있다. 동쪽으로 더 가면 정사각형의 아나히타 사원이 나온다. 호수는 유적 전체 구성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직사각형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호수 북동쪽 모퉁이의 울타리 쳐진 곳에는 이른바 서부 이완(Western iwan)인 ‘코스로 회랑(Khosrow gallery)’이 있다. 벽돌로 지은 커다랗고 둥근 천장으로 사산 왕조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표면은 종유석 천장 장식(muqamas)이 있는 석회석 벽토와 치장 벽토로 표현되었다. 유적은 사산 왕조 말기에 파괴되어 방치되었다가 13세기에 몽골이 점령하면서 재건했다. 조로아스터교의 배화신전과 서쪽 이완 등 몇몇 부분이 재건축되었다. 유약을 칠한 타일과 도자기로 장식한 이완 뒤에 있는 팔각 탑 두 개를 비롯한 신축 건물은 호수 주위에 세워졌다. 단지의 남쪽 축에 있는 주벽에 새 문을 열었다. 계곡에 있는 주위의 토지(완충지역 포함)에는 사산 왕조의 도시 터가 남아 있으나 발굴하지 않았다. 몽골 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벽돌 가마가 타흐트 술레이만 남쪽 600m 지점에서 발견되었다. 동쪽 산은 사산 왕조 때 건축용 석재를 채굴하는 채석장으로 사용되었다. 젠단 술레이만(Zendan-e Soleyman)은 속이 비어 있는 뾰족한 고대의 화산으로, 타흐트 술레이만에서 서쪽으로 3km 떨어져 있다. 주위 지형보다 100m 가량 높은 지대로 깊이 80m, 지름 65m인 분화구가 있는데, 전에는 물로 가득 차 있었다. 산꼭대기 주위에는 기원전 첫 1000년에 만들어진 사당과 사원들의 터가 남아 있다. 벨케이스 산(약 3,200m)은 타흐트 술레이만에서 북동쪽으로 7.5㎞ 떨어진 곳에 있다. 산꼭대기에는 사산 왕조 때 황금색 사암으로 축조한 성채(60×50m)가 있다. 지금까지 발굴한 결과 성 안에는 또 다른 배화신전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방향으로 볼 때 타흐트 술레이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