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우산
추운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만들며,
연신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대하는,
인정 많은 아줌마가 한명 있었습니다.
항상 허름한 앞치마에,
밀가루 가루는 허옇게 묻어있었고,
아줌마의 코 끝은 루돌프 사슴코 처럼 빨개져 있는,
아줌마가 한명 있었습니다.
그 아줌마네에는 고등학생 딸이 있습니다.
아줌마가 운영하는 붕어빵 장사 바로 옆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듯 했습니다.
아줌마는 딸이 친구들과 지나가면
반가운 듯이 손을 흔들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기도 전에, 그 딸은 얼굴을 붉혀가며,
따른데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아줌마는 그게 못내 아쉬운 듯 하면서도,
딸의 그 심정을 이해하는 듯 짙은 웃음을 지으시며
또다시 밝게 손님들을 맞이 하곤 합니다.
비오는 날 이었습니다.
비가와서 거추장 스러운 날에도 아줌마는
인상 한 번 없이 장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문득, 딸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침에 우산을 들고가지 않아,
행여 비라도 맞을세라, 아줌마는 부랴부랴
장사를 접으셨습니다.
언젠가 딱 한번 가본, 딸의 학원이었습니다.
딸은,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학원에 접수할 때만 빼곤 와본 적 없는 곳이였습니다.
아줌마는 학원 앞에 서서 딸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 때, 딸은 2층에서 어머니가 우산을 들고
자길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힐끗 한 번 어머니를 쳐다보곤,
다시 창문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곧 안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레,
딸은 학원 앞으로 나왔고, 아줌마는
딸에게 우산을 쥐어 주셨습니다.
딸은 아직까지도 밀가루 반죽이 묻어있는,
앞치마를 두르며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무척
짜증을 냈습니다.
멋스럽고 고급스런 친구들의 아이들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어머니가 부끄러웠을 수도 있었겠지요,
어머니는 눈치를 채시곤, 저 앞에 먼저 걷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래도, 그 깊은 마음은, 전혀 서운함이 없는 눈치셨습니다.
어느 날,
아줌마는 아침에 장사를 나가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집안일에 소홀했던 탓인지, 방 이리 저리가 무척이나 어지러웠습니다.
아줌마는 방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딸의 방을 치우다가
빳빳한 종이를 한 장 발견했습니다.
딸의 전시회가 있는 날 이었습니다.
아줌마는 잠시 멈칫 하셨습니다.
비오는 그 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며,
부끄러워 하던 딸의 모습을 생각하며,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줌마는 이내 단념하고,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하지만, 자꾸만 시계로 눈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줌마는 전시회의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길을 나섰습니다.
늦진 않았을까, 벌써 끝나진 않았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가갔는데,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아줌마는 자박자박 걸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작품들을 보셨습니다.
아줌마는 내심 딸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해준 것은 하나도 없지만,
자기 스스로, 해나아가는 것을,
뿌듯해 하셨습니다.
그러다 한 그림 앞에 스셨습니다.
'이새봄' 딸의 이름이 적혀있는 그림 앞에,
그리고, 세월이 낳은 깊게 패인 주름 살 사이로,
한가득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고정되어 있는 딸의 그림 앞에서,
아줌마는 눈물을 흘려내고 있었습니다.
아줌마의 눈에 비친 그림은,
비오는 날, 밀가루 반죽이 묻은 앞치마에,
우산을 들고, 자신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 몰래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딸은 그렇게 아줌마의 모습을 도화지에 담고 있었습니다.
'엄마' 라는 짤막한 음성이 아줌마의 귓 속에 들렸고,
아줌마는 딸의 음성인 그 소리를 듣고,
딸을 자신의 품안에 안으셨습니다.
언제나, 딸을 위해 지쳐도, 힘들어도 웃어주시던 그 미소처럼
언제나, 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내주셨을 그 마음 처럼
두 팔 활짝이, 딸을 그렇게 포옹해주셨습니다.
'어머니' 라는 그 이름은,
한 없이 응석부리고만 싶고, 의지하고만 싶고,
잘못을 했을 때도 따듯하게 포옹받고 싶은,
그런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때론, 걱정해주시는 그 관심이 짜증날 때도 있지만,
모질게 대하는 그 모습에 서운할 때도 있지만,
모두, 모두 사랑하는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 다는 걸,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거란 걸,
이 땅의 우리 어머니의 자식들은 알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죽을 때 까지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면,
그건 어머니의 지독한 나의 사랑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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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아랑해v] 엄마우산
아랑해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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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09 19:3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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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나온 내용이네요 +_+
아'-'그런가요?' 몰랐는데ㅋㅋㅋㅋㅜ그렇군요
ㅜ 너무슬퍼요ㅜ
슬프내요 ^ ^.스토리가 좀 흔한거같아도 , 소설쓴건 님이 집적쓰신거같은데 잘쓰셧어요! > ㅆ< 역시 가족예기는 감동!ㅠ
최고에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너무 슬퍼요..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아랑해님이 그저 존경스러울뿐입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소설 많이써주세요^^